2009.12. 1.불날. 겨울 밤하늘 환히 채우는 보름달

조회 수 1035 추천 수 0 2009.12.15 14:13:00

2009.12. 1.불날. 겨울 밤하늘 환히 채우는 보름달


맑은 하루였습니다.
밤엔 찬 겨울 하늘을 보름달이 환히 채우고 있었습니다.

섣달에 시작되면 겨울잠에 들기로 합니다.
동안거(冬安居)입니다.
음력 시월 열닷샛날부터 이듬해 정월 대보름까지
스님들이 일정한 곳에 모여 살며 수행하는 것을 그리 일컫지요.
이곳의 겨울이 너무 모질고 길어
어떻게든 그것을 깨고 나가야겠다는 오랜 시간들을 보내고는,
뭘 그렇게 무리한 방식을 고를까 싶어
올해는 겨울 흐름에 맞는 몸을 따르기로 하지요.
늦게 자고 일찍 방으로 들려합니다.
잠이야 더 늦게 자고 더 이르게 깨더라도
밖으로 나오는 시간을 짧게 잡는 거지요.
그것도 식구가 적으니 가능하다 싶습니다.
오늘 그 첫날입니다.
감나무와 호두나무에 똥거름을 뿌려
그들의 섣달도 도왔습니다려.

알타리무김치와 김장한 배추김치를 몇 포기 챙깁니다.
어디고 차고 넘치는 김치여도
꼭 그것이 부족한 곳이 있기 마련입니다.
아내와 떨어져 혼자 자취하며 공부하는 벗과
홀로 살며 공부하고 있는 할머니 한 분 댁에 들여 주지요.
산골살이에 이리 나눌 게 있으니 다만 고맙습니다.

같이 공부를 하고 있는 젊은 친구들을 보면
여러 생각을 많이 하게 됩니다.
으레 이 시대를 건너가는 젊은 군상을 거기서 만나기도 하고
한편 인간사에 변하지 않는 감정의 고리들을 반복해서 보게도 되고
관계의 보편과 특수 또한 다 보게 되지요.
어쩜 끼리끼리라는 말이 그리도 꼭 맞는지,
혹 처음 좀 다르다가도 정말 생김새까지 닮아가는 걸 봅니다.
늘 같이 다니는 두 친구가 있는데,
오늘도 보았지요.
땅딸막한 것까지 꼭 닮았는데, 그보다 더 같은 건
그들이 있으면 선함이 번지고 기쁨이 퍼진다는 사실입니다.
평화와 그 나눔은
누구라도 간절히 염원하는 주제 아닐지요.
그들의 웃음은 스스로 망가져서도 아니고
타인을 입에 올리며 우스갯소리를 잘해서도 아닌
온화하고 유순함이 다른 이들의 마음결까지 부드럽게 합니다.
가끔 그들이 고매한 고승들 못잖다 싶기까지 하지요.
롤모델, 그런 표현이 있지요,
그들이 제게 그러하답니다.
사람을 만나는 일은 바로 이런 배움 아닐는지요.

뜻밖의 전화를 한 통 받았습니다.
2006학년도를 같이 보냈던 분이셨습니다.
벌써 세 해가 흘렀나요.
물꼬는 늘 그리운 곳이었고, 고마웠다셨습니다.
성품으로나 나이로나 당신이 어른이십니다.
더러 불편함이 없지도 않았을 것을
시간이 흘렀고, 이렇게 안부를 물어주셨습니다.
고맙습니다.
그 시절을 함께 보낸 한 이의 비난대로
‘이상은 높고 발은 현실에 닿지 않았던’ 시절,
당신은 끝까지 긍정을 지녀주셨고,
오히려 비난보다 저를 더 깊게 질책하는 매가 되어주어
이렇게 변함없이 걸어갈 수 있도록 해주셨더랬습니다.
다시 고맙습니다.


11월 영동생명평화모임이 섣달 초하루에 이르러서야 있었네요.
정봉수, 손석구, 이영현, 최아선, 류옥하다, 옥영경.
인드라망에서 준비하는 마을대학모임에 참석한 얘기며,
어쩌면 맑스보다
인간의 욕구나 생산을 자연스럽게 본 아담스미스에 천착하게 된다는
어느 무소유공동체에 계신 분의 얘기도 나오고,
교본처럼 되는 것이 없다던 한 공동체 실험 얘기도 흘렀으며,
서울에서 있었던 생명평화결사의 즉문즉설에 참석한 소식도 있었습니다.
자연 안에서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것을 잘 살펴 기적의 농사를 이룬,
요즘 읽는 책을 전한 이도 있었지요.
그의 표현대로 하루 사이로 직업을 바꾼 이도 있었는데,
이제는 옛 직장이 된 곳을 가니
울타리 밖의 사람이 돼 있더라며 그 집단무의식이 무서웠다던가요.
류옥하다는 지난달 한 지역먹거리운동 이야기에
못다한 얘기를 덧붙였답니다.
원칙은 있는데 현실적 길을 잘 모색하는 도법스님 얘기가
공동체를 꿈꾸는 이들에게 좋은 안내도 된
‘거울보기’ 시간이었지요.

오늘 발제는 이영현님이 지난번에 이어
환경호르몬을 주제로 계속 맡으셨습니다.
성호르몬 교란이라는 개념을 짚고
생물농축, 세대이월, 지방친화력, 호르몬 장애라는 특징을 되짚은 뒤
환경호르몬에 덜 노출되기 위한 방법이 안내되었습니다.
플라스틱제품 사용 최소화, 지방질 음식 안 먹기, 오븐 렌지 사용 줄이기,
튀김 과자 줄이기, 합성호르몬 피하기,...
결국 유기농재료의 채소위주식단으로 결론이 이어지고
합성비누 세제 화장품 줄이기 같은
일상 속에서의 생태적 삶에 대한 귀결로 모임이 끝이 났더랍니다.

12월은 송념 모임을 겸해서 29일 점심 식사를 같이 한 뒤
정봉수님의 발제로 오후를 함께 하기로 하였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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