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6 계자 여는 날, 2010. 1.10.해날. 맑음

조회 수 983 추천 수 0 2010.01.14 23:30:00

136 계자 여는 날, 2010. 1.10.해날. 맑음


< 빈 속틀로 맞은 아이들 >


산골에서 얻기 힘든 유기농산물이
아이들보다 먼저 닿았습니다.
여름이고 겨울이고 몇 차례 이미 닿았던 적이 있던 바닷것들이지요.
계자에 댁의 아이들이 와 있든 있지 않든
이곳 아이들 거둬 먹이라고 보내주시는
서울의 어느 어른의 마음입니다.
그것 또한 이번 계자를 도울 좋은 기운 하나일 테지요.

역으로 몇이 아이들을 맞으러 간 사이
남은 이들은 공간 한 곳 한 곳 다시 손을 댑니다.
먼저 와 있던 부선 예현 인영이 손을 보탰지요.
음악을 틀고선 청소를 했다는데,
정말 모르는 노래가 없더라나요, 춤까지.
같이 빗자루를 들었던 샘들은
가요보단 동요를 즐겨 불렀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조금의 아쉬움이 남기도 하더랍니다.

서영이가 데려다줄 이가 없어 빠지고
늦게 신청했던 진호가 못 오게 되었고
연정이가 아침부터 열이 나고 토해 광주일행에서 빠졌습니다.
그리하여 서른이던 아이들 가운데 스물일곱이 들어섰고
그 가운데 스물다섯이 아는 얼굴이니
겨우 둘이 새로운 얼굴이었지요.
그마저도 한 아이는 오랜 인연인 아이의 이웃집 아이이고
다른 아이는 계자를 온 아이의 동생입니다.
이런 계자가 다 있네요.
하기야 다른 때도 왔던 아이들이 열다섯과 스물 사이에 이르기는 한데
전체 비율로 따지자면 거의 모두가 온 아이들이 되는 계자인 건 처음입니다.
거기다 4학년 이상 고학년이 스물,
어린이집 다니는 일곱 살 아이부터 초등 저학년이 일곱,
정말 재밌는 계자가 아닐지요.
그들을 둘러싸고 열넷의 어른(새끼일꾼 셋 포함)이 함께 합니다.
왔던 아이들이 많으니 맘껏 놀 줄 아는 반면,
흐름을 알고 있으니 방만할 수도 있진 않을까,
규모가 적으면 개별의 특성이 많이 드러나
외려 어렵기도 하더란 예년의 경험에서 얼마나 다를까,
퍽이나 궁금한 계자이기도 하답니다.
‘익숙하듯 쑥스럽듯 서로 함께 반겨주며 물꼬에 입성하는 순간이 가장 감동스런 순간이었다.’(예지샘의 하루정리글 가운데서)
역에 나가셨던 샘들도 아이들과 소풍가는 느낌이었다 합니다.

텅텅 빈 속틀이 아이들 앞에 있습니다.
같이 채우려지요.
왔던 시간들을 되짚어보기도 하고
지난 계자 속틀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그리고 저들 의견을 들었지요.
저리 하고픈 게 많으면 여기 한 달이고 두 달이고 있어야 할 판입니다.
샘들과도 머리를 맞댄 뒤
낼 아침 아이들이 눈을 뜰 땐 새로 마련된 속틀을 붙여준다 하였답니다.
앞으로 보낼 시간을 그리 같이 결정하고 서로를 소개한 ‘큰모임’ 뒤
‘고샅길’에 나섰습니다.
골목골목 기웃거리며 얽힌 이야기들도 듣고,
마을 예제 이 애들 새로 왔으니 잘 지내다 가 달라 인사시킨 게지요.
돌아온 끝은 운동장 눈밭 위에서의 눈싸움이었습니다.
무슨 대전(大戰)에 다르지 않았다나 어쨌다나요.

저녁 설거지부터는 아이들이 하지요.
중 1 순진, 동생들이 힘들어하니
마지막은 혼자 하겠다고 모둠아이들을 내보냈습니다.
배운 대로 하지요.
물꼬 영광의 얼굴인 새끼일꾼들이 하는 걸보며
고스란히 배운 걸 겝니다, 그가 가진 품성도 그러하지만.
샘들이 마무리 할 적, 밖에서 놀던 5년 윤정이가 앞치마를 매네요.
자기는 잘 놀았으니까, 샘들 힘드시니까,
도와준다고 들어갔습니다.
이 아이들을 보며 다른 아이들이 그리 또 할 것입니다.

‘한데모임’에서는 첫날의 소회를 나누고,
말하고 듣는 법, 모두가 동의하는 방식에 이르는 법과
손말을 익히고
지난 한 해를 돌아보며 절기에 따른 춤명상을 한 다음
고래방을 건너갔지요.
대동놀이에 대한 열광은 참 변하지도 않습니다.
기차도 타고 학교종도 울리고
온 고래방을 데굴데굴 알알거리며 기어다녔더랬답니다.

아이들에게 동화를 읽어주고 모인 ‘어른 하루재기’.
한결같이들 며칠 보내고 낼 가는 느낌이라고들 하였지요.
‘마치 3~4일 된 것 마냥 다들 잘 지내서 보기 좋더라구요.
안면이 있는 아이들이 많았는데 성장해온 모습이 대견했어요. 육체적으로나 정신적, 심적으로나 성장한 모습을 보면서 훗날 저 아이들이 새끼일꾼이 되고 품앗이가 될 테니 물꼬의 앞으로의 미래도 밝을 거 같아요!’(아람형님의 하루재기 글 가운데서)
‘저녁을 먹고 노래 부르는 시간, 어렸을 때 물꼬에서 들어본 노래들이 몇 개 있어서 반가웠다. 수화는 처음 배우는 것이어서 어려웠다. 춤명상 후 강당에 모여서 아이들과 한바탕 뛰놀았음. 아이들이 초롱초롱한 눈으로 집중하는 모습이 너무 예뻤고,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니 기분이 좋았다.’(초록샘의 같은 글에서)
‘오늘 하루를 생활하며 느꼈던 학급운영에 대한 좋은 경험들 잘 새기겠습니다.’(주현샘의 같은 글에서)
‘우리 아이들과는 형식적 틀에 따르는 순간보다, 짜여지지 않은 순간순간이 너무 소중하고 귀하다...... (oo과 함께 설거지를 하며)일상적으로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칭찬을 해주고, 특히 식당쌤이 즐겁게 놀아주셨지!...... 못한다, 못한다, 무반응은 아이에게 독이 되나 작은 장점 하나 찾아주고 작은 도움에 감사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큰! 특히 오늘 oo에게 는 ‘물꼬의 선물’이었지 싶다.’(예지샘의 같은 글 가운데서)
‘네... 모처럼 아이들을 오랜만에 만나서 즐거운 하루를 보냈습니다. 뭐랄까요... 시험 때가 올수록 물꼬를 더 많이 생각하게 되는, 바쁠수록 더 생각하게 되는, 그런 것 같다는 태우형님, ’ 아이들이 오고, 또 샘들도 바빠지고, 너무 즐겁고 좋네요. 내가 물꼬에 안왔으면 어떻게 됐을까, 라고 바쁜 시간들 사이에 문득 생각도 해’보기도 했다 합니다.
아침에 일어나 따뜻한 물에 씻으며 고맙고
금방 빼온 떡을 먹으며 간식에 고맙고
‘눈싸움도 집에 있었다면 그리 눈을 많이 맞을 수 없었을 거’라던 휘령샘,
‘다만 제 눈에 좋게만 보이지 않은 아이들을 나쁘게 생각한 것 반성하면서 내일은 더 아이들의 편이 되리라 다짐’한다 했지요.

진지하게 자살하고픈 게 소원인 아이가 있습니다.
그가 옥상에서 떨어지고 싶지 않아지는 한 지점에
물꼬가 있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오직 온 마음으로 섬기며 보내겠습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sort 조회 수
2186 2010. 1.29-31.쇠-해날. 맑음-흐림 옥영경 2010-02-13 916
2185 2010. 1.26.불날. 맑음 옥영경 2010-02-13 920
2184 2010. 1.27.물날. 싸락눈 옥영경 2010-02-13 910
2183 2010. 1.25.달날. 맑음 옥영경 2010-02-13 911
2182 1.22.쇠날~ 1.24.해날. 맑음 / ‘발해 1300호’ 추모제 옥영경 2010-02-02 933
2181 2010. 1.20.물날. 비 옥영경 2010-02-02 913
2180 2010. 1.21.나무날. 맑음 옥영경 2010-02-02 977
2179 2010. 1.18.달날. 맑음 옥영경 2010-02-02 857
2178 2010. 1.19.불날. 맑음 옥영경 2010-02-02 873
2177 2010. 1.17.해날. 맑음 옥영경 2010-02-02 937
2176 2010. 1.16.흙날. 맑음 옥영경 2010-02-02 997
2175 136 계자 아이들 갈무리글 옥영경 2010-01-22 1138
2174 136 계자 닫는 날, 2010. 1.15.쇠날. 맑음 옥영경 2010-01-22 1037
2173 136 계자 닷샛날, 2010. 1.14.나무날. 이른 아침 잠깐 눈 다녀가고, 아주 가끔 해가 가리기도 옥영경 2010-01-22 1141
2172 136 계자 나흗날, 2010. 1.13.물날. 맑음 옥영경 2010-01-20 1005
2171 136 계자 사흗날, 2010. 1.12.불날. 아침에 밤에 눈싸라기 옥영경 2010-01-20 1333
2170 136 계자 이튿날, 2010. 1.11.달날. 흐림 옥영경 2010-01-17 1338
» 136 계자 여는 날, 2010. 1.10.해날. 맑음 옥영경 2010-01-14 983
2168 2010. 1.9.흙날. 맑음 / 136 계자 미리모임 옥영경 2010-01-14 1003
2167 135 계자, 아이들 갈무리글 옥영경 2010-01-13 1055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