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5.12.물날. 맑음

조회 수 871 추천 수 0 2010.05.27 00:13:00

2010. 5.12.물날. 맑음


식구들이 된장집 뒤란 손바닥만한 땅을 일구었습니다.
고구마 놓으려지요.

이제 한숨 돌립니다.
아고, 호되게 이틀을 앓고 사흘을 넘기며 정신 좀 듭니다.
몸을 너무 밀어붙이지 말 일입니다.
하기야 어디 몰라서 사람들이 그럴까요.
살다보니 그렇지요, 뭐.
낮에 바깥에 있다 밤에야 앉아 할 일들을 챙기는데
이틀 밤을 정말 죽은 듯이 앓으며
컴퓨터를 켜지도 못했더랬지요.
이른 아침, 김진익샘네 고교에서 온
자원봉사에 관한 건부터 처리합니다.
"그곳으로 가는 길이 머네요."
메일 보냈다 생각하고 답을 기다리고 있는데
메일 왜 아니 보내냐 연락이 있었더랍니다.
확인하니 한 번에 여러 곳에 메일을 보내는 가운데
그곳을 놓치고 있었더군요.
하여 부랴부랴 다시 이것저것 자료를 챙겨보내려는데,
그만 아픈 바람에 다시 보내겠단 날짜를 또 놓쳤더란 말이지요.

전직 현직 교육계의 어르신 몇 분이
오후에 걸음하신단 전갈이 있었습니다.
몇 주 전부터 날을 받아보는데,
여러 사람이 같은 날을 받기가 쉽잖았지요.
게다 5월 한 달은 제가 또 일반 초등학교에서 보내고 있으니...
이러다 아무도 못 가겠다며
가까운 곳에 걸음하는 길에 들리겠다
두 어르신이 소식 주셨답니다.
“옥교장 없으면 없는 대로 학교에 눈도장이나 찍고 오지요.”
담에 날을 받으시라 했으나 굳이 들렀다 가시려하기
학교만 둘러보고 가라시기 죄송하여,
언제 또 그리 방문하실 일 있으실까도 싶어,
밥 한 끼 같이 먹겠다고 아주 서둘러 대해리로 달려왔답니다.
낡은 살림이 먼지를 털어낸다고 윤도 아니 나는 것을,
그렇다고 하지 않으면 표나는 게 후줄그레한 이곳인지라
온 식구들이 당장 우당탕탕 난리가 아니었지요.

머잖은 곳의 한 고등학교에서 온 전화가
몇 날에 걸쳐 네 차례나 있었습니다.
같은 번호가 그리 찍히니 꼭 찾을 일이 있어 그런 듯한데,
음성이 남겨져있지는 않았지요.
그런데 오늘 문득 짚이는 데가 있었습니다.
간간이 전화로 소식주시던 고등학교 은사님 아닐까 싶었지요.
전화하여 당신을 찾았습니다.
“잠깐만 기다리세요.”
전화를 받으신 당신이 물으시데요,
이 학교에 있는 줄 어찌 알았냐고.
“경남에서 청주로, 이제 바로 영동 옆이네.”
늘 가장 만나고 싶은 제자로 꼽아주시는 당신이십니다.
발령을 받고 곧 만날 수 있겠다 기뻐하고 계셨답니다.
고마울 일이지요.
그다지 기억할 만한 뭐가 있었던 것도 아닌데
오래 그리 마음에 담아주셨습니다.
6월 연수가 마침 그 지역에서 있습니다.
뵈러 간다하였습니다.
고마운 인연들로 채워지는 생이라지요.

‘기대하지 않으면 원망이 없다!’
가끔 여자 분들이 이곳에 와 있으면
가까운 식구들이 그들에게 이 큰살림 좀 도와주었으면,
은근히 기대하고는 합니다.
“사람이 그리 욕심을 가지면 못쓴다.”
그럴 때마다 한마디로 일축하지요.
기대 않았다가 그가 손을 보태주기라도 하면
더할 수 없이 고마워지는 겁니다.
기대하지 않으면 원망할 것도 없을 일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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