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2.14.해날. 맑음

조회 수 947 추천 수 0 2010.02.27 00:00:00

2010. 2.14.해날. 맑음


설 아침입니다.
달골에서 내려오기 전
건너 산을 바라보며 잠시 섰습니다.
눈이 없는 남도에 있던 외가에서 어린 날 본 달력 그림처럼
눈에 묻힌 산골마을!
30년도 훨씬 더 된 그 정월 그림은
알게 모르게 제 삶에 큰 영향을 끼쳤고
지금 꼭 그 같은 풍경 속에 살고 있지요.
그래서 아이들이 만나는 문화는 중요한가 봅니다.
그 아이의 삶의 방향을 이끌 수 있으니 말입니다.
하기야 무엇이 그렇지 않을까요.

세배를 합니다,
아이가 어른에게, 어른이 아이에게, 어른이 어른에게.
서로 다사로운 한 해를 기약하며 덕담을 나누고
새해가족회의도 열었지요.
각자의 바람을 꺼내고 기운을 모아주었습니다.
잘 될 겁니다.
잘 될 거라고 생각하는 건 중요하지요.
좋은 기분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밝은 힘들이 그리 함께 하면 삶이 양지로 가기 훨 쉽다마다요.

“어!”
밤, 달골 하늘방에서 책을 읽고 있던 참인데,
갑자기 불이 툭 꺼졌습니다.
내다보니 다른 방들은 괜찮았지요.
수명을 다한 겁니다.
그만큼 시간이 흐른 게지요.
2006년 봄을 열며 쓰기 시작했으니 다섯 해에 들어선 집입니다.
비우는 날들도 적지 않지만 세월 그리 간 게지요.
그것 아니어도 자주이지만
함께 했던 아이들이 더욱 떠올랐네요.
더 많이 사랑하지 못했음에 아립니다.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유죄!’
그러게요, 그러게요.
언제나 ‘지금’ 사랑할 것!

설을 쇠러 오기로 했던 이들 가운데
광주의 세아, 세훈이가 못 오게 됐습니다,
차표까지 끊어두고.
멀미가 심한 세아가 그 먼 길이 엄두가 안 나는 겁니다.
장성에서 광주에서, 서대전에서 대전으로 다시 영동역으로,
영동역에서 대해리로...
마침 엊그제 보기도 했던 참이구요.
추석에는 꼭 오마 하였답니다.

묵은해를 삶습니다,
행주처럼 앞치마들을 죄 삶았지요.
그믐에 했더라도 좋았겠지만
설 첫날에 하는 것도 나쁠 것 없지요.
묵은 때를 떨어내고 말개진 앞치마처럼
새날들이랑 그리 싱싱하게 지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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