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2.18.쇠날. 맑음, 날마다 내려가는 기온
마치 닿아야할 바닥이 있기라도 한 듯
날마다 뚝뚝 떨어지는 기온입니다.
그러면 또 차고 오를 테지요.
서울에서 이틀째 밤을 맞습니다.
대해리는 새벽 눈 내렸다 합니다.
오후에는 고래 몇 마리 다녀가는 바람이었다지요.
기온 무섭게 떨어지고 있다 하였습니다.
몇 평 되지 않는 집안에서
종일 문밖에 한 발짝도 나가지 않은 채 보냈습니다.
세상이 좋아서 서울서도 교무실 일은 할 수 있으니까요.
새끼일꾼들과 연락을 하고 쌓인 메일에 답하고
홈페이지를 챙겨보고...
시카고에서 살던 겨울 생각이 났지요.
얼마나 히트를 세게 틀어주는지 반팔만 입고,
이러자고 남의 나라 침공하는 야만국이라 비난하고 씩씩대며도,
우울한 시카고 겨울 날씨를 날려주던 더운 공기가
더없이 고맙기도 했던 그곳 삶이었습니다.
왜 굳이 돌아가려하냐,
가깝게 어울리던 미국 친구들이 그랬지요,
남들은 나오려고 애쓰는 한국을
좋은 기회를 두고 너는 왜 도로 가려느냐고.
오래 미국에서 산 한국 친구 하나는
소셜워커(social worker) 일이라면
이곳에서 훨씬 더 좋은 조건에서 할 수 있을 텐데,
사람들을 어렵게 설득해야하는 한국으로 왜 들어가냐 말렸지요.
순전히 물꼬가 있었기 때문이었고,
가족이 이곳으로 오니
기락샘도 좋은 조건을 마다하고 들어와야 했습니다.
모진 겨울 대해리에서 유달리 추위를 많이 타는 아내에게
기락샘은 자주 그러지요.
대도시가 싫으면 따뜻한 남쪽의 중소도시 외곽에 자리를 잡고
글을 쓰면 어떻겠냐 지치지도 않고 권합니다.
그것 또한 어렵지요,
순전히 대해리의 물꼬 때문에, 하하.
오랜만에 세 식구끼리만 오붓하게 모여
밤에 코미디 영화 하나 보았더랍니다.
학교에서 소사아저씨가 짐승들 거두고
물과 불을 잘 관장해주시는 덕이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