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2.10.나무날. 비 온다

조회 수 960 추천 수 0 2009.12.20 17:58:00

2009.12.10.나무날. 비 온다


비 조금씩 굵어지고 있었습니다.

오늘까지 처리해야할 일이 있었습니다.
한 초등학교에 서류를 내고 오늘 그곳 교장샘의 결재를 받아
내일 다른 곳에 그것을 제출해야하는 일이었지요.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리는 작업이었습니다.
오후 3시 30분까지 해내야 했는데,
용케 그 시간에 맞출 수가 있었습니다.
중간에 다른 볼 일도 봐야 해서 읍내를 나가
지역 도서관에 들러 일을 마쳤더랬지요.
시간 안에 일이 끝났으니,
그것도 몇 달을 지고 있던 부담을 털고 있었으니
아주 신이 났지요.
며칠 제대로 자지 못한 피로도 다 날아가 버린 듯하였습니다.
서둘러 차로 갔고,
초등학교에 닿았지요.
그런데, 아, 주차하는 순간 알아버렸습니다,
손가방이 없단 걸.
그 안에 지갑도 있지요.
마침 현금을 찾아 두둑했는데...
서너 해마다 행사처럼 잃어버리고는 하는 지갑이다 싶더니,
잃어버릴 때가 왔던 모양이지요.
도서관과 학교 사이의 거리는 불과 1킬로미터도 되잖습니다.
얼른 돌아갔지요.
도서관을 나서며 화장실을 들러
거기 책가방과 손가방을 같이 걸어두었고,
책가방만 챙긴 채 먼저 걸어둔 손가방은 두고 왔다,
그것을 마지막 기억으로 되짚었지요.
좇아가니, 없습니다.
대개는 지갑을 잃으면 안에 든 돈만 사라진 채
쓰레기통에서 발견되기도 하니
쓰레기통을 먼저 기웃거려보았으나 헛일이었지요.
2층 자료실로 올라갔습니다.
“혹시 지갑을 주웠다는 이가 없던가요?”
없었습니다.
디지털실로 좇아갔지요.
다른 때와 달리 컴퓨터마다 자리가 다 차다시피 했습니다.
내 앉았던 자리,
비어있었지요.
잰 걸음으로 갑니다.
“아...”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한 거지요.
고스란히 있습디다.
내 삶이 소소하니 이런 것도 기적이라 부르지요.

공부 하나를 하고 있었고
학기 마지막 시험이 오늘 있었습니다.
물꼬 식구들에서부터 함께 하는 젊은 친구들이
얼마나 많은 도움을 주었던지요.
산골 바쁜 아줌마라고
이러저러 저들이 할 수 있는 일을 다 보태주었습니다.
고맙습니다.

“학보를 봤는데...”
얼마 전 한 대학신문사에서 객원으로 원고를 요청했고
인터뷰기사를 썼더랬습니다.
오늘 그 기사가 나왔고,
해당 인터뷰를 했던 이가 자신의 이야기를 잘 실어주어
고맙다 연락을 해왔습니다.
미화해서가 아닙니다.
자신이 한 이야기에 충분히 귀기울여주었다는
고마운 인사였습니다.
물꼬에 대한 인터뷰기사가 그간 많이도 있었습니다.
우리를 아름답게 그려준 기사를 고마워했던 게 아니라
우리가 한 말에 귀기울이고 최대한 그 온기를 담아줄 때
‘기사 참 좋네’ 했더랬지요.
그도 그런 맘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불날과 나무날에 읍내를 나가던 아이,
나가는 길에 체육관과 음악교실에도 들러 왔더랬습니다.
오늘 아주 작은 선물 하나 마련하여 인사들을 드렸지요.
부모들이 챙겨주는 양말 하나 손수건 하나가
교사의 마음을 환하게 해주던 경험이 오래 있었습니다.
그렇게 마음 전하고 싶었습니다.
긴 겨울을 지난 뒤 별일만 없으면 다시 갈 테지요.

주말에 이틀의 연수를 다녀와야 합니다.
식구들을 위한 밑반찬과 때마다 꺼내먹을 국이며 찌개를 해서 넣어둡니다.
16일에 있을 판소리공연에서
시간을 더 연장해줄 수 없겠느냐는 문의가 있었고,
판도 다시 짰더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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