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1.20.물날. 비
봄밤에만 잠을 뒤척이는 게 아니더이다.
날 풀려 지붕에서 녹아내리는,
그리고 퍽퍽 나뭇가지에서 떨어져내리는 눈소리로
봄밤마냥 돌아눕는 간밤이었답니다.
그예 비가 되데요.
오늘은 종일 비 내렸습니다.
운동장은 미처 빠지지 못한 물로
얕은 호수였습니다.
대한,
한 해 가운데 가장 춥다지만
언제적부터인지 소한보다 덜하다지요.
정말 쉬 넘어가네요.
공동체식구들이 죄 읍내 나갔습니다.
계자를 할 땐 장을 보러 나갈 때를 빼면
꼼짝 못하고 산골에 묶여있지요.
그래도 지난 해에 이어 올해는
계자가 두 차례만 있어 암시렁도 않게 넘긴 날들이었답니다.
목욕탕도 가고 도서관도 들리고
소사아저씨 보약도 한 재 지어드렸습니다.
당신이 계셔서 물꼬의 허드렛일을 다 하시지요.
젤로 챙겨야할 분인데,
사는 일이 어디 늘 마음만큼 되던가요.
아이들집으로 계자후 통화가 저녁마다 이어집니다.
기분이 참 좋아집니다.
그 아이들이랑 만든 천국, 혹은 정토에 대한 기억으로
한동안을 살아낼 것입니다,
물꼬의 오랜 세월이 그러했듯이.
저녁답에는 대전에 넘어갈 일이 있었습니다.
돌아오는 밤 계곡길,
비 그치고 밤안개 자욱했지요.
차 불빛에 의지하며 한치 앞만 보이는 길을
엉금엉금 기었습니다.
길이 어두울 땐 스스로 빛을 내며 달려야하리,
그러다 가로등을 만나기도 할 테지,
그땐 한숨 돌리며 다시 길을 잡아 나갈 테지,
그런 생각 휘돌았더랍니다.
김미순샘과 통화가 있었습니다.
계시는 시(city)와 웃음치료프로그램, 그리고 물꼬가 어우러진
달마다 1박2일 한 차례의 프로그램을 만들어보자네요.
일단 그쪽에서 시의 지원을 의뢰하고
차량 한 대(그러면 딱 물꼬의 계자 덩어리랑 일치합니다) 규모로
그림을 그려보기로 합니다.
신학기 다시 조율키로 하였지요.
재밌겠습니다.
혼례초대장이 하나 닿았습니다.
얼마 전 전화도 왔더랬지요.
계절 자유학교가 일백서른여섯 차례를 건넜습니다.
처음이 있었겠지요.
1994년 여름 서른 한 명의 어른들과 여든일곱의 아이들이
설악산에 들었더랬습니다.
현철, 헌수, 승아, 현아, 영수, 승윤, 민수, 대웅...
그러니까 보배라면 바로 그 원년멤버에 속합니다
(사실 보배는 그 뒤에 왔지만
원념멤버들과 금새 교류가 있었던 터라 그에 다름 아니었지요.)
이네들은 신림동에서 목동에서 방이동에서
주에 한 차례씩 글쓰기모둠을 3년 여 함께 하기도 했더랬지요.
중고등학교를 다니던 시절 해마다 2월이면 대성리로 떠나
한 해 동안 산 날들을 정리하고
새해를 더 열심히 살자 다짐도 하기도 했습니다.
세 해 동안 세계 여러 나라의 공동체를 도는 동안
모임이 더 이상 이어지지 못했지만
정말 오랜 시간을 물꼬와 함께 보냈던 아이들이었댔지요.
그래도 간간이 저들끼리 소식을 주고 받고
그 소식을 산골까지 전해주고는 하였더이다.
지난 해 봄이던가요,
서울 강의하러 갔던 때,
용케 그곳까지 찾아온 대여섯을 볼 수 있었더랬습니다.
세온, 영수, 승윤, 희정, 대웅, 문달, 민수, 송이, 형주, 창민, ...
그들이 올해 스물여덟에 이르렀습니다.
보배가 혼례를 올린다네요.
덕분에 모다 모이기로 하였답니다.
"무엇보다도 좋은 인연 만들어주셔서 감사해요.
일년에 두세 번씩 만나서 안부를 묻고 술 한잔 하며
항상 좋은 인연에 서로 감사하고 있습니다."
보배가 보내온 편지의 한 구절이랍니다
고맙고 고마운 인연들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