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2.17.물날. 맑음

조회 수 809 추천 수 0 2010.02.28 02:51:00

2010. 2.17.물날. 맑음


사람도 쉬 변치 않고
그가 입는 옷 스타일도 여간해서 달라지지 않지요.
아이랑 나이가 같은 스웨터가 있었습니다.
치마와 함께 외출복으로 아주, 아니 거의 유일하게 입고 나서던 옷이었지요.
자주 같이 입던 치마 하나는 두어 해전이던가 순천만 갈대밭을 거닐 적
그만 축 처져 찢어졌더랬습니다.
그러도록 입을 만치 딱 제(자신의) 옷이나 싶은 것들이 있지요.
한 겨울만 빼고 내내 입고 다니던 옷이었으니
십년 넘어 되어도 어마어마하게 자주 입어낸 것이지요.
그 치마는 다행히 대체해주는 다른 치마 하나 있어 입고 다니는데,
그와 함께 짝을 맞춰 입고 다니던 스웨터는 너무 많이 바랬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이모넬 들렀스빈다.
“(옷이) 예쁘네. (아래 위가) 잘 어울리고. 그런데 너-무 낡-았-다!”
그 순간 옷을 보니 정말이지 낡았습디다.
팔굼치는 겨우 겨우 선을 유지하고
소매는 너덜거리고
옷단은 한참을 말려 올라가 있고...
집에 돌아와 이제는 외출복으로 아니 입어야겠다 하고
빤 뒤 오늘부터 집에서 입는 옷으로 입었더란 말입니다.
헌데, 소매 끝이 풀려나가고 팔꿈치가 축축 아래도 내려앉습디다.
신기했지요.
물건도 견뎌주는 겁니다.
외출복일 땐 외출복으로 견뎌주더니
집에서 입자 결정하고 나니 저도 긴장을 풀며
그리 올올이 풀어내버리고 있었지요.
퍽 오래 가깝기도 가까웠던 인연이었네요.
고맙습니다, 견뎌준 그가.

오래 이곳에 뿌리를 내리고 있으니
때가 되면 긴 시간 뒤 스쳐간 사람들의 소식이 들기도 합니다.
인화샘이 연락 주었습니다.
아이랑 제가 한국을 떠나 있던 때
이곳을 지켜주었던 이들 가운데 하나였지요.
돌아온 뒤에도 계자에서 몇 차례 얼굴을 보았더랬습니다.
그 사이 혼례도 올리고 1주기가 됐다나요.
박사과정을 한 학기 남겨놓고 있었습니다.
대학에서 강의도 하고 있데요.
폭풍 같은 한 학기를 보내고
여름쯤에는 신랑이랑 인사를 올 수 있겠다 합니다.
그립습니다.
기다리겠습니다.

이분선 할머니의 2차 치료가 있었습니다.
“미안시러봐서...”
있는 약 잠시 바르는 것이나
신경 쓰이게 하는 거라고 여간 미안해하지 않으십니다.
손님을 치르는 것도 아니고 그럴 게 뭐랍니까.
“며칠 더 치료합시다.”

멀지 않은 대학의 간호학과 학생들이 왔습니다.
약속을 했던 건 아니고
이 추운데 뭘 좀 알아보느라고 돌아다니고 있는 것을
아이가 데리고 들어온 것입니다.
차 한 잔 마시고 몸 데우고 가라 하였지요.
사흘 애를 먹이던 난로의 연탄불이 겨우 붙어 다행이었습니다.
그런데 모꼬지 장소를 찾아다니는 모양인데,
백여 명을 다 수용할 데가 영동권 안에서 쉽잖은 모양입니다,
그것도 밥을 해먹으면서.
그런데도 백만 원을 넘어주어야 한다지요.
물꼬 공간을 빌려주면 어떻겠냐 조릅니다.
“안돼요. 사람이 움직이려면 적정선, 인간적 규모란 게 있잖아.”
하지만 찾다가 찾다가 안 되면
그때는 어떻게든 구겨서 예 지내보겠다 합니다.
아이가 아주 영업사원이었지요.
“우리는 그러면 절반만 받아.”
두어 군데 소개도 해주었습니다.
“제가 보기엔 저희는 아무리 늘여 잡아도 예선 70명이 한계선이에요.”
정히 안 될 때 마지막 대안으로 잡아라 합니다.
그런데, 사람의 마음이란 들고날 때 마음이 다른 법이지요.
강당이 너무 춥다 하면 ‘괜찮아요, 붙어서 앉으면 돼요.’,
화장실이 불편하다면 ‘뭐 잠시인데요.’,
씻기도 어렵다 하면 ‘아무도 안 씻어요.’ 하지만
처음에 다 괜찮다는 것이 나중에는 문제가 됩디다.
오래전 한 귀농모임 카페에서도 돌아가며 썩 편치 않았던 적 있었지요,
일을 진행한 이에게 분명히 전달한 것들이
나중에는 그가 쏙 빠지고 처음 했던 이야기가 문제가 된.
만약 이번에 공간을 외부인이 쓰게 된다면
몇 가지를 문서화하는 건 어떨까 싶데요.
여튼 서로에게 도움이 된다면 좋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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