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4.16.쇠날. 맑음

조회 수 913 추천 수 0 2010.05.05 10:18:00

2010. 4.16.쇠날. 맑음


달골 햇발동의 빨래건조대를 베란다로 냈습니다.
그간 거실에 있었지요.
겨울을 그렇게 벗고 있는 달골입니다.

오늘은 식구들이 달골에서 아침을 먹기로 하였습니다.
달골 배수로를 살피기로 하였지요.
이곳에서 아이도 큰 몫입니다.
장화를 신고 삽을 들고 일을 하고 있을라치면
웬 장정 하나 와서 일을 돕네 싶지요.
그 가락으로 학교에 내려와
고래방 뒤란 우물가도 치웠습니다.
쌀 곳간 뒤란도 던져놓은 것들 투성이지요.
한 곳으로 정리를 좀 하며
손이 닿지 않았던 곳들을 살폈습니다.
한편, 당장 엔진톱을 쓸 수 있는 이가 없어
성길이아저씨가 달려와 땔감으로 쓸 표고목을 좀 잘라주었습니다.
우선 쓸 것들만 좀 도와 달라 하였지요.
이래저래 살아지는 산골 삶이라니까요.

오늘 한 선생님이 좋은 자료를 안내해주었습니다.
EBS에서 나온 아이들의 자존감에 관한 DVD였지요.
텔레비전이 없으니 그것의 폐해로부터 자유로운 장점은 있지만
한편 좋은 정보로부터 소외되는 단점이 있습니다.
그래도 이렇게 닿는 연들을 통해 세상과 잘 만나게 된답니다.
그런데, 우리 아이의 자존감수치는 어느 정도일까, 궁금했지요.
그 안내를 따라 진단 작업을 해보기 시작했습니다.
먼저 자신의 신체를 그려보게 했지요.
여러 가지 상자들과 여러 크기의 종이,
그리고 몇 가지 그릴 도구를 챙겼습니다.
아이는 젤 큰 종이에다 그 종이가 터져나갈 만큼의 자신을
화사하게 그렸습니다.
달려가는 아이가 거기 있었지요.
다음은 상자로 바깥은 밖으로 보이는 자기의 여러 면을,
안에는 자신의 안 모습을 표현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떤 모습일지 사뭇 궁금합니다.
내일 계속 작업을 한다네요.

중소기업을 경영하시는 벗 같은 어르신께
오랜만에 안부 인사를 넣었습니다.
“야아, 생각이 많이 바뀌었데...
그 뭐라더라, 모든 삶의 수고로움에, 음...”
홈페이지에 올린 2010년판 물꼬의 안내를 보고 하시는 말씀이셨지요.
‘자유학교 물꼬는
오랫동안 천착해왔던 생태라거나 공동체라거나 무상교육 같은 무거운 담론에
이제는 거리를 좀 두고
어디에서건 뿌리내린 모든 삶의 수고로움에 찬사를 보내며,
이곳에서 나날을 살아가는 일 그 자체가 결과이고
이곳을 통해 사람들을 만나는 일 그 자체가 성과인 곳입니다.’
말하자면 네가 인제 정신을 차리는구나, 뭐 그런 식이신 게지요, 하하.
“진보에서 득도하면 그렇게 돼.
우리 우파, 혹은 보수는 그게 시작이야.
그건 기본이거든.”
농담처럼 늘 오고가는 얘기들이지만
생선가시처럼 삶에 걸리거나,
지독한 아픔을 불러오는 손톱 밑의 가시처럼
삶에 자극을 던지시는 말씀들이지요.
삶의 길눈을 밝혀주시는 안내자들 계셔
한결 길이 밝은 삶이다 싶습니다.

저녁이면 상담전화가 잦습니다.
번호 남겨주면 제가 편한 시간에 통화들을 하지요.
오늘은 아이를 크게 혼내키고 마음이 편치 않은 어머니 한 분과
통화가 길었습니다.
“평소에 감정을 무시하면 언젠가 그렇게 폭발하고 맙니다.
감정은 표현하지 않는 한 사라지지 않는 거니까요.
마음 저 구석에 숨어 있다가 어떤 자극을 만나면, 그 순간 폭발하는 거지요.
슬픔도 그렇고 두려움도 억울함도 외로움도
말하지 않는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사라지는 게 아닙니다.
화도 그렇지요, 그게 쌓이면 분노가 되지 않던가요.”
그러면서 어느 육아서에서 읽었던 구절을 전해주었습니다.
‘분노가 많은 사람은 슬플 때도 억울해도 외로워도 화를 낸다. 또한 자기 감정이 무시당한 경험이 많은 사람은 조금만 마음이 상해도 화를 낸다. 그래서 좋은 관계맺기가 어렵다.’
저도 2005,6학년도에 그런 경험들이 있습니다.
특히 그게 최고조였던 2006학년도에 만난 학부모님들껜
두고두고 많이 미안합니다.
늘 하는 생각입니다만
상담은 내담자 뿐 아니라 상담자도 치유하는 길이 되지요.
오늘도 그러하였답니다.
“감정, 꺼내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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