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 계자 사흘째 1월 28일

조회 수 1806 추천 수 0 2004.01.30 17:57:00
< 은하철도 999를 타고 >

1월 28일 물날 잠깐 찌푸렸던 하늘 오후엔 고개 들다

아직도 흥분이 가시지 않습니다.
물꼬의 대동놀이, 그거 참 재미납니다.
음,
마음이 좀 가라앉게 다른 얘기부터 먼저하지요.

이번 놈들은 그리 맨발로 다녀댑니다.
제 양말 자기가 빤다해놓고 하기 싫어 그러나?
저 추우면 신겠지 하고 웃고 맙니다.
날이 많이 풀리기도 했구요.
아이들은 언제나 어디서나 슬기롭습니다.
추운 강당으로 가지 않고
본관에서 고요를 유지하며 노는 법을 찾았습니다.
여기저기 매듭을 하거나 실을 가지고 놀고 있습니다.
아니면 온 식구가 둘러앉아 침묵의 공공칠빵 따위를 합니다.
지나다 어데들 갔나 하고 들여다보면
모두 방에들 있다니까요.
그렇다고 운동장이 비냐하면 딱히 그것도 아닌.

시가 있는 한솥엣밥,
과학교실 아이들이 저들 쓴 시를 저들이 읽어줍니다.
령이 다영이 나현이 하다 호준.
아이들의 말로 아이들이 쓴 시,
그것이야말로 참 시다 싶은 걸
불가에서 옹기종기 듣습니다.
그런데 정훈이, 시는 있는데 사람이 없습니다.
다른 이가 읽고 나서야 인원이랑 나타난 정훈이의 손엔
빨아진 양말이 들려있었지요.
호준이는 모임을 끝낼 때마다 방을 쓸고
하다는 운동장 개똥을 치우고
혜연이는 부엌바닥에 뭐가 떨어져 있지를 못하게 하고
도서관에선 나현이 다영이 책이 흩어지기 무섭게 정리합니다.
무슨 책임이 아니라 마음을 내서
나눈 일들을 기억하고 챙기고 있습니다.

손말을 하겠다고 상범샘이 모둠방을 들어갔습니다.
아이들이 둘러앉았겠지요.
"그런데 선생님, 열린교실 아니예요?"
"눈이 삐꾸냐?"
시간표를 쳐다보지도 않고 시작하려는데
아이들이 자꾸 고개를 갸웃거리더랍니다.
그제야 상범샘 칠판을 쳐다보는데,
이런, 정말 열린교실 시간이었던 겁니다.
그래서 오늘부터 상범샘은 삐꾸샘이 되었습니다.

사냥이라는 거대한 프로젝트는 결전의 날을 향해 치달아갑니다.
말도 안되는 곰사냥 말고
있음직한 멧돼지를 잡으러 떠나자더니
무기도 구석기시대에서 철기시대로 넘어가는 듯합니다.
몇 해전의 멧돼지사냥은 새총 들고 떠났던 우리였는데...
가마솥집과 사택 간장집을 오가는 걸음,
표적판을 세우고 활쏘는 연습을 하고 있는 아이들로부터
눈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한 발 한 발 마치 무슨 기록사진을 찍기라도 하듯.
덕현이 한데모임에서 그랬지요.
"저는 단거리에서 때려잡고 싶은데
장거리 연습만 해서 아쉬웠습니다."
그 진지함들이라니...
아이들의 소박함을 우리가 절반의 반만 닮아도
세상이 얼마나 달라질지요.

우리 가락도 한판했지요.
판소리가 끝났는데,
진익샘 지나샘 한 번만 더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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