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1. 1.쇠날. 밤사이 또 눈

조회 수 999 추천 수 0 2010.01.04 19:24:00

2010. 1. 1.쇠날. 밤사이 또 눈


눈 내리고, 그리고 쓸었지요.
새해입니다.
엊저녁부터 종일 새해인사가 이어졌습니다,
그것도 유행인갑다 싶을 만치.
잊히지 않아 고마웠습니다.

그제는 종대샘이 들어왔고
어제는 기락샘이 들어왔으며
오늘은 품앗이 소정샘과 호성샘이 들어왔습니다,
맛난 와인과 먹을거리들도 딸려서.
계자 앞, 손발 보태고 간다 한참 전부터 벼르던 걸음들이지요.
‘짬 내서 연락 드려요.
벼르고 벼르다 연락드리는 거라서 그런지
마음이 얼마나 부풀고 생각은 또 어찌나 멀리 앞서 나가는지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나가야 할지 모르겠어요.
샘, 저 물꼬가 너무 그립고 보고파요.’
작은 새해맞이 밥상이 차려졌더랬답니다.

광주의 아이 하나가 연락을 해왔습니다.
집이 없고 부모가 없는 아이이지요.
그나마 피붙이 하나 있는데,
요새는 그마저도 연락이 없다 합니다.
그들에게 물꼬는 외가인지 오래이지요.
그는 지금 그토록 기다리던 일터에 가 있습니다.
“밥은 잘 먹냐, 방은 따숩냐?”
그보다 중한 물음이 어딨을라구요.
다른 일 저치고 그의 졸업식엔 가려고
달력에 빨간 동그라미 쳐두었답니다.
졸업사진을 찍고 같이 밥을 먹고 옷 한 벌 사주는
여느 졸업생식구들처럼 하루를 보내다 오려지요.

밥바라지로 젊은이 하나 연락이 왔습니다.
재미나게도 물꼬의 메일이라면 거의 일반편지 수준인데
인연이 될라고 같은 시간대에 메일을 서로 열어두고
바로 바로 주고받으며 낼 오겠습니다 하게 되었더라지요.
첫 일정 밥바라지는 한 사람이어
품앗이일꾼 하나를 도움꾼으로 붙일 참이었는데,
마침 그가 자기 자리를 잘 찾아들게 되었답니다.

새해 아침,
물꼬의 그늘을 드리우는 분들께
홈피를 통해 새해인사도 드렸답니다.
새해, 기쁨이시길.

------------------------

2010년 정월 초하루 아침입니다.

새해 달력이 들어오고 또 들어온 섣달,
떠난 해가 2010년인 줄 알았더랍니다.
하마터면 2011년이라고 쓸 뻔하였다지요.

새날 새아침이 밝는 일이 어제는 아니었고 내일은 아니겠습니까만
한 해를 가늠해보며 몸과 마음을 곧추세우는 지점으로서의 의미는
바래지 않을 것입니다.

고맙습니다.
물꼬에 살림을 보태 ‘논두렁’에 콩 심어주시는 분들,
손발로 물꼬 살림을 살아주는 ‘품앗이일꾼’들,
영광의 이름이라 불리는 물꼬의 청소년들 ‘새끼일꾼’,
가까이서 언제나 다사롭게 안아주시는 대해리 마을 어르신들,
그리고 멀리서 온기를 더해주는 많은 선하신 분들,
그 그늘에서 지난해도 무사하였습니다.
거듭 고맙습니다.

겨울의 길고 긴 어둔 밤은
거친 산골살이에도 비로소 책을 손에 쥘 수 있게 합니다.
도서관 서가를 걷다가 별 기대 없이 잡았던,
소말리아 유목민의 딸이 기록한 그들 이야기가 퍽 인상적이었지요.
‘......엄마는 필요하지 않은 것은 가지려 하지 않았다. 옮겨 다닐 때 끌고 다니기 힘들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가족과 이야기와 가축들이다. 그것이야말로 삶의 원천이며 기쁨의 샘이다. 엄마가 가족과 친구와 가축을 돌보는 모습은 아름다웠다. 진정한 아름다움은 거울에 비춰볼 수 있는 것도, 잡지 표지에 나와 있는 것도 아니다. 그것은 삶을 살아가는 태도에서 나온다....’(<사막의 새벽;Desert Dawn>Waris Dirie)
삶을 살아가는 태도...

새해에도 우리의 삶은 계속 될 테지요.
계셔서 고마웠고,
물꼬 또한 있어서 고맙기를 바랍니다.
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

정녕 평화로우소서.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6666 4월 물꼬stay 닫는 날, 2019. 4.21.해날. 맑음 옥영경 2019-05-20 18041
6665 2012. 4. 7.흙날. 달빛 환한 옥영경 2012-04-17 8438
6664 2019. 3. 3.해날. 흐림 옥영경 2019-04-04 5932
6663 2019. 2.28.나무날. 흐림 / 홈그라운드! 옥영경 2019-04-04 5596
6662 민건협 양상현샘 옥영경 2003-11-08 5214
6661 2019. 3.22.쇠날. 맑음 / 두 곳의 작업현장, 아침뜨樂과 햇발동 옥영경 2019-04-04 5084
6660 6157부대 옥영경 2004-01-01 4870
6659 가족학교 '바탕'의 김용달샘 옥영경 2003-11-11 4750
6658 완기의 어머니, 유민의 아버지 옥영경 2003-11-06 4693
6657 대해리 바람판 옥영경 2003-11-12 4678
6656 흙그릇 만들러 다니는 하다 신상범 2003-11-07 4648
6655 뚝딱뚝딱 계절학교 마치고 옥영경 2003-11-11 4616
6654 너무 건조하지 않느냐길래 옥영경 2003-11-04 4595
6653 이불빨래와 이현님샘 옥영경 2003-11-08 4581
6652 출장 나흘 옥영경 2003-11-21 4453
6651 122 계자 닫는 날, 2008. 1. 4.쇠날. 맑음 / 아이들 갈무리글 옥영경 2008-01-08 4318
6650 2008. 4.26.흙날. 바람 불고 추웠으나 / 네 돌잔치 옥영경 2008-05-15 3895
6649 6월 14일, 류옥하다 생일잔치 옥영경 2004-06-19 3878
6648 123 계자 닫는 날, 2008. 1.11.쇠날. 맑음 / 아이들 갈무리글 옥영경 2008-01-17 3795
6647 6월 18일, 숲 속에 차린 밥상 옥영경 2004-06-20 3789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