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5. 3.달날. 초여름 날씨

조회 수 976 추천 수 0 2010.05.23 15:32:00

2010. 5. 3.달날. 초여름 날씨


이른 아침, 감자밭 풀을 매고 대해리를 나섭니다.
소사아저씨는 간장집 앞마당 밭을 패고 계셨지요.
5월 한 달 동안
제도학교의 한 특수학급에서 보내게 되었습니다.
작년에도 만난 적 있어
익숙한 교실, 익숙한 샘들, 그리고 익은 아이들이랍니다.

아무래도 남의 동네 가는 일이라
정장을 차려입고 나서려는데,
이런, 그간 입지 않았던 블라우스가 영 편치가 않았습니다.
급히 다른 옷을 챙기니
달골까지 가야하게 생겨 보이는 곳을 뒤적거려 겨우 골라 입고 나갔네요.
옷, 중요한 자리라면 그거 미리 입어야봐야겠습디다.
꼭 이런 일이 생기더라니까요.
그렇게 시간을 좀 앗기고 나니 서둘러야 하게 됐지요.
아, 이런 날 굽돌아가는 길의 2차선 도로에
속력을 내지 못하는 차라도 앞에 있고
더하여 맞은편 차로에 줄줄이 차가 달려온다면
으악, 맘은 바쁘고 추월도 못하고 야단났지요.
다행히 어디메쯤 가서 우회로를 탈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바로 앞 차가 신호를 넣지 않은 채
저(그 차)도 우회전을 하려들었던 겁니다.
이런, 먼저 우회전을 막 하던 제가 최대한 꺾었기 다행이지
하마터면 부닥칠 뻔하였지요.
욕이라도 먹을까 봐 그 차 좇아오지 못하고 있데요,
내려서 한 소리할 형편도 아니 되는 걸.
그 차도 운 좋았습니다,
된통 욕먹었을 아침이었을지도 모르는데.
어쨌든 서로 다행한 아침이었네요,
과실이 없다더라도 사고가 무에 좋겠는지요.
그런데, 어째 몸이 자꾸 뻑뻑합니다요.
한껏 힘을 주고 운전대를 최대한 꺾으며 무리가 갔기라도 했을까요...

아이들 속에 있을 때야말로 젤루 제 자리인 듯합니다.
좋습니다.
아이들의 책상을 닦고
한 아이의 찢어진 점퍼를 꿰매고
낼모레 어린이날을 위한 선물을 고르고 포장을 하고...

하루가 성큼이었네요.
황간 광평농장에 종일 머슴살이 한 아들을 태우러 갑니다.
라일락 땅패랭이 천지를 덮고 있었습니다.
사과꽃 배꽃 사이를 걷다가 왔지요.
유기농사과 두 콘티가 같이 실려 왔답니다.
“머슴 산 세경이네.”
그러게 말입니다.

“엄마!”
아이가 뒷좌석에서 부릅니다.
“응?”
“내일이면 10분의 1이네.”
무슨 말인가 했지요.
4주 동안 다른 학교의 특수학급에서 보낸다 했으니
수업일수로 꼭 20일이지요.
제법 먼 곳으로 출근을 해야 하고
또 그곳의 퇴근 시간에 맞추어야 하는 데다
그곳 일정에 따라 갖춰야 할 서류며 일이 많으니
꽤 부담도스러웠더란 말이지요.
먼 한 달이겠구나, 그랬습니다.
“금방이야!”
아이의 위로였던 게지요.
“엄마, 우리 백배 절명상할 때도 있잖아,
열 배 하면 벌써 10분의 1 한 거다.
그렇게 세면 별로 안 힘들어요.
그렇게 열 번만 하면 되니까.”
아, 이 긍정성이라니...
놀라운 아이들의 세계이지요!

----------------------------

2010. 5. 3. 달날. 더움. <타임머신?>

타임머신은 미래에도 없다. 정확하게 말하면 내가 살아있는 동안만은 없다. 왜냐하면 타임머신이 생긴다면 나는 당장 지금으로 와서 나의 잘못된 점 같은 걸 모두 고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내가 주위를 둘러봐도 미래에서 온 나는 없는 것 같다.
타임머신은 있어서는 안 된다. 아니, 과거로 가서는 안 된다.
내가 과거로 가서 풀 하나를 밟았다고 치자. 그게 만약에 감자의 시조이고, 내가 그것을 밟았기 때문에 유럽은 대기근을 맞을지도 모르고, 어쩌면 전 인류가 멸종할지도 모른다. 일종의 나비효과가 나는 거다.
이러니까 과학자들이 타임머신을 만들려고 하지 말아줬으면 한다.

(열세 살, 류옥하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
2286 2010. 5. 7.쇠날. 맑음 / 오페라와 뮤지컬 콘서트 옥영경 2010-05-23 1237
2285 2010. 5. 6.나무날. 뿌얘지는 하늘 옥영경 2010-05-23 986
2284 2010. 5. 5.물날. 밤 비 / 사과잼 옥영경 2010-05-23 1280
2283 2010. 5. 4.불날. 초여름 같은 이틀째 옥영경 2010-05-23 976
» 2010. 5. 3.달날. 초여름 날씨 옥영경 2010-05-23 976
2281 2010. 5. 2.해날. 맑음 옥영경 2010-05-19 1028
2280 2010. 5. 1.흙날. 맑음 옥영경 2010-05-19 956
2279 2010. 4.30.쇠날. 맑음 옥영경 2010-05-19 981
2278 2010. 4.29.나무날. 새벽, 눈발 날리다 옥영경 2010-05-17 1239
2277 2010. 4.28.물날. 비바람 옥영경 2010-05-17 987
2276 2010. 4.27.불날. 사계절이 다 옥영경 2010-05-17 951
2275 2010. 4.26.달날. 비 옥영경 2010-05-17 865
2274 4월 몽당계자 갈무리글 옥영경 2010-05-10 1330
2273 4월 몽당계자 닫는 날, 2010. 4.25.해날. 맑음 옥영경 2010-05-10 1011
2272 4월 몽당계자 이튿날, 2010. 4.24.흙날. 맑음 옥영경 2010-05-10 1173
2271 4월 몽당계자 여는 날, 2010. 4.23.쇠날. 밤에 찾아든 굵은 비 옥영경 2010-05-10 979
2270 2010. 4.22.나무날. 흐리다 해거름에 빗방울 옥영경 2010-05-08 876
2269 류옥하다의 날적이 가운데서 옥영경 2010-05-19 963
2268 2010. 4.21.물날. 굵은 밤비 옥영경 2010-05-08 963
2267 2010. 4.20.불날. 맑음 옥영경 2010-05-08 961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