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4. 3.흙날. 맑음

조회 수 931 추천 수 0 2010.04.18 12:14:00

2010. 4. 3.흙날. 맑음


더디나 봄입니다.
서서히 밭에 놓을 묘종들을 내야지요.
포트에 옥수수이며 단호박이며 일반호박 독일호박을 심을 준비를 합니다.
오후에는 식구들이
고래방 뒤란 쌀곳간 옆을 채워내지요.
된장집에서 고추장집에서
그리고 가마솥방과 책방과 교무실에서 나온 연탄재들이
거기 산처럼 쌓였고
요긴하게 쓰라고 보내왔던 빠레트(공사장에서 받침목으로 쓰는)가
이제는 낡아 땔감으로 쓸 수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그걸 죄 치워내고 곁의 연탄재를 깔았답니다.
효소저장 장독대가 될 것이지요.
‘...솔직히 처음에는 너무 기운이 없었는데 하다보니까 재미가 있어서 열심히 했습니다. 류옥하다가 일만의 재미가 있다고 했던 얘기 저도 동감입니다. 일하는 건 적응만 하면 재미있는 게 많은 것 같아요. 장독대 만드는 일도 처음엔 너무 힘들고 머리엔 자꾸 싫은 생각이 났는데, 삼촌이 이 일이 2년 전부터 벼르고 별렀던 일인데 드디어 한다고 하시니 뭔가 굉장히 인정받는 기분이 들면서 기분이 확 풀리는 거예요...’(선아샘의 방문자일지에서)

남도를 갑니다.
이번주 가고 다음주에 아이를 실으러 가면
이 길도 한참동안 갈 일 없겠습니다.
아래로 갈수록 꽃길 가깝습니다.
봄꽃들 번지고 있었지요.
개나리 진달래 한껏 벙글고,
목련은 벌써 지고 있었습니다.
벚꽃이 피지 않아 진해군항제가 걱정이라더니
이제 한창 피어오르고 있었지요.
아이를 돌보고 있었던 아이 이모할머니댁 식구들을 위해
저녁을 차렸습니다.
워낙 시골밥상으로 드시는 분들이라
재료를 챙겨가 별미로 서구음식 하나 차려드렸지요.
밥을 나누는 일이 최고라는 생각 늘 듭니다.

안으로 자꾸 숨는 사촌동생을 끌고 나와
아이와 함께 영화를 한 편 보러갔습니다.
여간해서 나오지 않는 사촌이
그래도 어릴 적 많은 시간을 보냈던 누나 말은 좀 듣습니다.
‘함께 보낸 시간’은 관계에서 얼마나 중요하던가요.
그런데 지난 주 아이와 함께 기차를 타고 오갔던 얘기 하나 듣게 되는데,
저들끼리 작은 의견충돌이 있었던가 봅니다.
뒤에 앉은 아이랑 그 건에 대해 아주 오래 이야기를 나눕니다.
그런데 사촌동생이 그랬지요.
“누나, 누나 참 애쓴다.”
뭔 말인가 했습니다.
“학교 가서 한 대 맞으면 다 되는데...”
아, 그런가요?

영화를 봅니다.
굳이 극장까지 가서 보는 류의 영화는 아닙니다.
본시리즈로 유명한 감독과 배우가 나오지요.
.
2003년 미국의 이라크침공을 그리고 있습니다.
전쟁의 명분이 된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를 찾으러 간 군인이
그 허위를 깨닫는 과정입니다,
사실 거개의 누구나가 아는 것과 별반 다를 것도 없습니다만.
‘그린존’은 바그다드에 위치한 미군의 특별 경계구역이지요.
미군은 2003년 사담 후세인 정권 붕괴 뒤
후세인의 바그다드 궁전을 개조해 전쟁 속 낙원을 만들었습니다.
그린존 낙원 속 수영장에서 미국인들은 칵테일을 마시고 스테이크를 씹고
대량살상무기라는 허수아비를 홍보합니다,
길에는 식수며 식량에 애타는 난민들이 아우성인 속에.
“우리의 일을 미국이 해결하려 하지 마라!”
우리의 일을 우리가 결정할 수 있기를 원하다는 이라크인의 절규는
탈중심화를 외치며 진정한 독립을 원하는 모든 목소리에 다름 아닐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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