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4.13.불날. 거친 바람, 낮아진 기온

조회 수 1034 추천 수 0 2010.05.05 10:17:00

2010. 4.13.불날. 거친 바람, 낮아진 기온


이른 새벽, 몇 개의 이메일에 답을 보냅니다.
그 가운데 홈페이지 관리 관련 일도 있었지요.
계자에서 아이들과 함께 했던 대학을 다니던 청년이
식솔 여럿 거느린 가장이 되었고,
여러 사람과 함께 회사를 차려 운영해나가고 있습니다.
그런 가운데 물꼬의 홈페이지를 관리해주고 있었지요.
그에게 첫 아이가 태어났을 때 고운 이름자를 부탁하기에
기도하는 마음으로 낱말 하나 찾았더랬습니다.
제게 영광이었지요.
사는 일은 늘 멀고 길어 살아내기에 서로 바쁜 가운데
그래도 홈페이지 일로 간간이 소식 오갔습니다.
정보통신이 전공이었던 종대샘이 머물 적엔
그래도 그럭저럭 굴러가던 홈페이지였는데,
그래서 그도 한시름 놓았더랬는데,
당장 처리해야할 절차들에 이르니 또 그를 찾았네요.
오랜 시간을 보낸 인연에게 글 한 줄이라도 보낼라치면
자주 삶에 끼어들었던 설움도 같이 차올라
쓰고 지우고 또 쓰는 편지가 되다가
결국엔 짧은 글 몇 줄로 인사가 남게 됩디다.
늘 고마운 인연입니다.
‘성균샘 mail’ 이렇게 메모만 해두고
또 성큼 가버렸던 여러 달이었더랬지요.
‘잊지 않고 있으면’ 언젠가 만날 게다,
그런 말처럼 인연이 줄을 달라고 갑니다.
‘잊지 않고 있으면 언젠가’ 라고 해두니
그리 일들도 이루어질 거란 생각도 덤으로 듭디다.

몇 달 티벳에 머물던 양양의 큰 스승 무운샘도
한국으로 돌아오셨다는 전갈이 와 있었습니다.
돌집 흙집에 관한 책을 만들 일이 있어
일 때문에도 오갈 일 많을 올해이겠습니다.
조만간 뵙기로 합니다.
대학을 잠시 떠나 일을 하고 있는 민우샘도
소식이 왔습니다.
남의 돈을 벌어먹고 사는 일이 누구에겐들 만만할까요.
밥 잘 묵고 다니냐 안부 물었지요.

빠듯한 아침 시간이었으나
재봉틀 앞에도 잠시 앉습니다.
아이의 한복바지에 앞지퍼를 달아줍니다.
한복아랫도리란 게 화장실 갈 때마다 바지를 내리고 올리기 불편도 하지요.
아이에겐 더할 겝니다.
그런데 앞을 잘라 터놓고 나니
시접이 없어 여간 까다롭지가 않았네요.
되는 대로 겨우 꿰매놓습니다.
아주 간단한 처리로도 불편이 한결 나아지는 게 있지요.
아이가 입어보더니 흡족해라 했답니다.

아침 비 조금 내리고
종일 고래바람 지납니다.
빨래방 비닐하우스가 그예 다 날아가 버렸습니다.
여름 계자 그 많은 빨래를 우중충한 날에도 말려내고
겨울 계자 더디던 두터운 옷들을 잘도 말려내던 빨래방이지요.
욕봤습니다.
서너 해 그리 지났으니
비닐을 갈아줄 때도 되었지요.

주에 두 차례 읍내 나가는 아이,
도서관도 가고 체육관도 가고 음악교실도 갑니다.
그런데 체육관 길 건너에 처음으로 가게 된 음악교실 원장선생님,
알고보니 국선도 김기영 사부의 처제랍니다.
“제가 아주 많이 따르는 몇 어른 가운데 한 분이세요.”
그리 인사넣었지요.
그렇게 서로 얽히데요.

밤, 서울서 윤길중님과 김재은님 다녀갑니다.
희중샘의 형님 내외이지요.
동생이 수행하러 들어와 있던 시간이 궁금하여
인사차 들렀답니다.
곧 일을 시작한 동생에게 필요한 것들을 챙겨오기도 한 걸음이지요.
희중샘은 드디어 세상으로 나갑니다.
읍내의 한 전자제품 판매점에서 일을 시작하지요.
귀한 체험이 될 겝니다.

‘...지금 저희들이 사는 10대들의 세상은 그런 것 같아요. 빽으로 양아치 찌질이 나뉘고 좀 논다 싶은 애들은 아닌 애들 부려먹고 놀리고, 조용한 아이들은 마지못해 순응하고 참고... 제가 계자 때마다 느꼈던 그 천사같은 아이들은 다 어디로 간 걸까요? 그렇게도 천사 같은 아이들이 어째서 서로를 때리고 무시하고 짓밟는 잔인한 악마들로 변한건지... 도시라는 게 사람을 그리 만드는 것 같습니다. 명예와 돈, 지위만을 중요하게 하는 어른들의 부정부패 속에서 아이들이 그대로 보고 배운 것은 아닌지..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 자기 앞가림만 할 줄 아는 이기적인 사람은 아닌지... 저 또한 말은 이리 잘해도 저 역시 그런 아이에요. 그렇게 되어버린 제가 부끄럽고 한심스럽고 또 무섭습니다.’
한 새끼일꾼의 고백을 듣습니다.
시험을 앞두고 무거운 마음을 전하는 메일이었지요.
다 어른들 죄인 게지요,
다 내 죄인 거지요.

자정도 넘은 시간,
어둠 속에 나가 골짝에 부는 바람 소리를 듣습니다.
거친 바람에도 봄은 봄인가 봅니다,
뒤척이는 밤이고 보면.
바람은 호랑이 같은 할머니와 살았던
고집 피우다 쫓겨나가 살을 에는 추위에도 굽히지 않던 주장을 가졌던
어린 날로 절 데려가기도 하였지요.

봄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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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4.13.불날. 추움 /

(생략)
저녁엔 엄마랑 오랜만에 하나로마트에서 장을 봤다.
내가 2층에 가서 조리퐁을 사고 내려왔는데 밑에 훨씬 싼 균일가로 하는 조리퐁이 있었다. 그래서 먼저 산 조리퐁을 갖다놓으러 갔는데 거기서 사고가 났다.
맨 앞에 남자가 카트를 끌고 있었고, 그 바로 뒤에 여자가 있었다. 그 뒤에 아이가 있었고, 뒤에 아줌마가 따라오고 있었다. 그리고내가 갔고, 뒤에 할아버지가 오시고 계셨다.
그런데 여자가 신발끈이 끼었고, 뒤의 애가 걸려 넘어지고, 뒤의 카트가 엎어지는(?) 등 일이 생겼다.
나는 먼저 뒤에 그냥 아무 생각없이 오고 게시는 할아버지를 뒤로 안내해 드리고 바로 밑으로 뛰쳐갔다.
밑과 위는 직원들이 가득이었는데 아무도 STOP 버튼을 누르지 않았다. 그래서 내가 얼른 STOP 버튼을 누르고 다시 올라가서 상황을 지켜봤다.
다행히 다친 사람은 없었다. 애는 바지 한 쪽 다리가 올라와 있었다.
자칫 큰일 날 뻔했다.

(열세 살, 류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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