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4.18.해날. 흐린 오후, 빗방울 드는 저녁

조회 수 983 추천 수 0 2010.05.08 21:15:00

2010. 4.18.해날. 흐린 오후, 빗방울 드는 저녁


계속 미루던 전화 통화 하나 있었습니다.
상담전화였는데 해날 밤에 통화하자 했더니
잊지 않고 연락이 왔지요.
컴퓨터게임에 빠져있는 아이랑 심각한 갈등을 겪고 있는 엄마입니다.
“너 지금 몇 시간째 이러고 있는 거니?”
“도대체 너 정신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제발 양심이 좀 있어라. 엄마는 죽어라고 일하는데...”
“아니, 아직도 안자는 거야? 뭐 하는 거니? 아침에 또 나 미치게 하려고 이러니?”
“왜 이러니? 왜 공부 안하는 거야?”
“하루 종일 이러고(컴퓨터게임) 있을 거니?”
“잘 한다, 그래, 엄마가 집 나가면 좋겠어?”
“엄마가 애가 타서 죽으면 조오켔다!”
“그래, 엄마 죽고 어디 니 혼자 잘 살아봐라.”
“내가 죽지, 죽어.”
“너 때문에 속상해서 일찍 죽겠다.”
“왜 이렇게 엄마를 피곤하게 만드니?”
엄마가 한다는 말들입니다.
그리고 이 말은 여러 엄마들이 하는 말이라고도 했습니다.
도저히 해결책이 없다 싶은 엄마들은
급기야는 아이에게 공포감을 조성하기까지 한다지요.
하지만 사람은 비난을 통해서는 성숙할 수 없습니다.
습관적으로 나무라면 자신의 실수에 대해 죄책감만 자꾸 들지요.
어째야 하는 걸까,
서로 머리를 맞댔더랍니다.

그런데 저도 뜨끔합디다,
저도 그렇게 쓰는 말들이 있습디다.
아이가 부모에게 변명하거나, 거짓말하거나, 둘러대려고 하면
부모가 하는 말들을 잘 살펴보아야 합니다.
우리 아이도 역시 그랬습니다.
아이를 나무라기 전 부모의 태도가 비판적이지 않았나 돌아보아야지요.
‘비판하지 말고 관찰한 사실을 말하라’
전화기를 내려놓으며 저 또한 그리하리라 다짐했지요.
이래서 상담은 정작 그보다 제 자신을 더 치유하게 한다지요.
“돈을 받아!”
가끔 저녁마다 전화를 두어 시간도 넘게 붙들고 있으면
아이가 곁에 와서 바쁜 제 어미를 위해 한 마디 하곤 하는데,
이게 남는 거다 싶답니다.

선배 한 분이 방문하셨습니다.
공동체 식구들에게 저녁 한 끼 대접해주고 싶다고 한 걸음입니다.
바깥 나들이를 갔더랬지요.
학생 신분을 지니고 있는 요즘,
지난 학기도 그렇더니 이번학기도
시험과 리포트 제출을 동시에 해내야할 처지가 되었더랍니다.
그 사정 살펴주러 오신 게지요,
밥 한 끼 덜 차리라고.
참 많은 그늘로 살아가는 삶입니다.
아이가 커서도 좋습니다.
손도 아니 가고, 외려 이제 저가 날 돌보는 게지요.
쌓아둔 일들 틈을 허우적거리는데
저가 일상 구석구석 일을 처리해주고 있답니다.
재미난 풍경이지요,
날마다는 아니지만 에미는 제도권 학교로 공부하러 다니고
아이는 산골에서 홀로 공부하며 일하고 있단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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