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몽당계자 닫는 날, 2010. 4.25.해날. 맑음

조회 수 1014 추천 수 0 2010.05.10 01:07:00

4월 몽당계자 닫는 날, 2010. 4.25.해날. 맑음


아침, 백배 절명상을 하는데,
와, 아이들이 다 합디다.
자연스레 다 합디다.
저러니 저 아이들을 어찌 믿지 않겠는지요.
놀대로 놀고 해얄 것들은 또 그리 해냅디다.
기특하고 고맙고 그랬습니다.
아고, 넘 눈에도 저리 이쁜 것들,
부모님들은 오죽 할까요.
명상에 우리들의 바람도 담았더랍니다.
이루길.
창으로 들어온 하늘과 오래된 호두나무 가지는
또 얼마나 운치를 더하던지요.
건너오는 새소리들은 또 어떻구요.

여유로운 아침을 먹고
아이들은 산속 오솔길로 산책을 갔습니다.
사람 발길 닿지 않는 그곳,
솔바람 소리가 차고 개울물 소리 깊은 그곳,
물꼬의 귀한 명상길이 있지요.
아, 그런데...
정말 '대한민국 만세'입니다.
다녀온 아이들이 어찌나 분노하던지요.
길을 닦았다고 다 환영받는 게 아니랍니다.
입산금지구역, 겨우 동네에서 상수원 물 보러 한 해 한 차례나 가려나요,
그런 곳조차 포장을 다 했더랍니다.
지난 달만 해도 흙길이었는데,
둘이 어깨 겯고 나란히 걷다가 때로 홀로 걸어야 하는 오솔길,
그곳조차 시멘트를 발라놓았더란 말입니다.
그 돈은 어디서 나왔더란 말인가요,
도대체 누구의 발상이란 말인가요.
모다 우울했더라지요.
뭐 그래도 산으로 둘러쳤으니 좋다 하는,
저 아이들이 긍정이라니...

갈무리글을 쓰고 이른 점심을 먹습니다.
수프가 먹고 싶다한 성재의 주문이 있었습니다.
해주마 했지요.
마침 울산에서 왔던 유기농재료들이 있었네요(이정애엄마 덕이었습니다).
빵을 굽고 사과쨈을 바르고
그 곁에 수프와 과일샐러드와 곶감과 사과를 놓았습니다.
잘 먹었지요.
먹여서 행복해했고,
멕여서 또한 행복했더랍니다.

버스를 타고 아이들이 떠납니다.
수현이와 석현이는 부모님이 마을로 들어오셨네요.
영동역에서 연숙샘 휘령샘 예지샘이 아이들을 맞아주었습니다.
늦은 아침에 이른 점심까지 든든히 먹은 아이들,
그런데도 자장면을 먹겠다고 역 주변을 돌았던 모양인데,
찾질 못한 대신 예지샘이 김밥을 사주었다나요.
아이들 회충약 먹이셨던가요?

희중샘이 피곤한 가운데도 이틀을 빼와 다녀갔고,
선아샘이 다녀간지 얼마 되지 않아 다시 와 손을 보태주었습니다.
역에서는 여러 샘들이 아이들을 배웅해주었지요.
고맙습니다, 물꼬가 그리 이어집니다,
이 아이들로, 이 어른들로.
이런 몽당계자라면 바로 또 아이들이 들어와도 되겠습디다.
저들끼리 다 꾸리는 계자였더라지요.
언제나처럼 천국이었고 정토였답니다.
오래봤고, 오래 볼 아이들입니다.
정녕 고마운 연이라지요.
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

이번 계자 ‘역시’ 재밌었다,
이번 계자‘도’ 재밌었다,
‘그냥’ 재밌었다,
아이들의 말처럼
저 또한 그러하데요.
이번 계자 역시 재밌었습니다,
이번 계자도 재밌었습니다,
그냥 다 재밌었습니다.
기차에 무사히 오른 아이들이 전화를 주는데,
아, 당장 또 보고싶습디다려.

남은 아이랑 영화 <천국의 속삭임>을 보았습니다, 감독 크리스티아노 보르토네.
원제는 모르는 언어지만 영어제목은 Red Like The Sky,
‘하늘처럼 붉은’이지요, 멋집니다.
사고로 소년 미르코는 눈이 멀었고
소리들을 채집하는 것에 관심을 가집니다.
맹학교에서 우연히 생긴 한대의 녹음기에 그것들을 담지요.
세상의 소리를 녹음하고 그 소리를 편집해갑니다.
“색깔은 어때?”
“굉장해.”
“넌 무슨 색을 좋아해?”
“파랑!”
“그건 자전거 탈 때 네 얼굴에 스치는 바람과 같아. 또는 바다 같거나.”
그렇다면 빨강은요? 그건 불과 같고 하늘의 노을과 같다지요.
“갈색 나무를 만져봐. 나무가 짖는 것 같아.”
창틀로 바람소리를, 입으로 벌이나는 소리를,
손가락으로 물방울 소리를 만들기도 하며
빗소리 발자국소리 낙엽 밟는 소리 ... 만물이 내는 소리를 담아
미르코와 아이들은 그해 최고의 연극을 만들었습니다.
훗날 그것은 미르코 멘카치의 직업이 되지요, 이탈리아 최고의 음향감독.
미르코의 <시네마 천국>이라고나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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