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3.21.해날. 황사
거친 바람, 뿌연 하늘로 맞는 춘분입니다.
지난해엔 수선화가 벌써 피었더랬는데...
봄이 퍽 더딘 해이네요.
강한 바람이 계속 되는 속에
식구들은 닭장 앞과 대문 앞 도랑을 쳤습니다.
그리고 수행하고 있는 젊은 친구들이
영동읍내 나들이를 다녀왔지요.
“우리도 이런 자연이 좋아. 안면도를 간 적이 있는데, 아, 좋더라구.
그런데 딱 5일이 좋아. 그 이상은 견딜 수가 없어.
왜냐하면 우리는 유흥시설이 있어야 되거든.”
언젠가 방송국에서 촬영팀이 왔을 적
차량을 운전하던 아저씨가 하신 말씀이십니다.
도시에서 온 이들이 예 와서 견디기 어려워하는 한 가지가
고즈넉함이라지요.
젊은이들에겐 더하지 않을지요.
노래방에 당구장에 시장국밥에 가게들을 훑고 돌아왔답니다.
“물꼬에서 지내는 동안
자기 의사를 뚜렷하게 표현하는 수련이 되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후배들을 이끌고 다녀온 희중샘이 그랬습니다.
이제 스물이니 뭘 해야 할지 생각해야 한다는 조언도 덧붙였지요.
좋은 선배노릇을 하고 있네요.
저녁엔 그들이 사온 고기를 구웠습니다.
아무래도 이곳 밥상에선 귀하니 그간 아쉬웠던 게지요.
마치 종대샘이 싣고 다니는 집짓는 도구들을
부려놓으러 왔습니다.
그는 사람들을 유쾌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지요.
즐거운 저녁 밥상이었답니다.
간밤 3시 멀리 가 있는 아이가 전화를 했습니다,
목이 아파 저녁도 안 먹고 잤다고,
그러다 잠이 깼다고.
한밤엔 걸려오는 전화를 잘 받지 않는데,
설핏 깨 얼른 받았습니다.
잠결에 “엄마!” 소리가 들린 게지요.
‘무식한 울어머니’도
얼마나 많은 날을 그리 부르는 소리에 깼을 것인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