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5. 8.흙날. 바람 많네
아이는 날마다 제(자기) 양말을 빱니다.
아주 가끔 곤한 날
슬그머니 빨래바구니에 넣어둘 때도 있지만,
어느 날은 엄마 편에 슬쩍 밀어 넣기도 하지만.
그런데 오늘 저녁은 저가 엄마 양말까지 빨아주었습니다.
제(자기) 눈에도 엄마가 피곤해보였던 모양이지요.
참 많이 자랐습니다.
이른 아침 어머니(무식한 울 어머니 말입니다)는
딸년 손 댈 것 없이 당신 손으로 하시겠다 장항아리를 여셨습니다.
볕이 많지 않았던 올 봄
퍽 더디게도 익어가던 장이었습니다.
소금물에 담아두었던 메주를 꺼내셨지요.
“내가 건강할 때까지는 해줘야지.”
언제 또 오겠냐며 네가 알아야 한다,
에미 손으로 장 담는 것 이 해가 마지막인 양 그리 말씀해오시더니
올해는 아예 내 살았을 적엔 내가 한다,
그리 못 박고 계시지요.
어느새 콩 삶아 아랫목에 띄우시고
꺼낸 메주 다 으깨 놓으셨더랬습니다.
가마솥에 종일토록 멸간장도 달이셨지요.
꺼지는 불에 장작개비 넣어놓으시는 사이사이
현관 앞마당 풀도 바삐바삐 매셨습니다.
딸은 어미 닮는다는데, 웬걸요,
어쩜 그리 닮지 못하였는지, 원...
“이게 국물 맛이 그만이더라.”
가져오신 다싯물로 낼 띠포리(굵은 멸치?)도
죄 펼쳐 바짝 말리고 계셨지요.
마침 날도 좋습니다.
간밤 늦은 시각 들어왔던 손님네(손형우님, 지연님, 자연, 도연, 하연)가
약속대로 열한 시에 들어섰습니다.
류옥하다가 나서서 학교 한 바퀴 안내해드렸지요.
그 사이 국수를 삶아냅니다.
밥을 나누는 일이 이 산골 허름한 살림의 최고의 대접입니다.
살 곳을 찾아다닌다시니
머잖은 곳에서 좋은 이웃으로 오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선거철이라 방문객이 많습니다.
물꼬의 성향을 알고 온 이들도 있고
곳곳을 누비는 걸음에 그저 들린 이도 있습니다.
시골 동네서 ‘그놈의 정치를 왜 굳이 할라 그러시오?’ 뭐라 하지는 못하고
그저 들을 밖에요.
불 앞에서 땀에 절었다가 어푸어푸 세수를 하며
귀도 함께 닦았습니다.
아직도 땔감으로 쓸 폐표고목은 쌓인 채 있습니다,
틈틈이 자르고 옮기고 있습니다만.
누군가가 했고, 또 누군가가 할 것입니다.
이번 주는 집안 어르신이 도우셨습니다.
“이러면 안 되는데...”
지난 번 학교 다 태울 뻔했다던 뒤란의 화재사건도
탄 자국과 너저분하게 널린 물건들로 흔적이 지워지지 않고 있었습니다.
찬찬히 살펴보시더니
차단기 용량이 크니 작은 걸로 이 부분에 하나 더 달라셨고,
면소재지에서 재료를 사와 직접 그리 해주셨습니다.
분배기가 있는 곳 지붕까지 단단히 막아주셨지요.
그 매무시에서 또 배웁니다.
어버이날이라고 기락샘이
온 식구들과 바깥나들이 가자던 저녁이었습니다.
“고기나 먹지, 뭐. 술도 한 잔 하고.”
“이런 선물까지 받고 무슨...”
들에 나갔을 때 들으시라 시디플레이어 하나 사드린 얘기이십니다.
“나가봐야 별 거 있나?”
자식 배려해서 더욱 그러시는 게지요.
조촐한 밥상으로도 충분히 즐거운 저녁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