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1.25.달날. 맑음

조회 수 910 추천 수 0 2010.02.13 12:59:00

2010. 1.25.달날. 맑음


비어있었던 주말 큰 어르신이 다녀가셨답니다.
오랜 시간 물꼬에 큰 힘이 되어주는 기업가이십니다.
달골에도 가니 문 굳게 잠겼더라나요.
때마침 소사아저씨조차 학교 안에 없었던 모양입니다.
먹을 걸 잔뜩 실어왔다 되실어 가셨다지요.
문 앞에 두어도 되고,
가마솥방에 들여놓아도 되련만
도시에서 사는 당신께는 아무래도 걱정이셨을 겁니다,
값비싼 물건들이 다른 사람 손이라도,
혹은 산에서 내려온 짐승들 발이라도 탈까 봐.
대구를 다녀가신 걸음이셨다 합니다.
지나는 길이셨다지만
맘 크게 먹고 들어와야 하는 구절양장아니던가요.
고맙습니다.

겨울계자를 지낸 뒤란 보일러실도 정리합니다.
여간해서 쓰일 일이 없지요.
소사아저씨는 목공실 정리가 한창입니다.
따숩자고 짚도 깔아두고
아이들이 훑고 지나간 자리 정신이 없지요.

사람이 살았던 흔적은 어찌 그리도 긴지요.
오랫동안 비워두었던 집을 살겠다고 이것저것 덧대다보니,
또 산골 추위를 지나자면 얼마나 싸고 또 쌌을까요,
이래저래 붙은 물건들이 많기도 하였습니다.
학교가 앞뒷마을에 하나씩 갖고 있었던 농가 둘 가운데
남은 하나 이야기입니다.
곶감집이지요.
오늘은 식구들이 땔감들을 옮겼답니다.
장작이야 그 댁에도 쓸 것이라 넘기면 되지만
잔가지들은 집을 돌아가며 잘도 쌓아두었던 것들이지요.

황간의 광평농장에도 다녀왔습니다,
유기농 사과즙과 사과를 실으러.
한살림생산자모임 회장 조정환님댁입니다.
어렵게 지은 농산물이 썩어나가는 걸 보며
작년부터 손을 좀 보태고 있었지요.
구절초차와 모과차를 주셨습니다.
늘 얻어오는 게 더 많은 걸음입니다.
현옥샘의 다사로움이 적지 않은 그늘이 됩니다.
후덕하신 분이 곁에 가까이 계시니 얼마나 고마운지요.

오늘부터 닷새 동안 면소재지에서 컴퓨터특강이 있습니다.
읍내에서는 달포동안 여러 가지 일정을 진행하나
길도 길이고 시간도 시간이어 좀체 짬을 내기 쉽지 않더니
이렇게 가까이서 개설을 하니 걸음하게 됩니다.
간단한 몇 가지를 익힌다지요.
작년에도 사람들이 모였다는데,
올해 소식을 들었습니다.
마침 아이도 좀 배웠으면 싶던 참이지요.
하기야 요새 아이들이야 굳이 어디 배워야 하던가요.
그 차이를 한 어른은 이리 말씀하신 적이 있답니다.
“요새 애들은 우리랑 종(種)이 틀려.”
생전 다룰 일 없어도 에미가 무언가로 헤매면
와서 해결해주는 이가 녀석입니다.
이장님도 모시고 갔지요.
열다섯이 정원인데 마침 자리 하나 남았다 하기
지난 쇠날 얼릉 이장님 함자를 올렸더랬답니다.
“학교(물꼬)에서야 이런 거 다 알지, 뭐.”
“하는 사람이야 알까 모르는 사람은 또 몰라요, 이장님.”
아침 같이 마을을 나섰습니다.
오전 세 시간씩이랍지요.

기락샘이 들어왔습니다.
한 주를 묵었다 돌아갈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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