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2.20.흙날. 밤사이 눈 듬뿍

조회 수 911 추천 수 0 2009.12.30 11:35:00

2009.12.20.흙날. 밤사이 눈 듬뿍


간밤 자정까지도 오지 않았던 눈인데...
일어나니 벌써 제법 쌓였고,
아침 내내 계속 내렸지요.
온 산 온 마을 온 집이 다 묻혀버렸습니다.
늦은 아침이 되니 기세가 좀 잦아들었고,
아이랑 빗자루와 눈써레를 들고 나갔지요.
달골에 이르는 마지막 구비는 가파르기도 가파르고
해가 잘 닿지 않아 가장 늦게 녹는 곳입니다.
미리 좀 치워두면 낫다마다요.
아이는 얼굴이 발그래지고 땀까지 흘리고 있었습니다.
그에게 일이 아닌 놀이는
어느새 일인 어른이 놀이일 수 있도록 전염되고 있었지요.
아이들은 그렇게 세상을 데워줍니다.
저 아이들을 어떻게 지켜주지 않을 수가 있겠는지요.

운동장도 두껍게 눈 덮여있었습니다.
마당을 가로질러 오갈 일이 잦지요.
간장집과 본관 현관이 쓸려있습니다.
소사아저씨가 일찌감치 해두신 게지요.
아이는 장갑도 끼지 않고
거기에 더해 간장집과 교무실 사이, 본관과 바깥해우소 사이,
그리고 교무실과 교문 사이를 쓸고 있었습니다.
아이 하나 만으로도 온 학교가 소란하였지요.
일이 아이에게 다 놀이가 되었고
그 유쾌함이 어른들한테 번져갔더랍니다.

한 이틀 많이 쉬어주었더니 추위도 덜 타네요.
아, 고추장집 보일러실 온수통이 깨졌습니다.
얼었던 게지요.
그것이 대해리의 겨울입니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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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20.해날. 눈. <고속(간선)도로>

오늘은 눈이 펑펑 왔다. 그것을 예상하고 우리는 미리 어제 차를 두고 걸어서 달골을 올라왔다. 한 3~5cm정도 온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좀 편하게 다니고 안 얼게 하려고 아침부터 달골 눈이 오는데도 벽돌 타일 길을 쓸었다. 그후 엄마가 나온 뒤에는 커브길과 미끄러지기 쉬운 곳과 달골 앞마당을 쓸었다.
내려올 때 나는 눈삽을 들고 내려오면서 길을 텄다.
내려와서는 그 삽으로 작업을 시작했다. 바로 운동장에 간선도로를 만드는 일이었다.
난 먼저 젊은할아버지가 크게 뚫어놓은 길들 옆에 조그만 길을 만들었다. 그리고 새 도로를 몇 개 뚫고 간장집 가는 길과 화장실 가는 길은 크게 깔끔하게 뚫었다. 그 다음 보이는 데로 아무렇게나 길을 뚫었다. 간장집에서 사무실 가는 길, 사무실에서 부엌 가는 길, ...... 삽으로는 지나다니기만 하면 길이니까 길을 막 뚫었더니 순식간에 길이 수십 개가 됐다!
덥고 힘이 들었지만 재밌었다. 다만 다 하고 나니까 햇빛이 들어서 좀 아쉬웠다.
(생략)

(열두 살/류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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