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2.25.나무날. 비
봄비내립니다.
어느 시인은 ‘저처럼/종종걸음으로’
자신도 누군가를 찾아 나서고 싶다던 그 봄비입니다.
시 제목은 ‘비’였던 듯한데
그 비라면 분명 봄비이겠다 하지요.
성급한 개구리들 폴짝거리고 있었습니다,
아직 경칩 먼데.
아고, 저것들이 닥칠 꽃샘추위를 견뎌주려는지...
지역도서관 분들과 자리 함께 했습니다.
산골 아이에게 학교이고 때로 휴게실이며
보육실이고 제 작업장이 되어주기도 하는 곳입니다.
새 학기가 오고 있고
자리를 옮기는 분들이 계셔
이러저러 인사도 하는 점심 밥상이었지요.
마침 물꼬에 ‘작은문고’를 설치하게도 되었습니다.
도서관의 책 일부가 한 달 동안
이곳의 도서관으로 옮겨오는 겁니다.
물론 그 책은 달마다 교체되지요.
주마다(한주를 연장할 수는 있지만) 개인당 세 권을 빌리던 책을
짧은 기간의 반납에 대한 부담 없이,
또 책 양도 충분하게 읽게 되었답니다.
대보름 장을 봅니다.
겨울을 나며 지난 해 말려두었던 나물들도 바닥이 났지요.
오래전에 가르쳤던 제자들도 오고, 멀리서 벗도 오고,
부산서 젊은 한의사들도 다녀갈 것입니다.
나물이며 넉넉하게 준비하고
달떡을 만들어보겠다 앙꼬로 쓸 것들도 찾아다녔지요.
조카를 키우고 있는 분과 통화를 합니다.
널리 알려진 한 공립 대안학교에
오랜 세월 적을 두기도 하신 분입니다.
그 아이는 물꼬에서 어린 날의 긴 시간을 보냈고
새끼일꾼으로 와서도 제 몸과 마음 잘 쓰다 갔지요.
아이 커나가는 동안 서로 마음만 있다가
근래 몇 차례 긴 얘기가 오갔습니다.
전화라는 것이 필요한 얘기만 하기가 쉽더니
오늘밤도 작정하고 늦은 밤 통화가 길었지요.
우리가 우려하는 것보다
아이들은 훨씬 잘 자라고 있다는 얘기쯤이었겠네요.
고마운 인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