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4. 4.해날. 맑음

조회 수 803 추천 수 0 2010.04.18 12:14:00

2010. 4. 4.해날. 맑음


한량한량한 해날입니다.
그리 힘에 겨운 노동을 하는 건 아니지만
젊은 친구들이 몸을 쓰며 지내는 날들은
흐름이 느린 해날을 더욱 달콤하게 만든다 합니다.
수행시간도 없는 아침이고 보니 느긋이 아침을 먹고
다들 산책을 나가기도 하였지요.
절명상으로 수행을 잇는 이가 있기도 했지만
어제도 진돗개 장순이를 앞세우고 마을길을 아침 내내 걸었더랬습니다.
점심엔 자전거를 끌고
면소재지까지 다녀오기도 했더라나요.

감자밭둑에 오줌을 뿌렸습니다.
계자에 온 아이들의 오줌은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 독을 날리고 나면
이렇게 작물을 키울 준비를 합니다.
세아샘은 안에서 하는 일보다
이런 바깥일을 더 즐기고 그만큼 또 잘합니다.
아주 광주를 떠나 이곳에서 생활을 시작했으면 하는데,
자립관을 나오는 일에 좀 더 고민을 해야지 않겠냐 권했지요.
사람이 자기 자리들이 있습니다.
이곳에서의 수행시간이 세상 앞에 선 젊은 친구들에게
자기 자리로 향해가는 길을 도울 것입니다.

큰대문 안쪽에 나무 게시판 하나 있습니다.
한 때는 과녁으로 썼고
또 어느 때는 제 기능대로 알림판이 되기도 했더랬지요.
그러다 상설과정이 멈춘 뒤로는
굳이 그곳을 채울 일 없는 듯했습니다.
머물며 수행하고 있는 젊은 친구들에게 한동안
게시판을 살리면 어떨까 제안했더랬습니다.
물꼬안내이지요.
어쩌다 지나며 들어오는 이들이 있는데,
굳이 들어오고 차를 내고 하는 절차 아니어도
잠시 서서 읽어보면 물꼬를 알고 갈 수 있도록.
홈페이지가 있지만 여전히 인터넷을 잘 쓰지 않는 이들도 있지 않던가요.
오래전 사용했던 우드락을 모아둔 꾸러미에서
쓸 만한 것을 꺼내 닦고
전지를 잘라 내용을 쓰고
그곳을 나름 색종이로 꾸미고...
남도에서 돌아왔더니
완성해놓고 확인절차를 기다리고 있었답니다.

“들렀다 거거라.”
아이 이모할머니댁을 나와 어머니댁에도 들립니다.
겨울초며 시금치며 갓 나온 수박이며 과일들
그리고 젊은 친구들 멕이라 준비해주신 생선을 싣고 왔지요.
식구들은 미리 얘기를 해두었던 대로
한 컨테이너의 사과를 씻고 벗기고 자르고,
그리고 껍질을 다져놓고 있었습니다.
사과쨈을 만들기 위한 준비들이지요.
본 게 있으면 합니다.
유리병까지 다 소독해두고 있었지요.
‘사과를 써는 게 힘들었지만
지난 번 하다 외할머니 다녀가시며 해주셨던 말씀들이 생각나서 열심히’ 했다나요.
생이란 뭐나 힘이 든다, 힘을 내며 사는 거다,
뭐 그런 말씀이셨던가요.
저녁 7시부터 자정까지 커다란 솥단지 두 개를 젓습니다.
돌아가며 저었지요.
자정이 훌쩍 넘어가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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