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3. 4.나무날. 비

조회 수 899 추천 수 0 2010.03.21 14:03:00

2010. 3. 4.나무날. 비


종일 부슬부슬 내리는 비입니다.
여긴 농부네에 다름 아니지요.
비 오니 안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합니다.
희중샘이 교무실 일을 돕지요.
빈들모임과 대보름 잔치했던 사진들이며
계자를 다녀간 이들의 평가글들도 한 곳으로 모았습니다.
오후엔 먼지 풀풀 털어냈지요.
교무실 청소는 아이 몫이었는데
그가 없으니 제 몫이 됩니다.
걸레질을 하며 아이가 또 그리웠습니다.
그에게도 제게도 분리연습일 수 있겠습니다.
누구는 날마다 떠나보내기를 연습해도 어렵다데요.

달골 창고동에 난방유를 채웁니다.
아무래도 다른 대안을 마련해야겄습니다.
이제 얼어 터져버려 공사를 해야 하지는 않지만,
이렇게 되면 버리는 에너지가 너무 크지요.
그건 구체적으로 돈을 허투루 쓰는 걸 의미하기도 합니다.
아래 난방공간들처럼 강제순환 방식을 고르거나
부동액을 넣거나 관의 물을 빼거나
어느 쪽으로든 결정을 해야 합니다.
고민 크네요.

기름을 넣어주러 온 총각이랑
식구들이 차 한 잔 합니다.
대처나간 다른 젊은이들보다 알짜랍니다,
집에서 다니니 밥이며 잠자리며 따로 돈 들 일 없으니.
그러는 사이 7년여 흘렀습니다.
머잖아 식당을 차릴 거라던가요.
좋은 인연들입니다.
특히 아이에게 가끔 친구가 되어주기도 한 그였습니다.

오랜 품앗이 하나랑 통화할 일이 있었습니다.
그가 고 3일 때 맺은 인연이었고
대학을 길게 다닌 그의 방학을 이곳에서 다 채웠습니다.
실제 물꼬를 십여 년 끌고 간 그였다 해도 과장이 아니지요.
제가 아이랑 다른 나라를 떠돌고 있던 시간도
그가 물꼬에서 큰 몫을 해냈습니다.
지난 겨울은 마침 계자에서 필요한 물건이 있었는데
그에게 급히 도움을 청했더랬지요.
고마움에 인사 하러 이곳저곳 물건 보내는 차에
그에게도 주소를 물으러 한 전화였습니다.
그런데 뜻밖에 대보름잔치 소식을 전해옵니다.
물꼬에도 대보름잔치 했는데 나중에야 소식 알았다며
그때 먼저 손 보태기로 한 다른 곳 있어 못 갔다 미안해합니다.
물꼬에서 분가해 학교를 여는 데였지요.
그럴 게 무에 있겠는지요,
다 다 제 몫으로 살고 제 길로 가는 것 아니겠는지요.
그곳과 그의 관계는 또 그의 삶의 소중한 관계 아닐지요,
이곳과 그의 관계가 그러하듯이.
그저 각 관계들에 충실하면 될 일이겄습니다.
“별게 다 미안타.”
착한 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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