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2.18.나무날. 맑음

조회 수 1004 추천 수 0 2010.02.28 02:51:00

2010. 2.18.나무날. 맑음


마을 할머니 두어 분으로부터 설 인사를 받았습니다.
강정에다 소주를 들고 오셨지요.
고맙다셨습니다.
아주 가끔 짬날 때 밥을 나누고,
힘을 쓸 일이나 문제가 생기는 일에 달려가는
물꼬 식구들에 대한 고마움이었습니다.
우리가 더 고맙지요.
그 그늘에서 잘 살아왔고 살아가니 말입니다.

한 새끼일꾼의 보호자로부터 전화를 받습니다.
조카인 게지요.
그래서 더 반듯하게 키우고 싶으실 테고,
그 무게 또한 어쩌면 제 부모보다 클 겝니다.
물꼬랑도 인연 한참이지요.
그 아이를 보아왔던 시간만큼
뭐라도 들려줄 만한 이야기를 찾고 들려드립니다.
그와 같은 시간을 보내는 다른 새끼일꾼들 모습도 전해드리지요.
얼마 전 겨울계자를 끝내고 받았던
새끼일꾼 연규의 글도 한 부분 옮겨드렸습니다.
'(생략)소박함'을 배우면서 고등학교도 좋은 외고나 자사고 갈 거 없이 지윤언니처럼 OO학교(*대안학교) 가고 싶고, 희경샘, 민우샘, 진주샘, 희중샘처럼 영동대 다니면서 물꼬 계속 오면서 그렇게 소박하게 살고 싶어졌어요. 옛날에는 유학 가서 열심히 공부해서 성공해야겠다, 돈 많이 벌어야지, 이런 생각이었는데 부유하면 뭐하나요... 마음이 유해야 행복한 것인데... 물꼬에서는 에어컨, 난방, 선풍기 등등 집에서는 꼭 붙들어놓고 사는 것 하나 없지만 모두들 행복하게 서로 부대끼면서 잘 지내고 가잖아요. 그게 너무 좋습니다.
(생략) 물꼬에 있으면 너무나 행복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티비도 없고 맛있는 치킨피자도 없었는데...’
아이 하나를 놓고 서로 귀를 기울이는 일,
얼마나 귀하더이까.
늦은 밤 고마운 시간이었습니다.

벗 같은 논두렁 한 분과도 통화를 합니다.
대보름을 같이 보내기로 하지요.
한 해 두어 차례 그리 얼굴 보고 사는 것도 참 좋습니다.
마침 그때 서울서 오래전 가르쳤던 제자들 몇 내려옵니다.
같이 달맞이를 하고 달집 태우는 곁에서 악을 울려도 좋겠습니다.
젊은 한의사들이 산오름을 위해서도 온다 했지요.
작으나 잔치가 되겠습니다.

“누가 미국을 다녀오면서 다이어트에 좋다는 걸 선물했는데,
그걸 딸에게 줬거든요.”
그런데 그게 좋았던 모양입니다.
그 딸, 어미에게 그거 더 구해줄 수 없겠냐 물었다지요.
그런데, 퍽이나 재밌습니다.
‘먹어서’ 불어난 몸을 줄이겠다고 하는 것도 ‘먹는’ 방법이니 말입니다.
우리 사는 꼴새가 그러합니다요.

저녁 6시 채식식당 러빙헛에서 생명평화모임.
정봉수 손석구 이영현 최아선 류옥하다가 함께 했습니다.
조금씩 농사가 시작되고 있었지요.
봄이 대문 열고 들어선 겝니다.
정봉수샘의 발제.
자꾸 머리만 키우는 세상에 대한 개탄,
삶을 살아야 한다는 외침이셨습니다.
대해리 들어설 즈음, 정봉수샘이 전화주셨습니다,
오늘은 잘 들어갔냐고.
지난 생평모임을 끝내고 오며
살짝 언 얼음 위를 차가 미끄러져
망가진 차가 한 주나 병원 입원했던 일이 있었지요.
네, 오늘은 무사히 대해리 들어섰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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