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5.15.흙날. 맑음
‘갓 괴여 익은 술을 갈건으로 받쳐놓고
곳나모 가지 꺾어 수 노코 먹으리라
화풍이 건 듯 불어 녹수를 건너오니
청향은 잔에 지고 낙홍은 옷에 진다.’
‘상춘곡’의 한 구절을 외어 봅니다.
10대 후반의 그 활자들은 지금까지 기억 얹저리에 앉아 있다
비로소 이제야 그 의미들 살아 움직이기 시작하는 듯합니다.
산골에 없었으면 잊혀졌을 것만 같은 시어들이 아닐지요.
아름다운 5월입니다.
늦은 봄은 한꺼번에 꽃들을 토해내고,
춘흥에 겨운 건 새들만이 아니라지요.
스승의 날입니다.
몇 제자들의 전화와, 몇 제자들의 메일을 받습니다.
잊히지 않아 고마웠습니다.
아이들과도 관련 수업을 하지요.
엽서에 카네이션을 접어 붙이고
글 한 줄 씁니다.
일반 학급 아이들과 하는 수업보다
특수학급은 아무래도 늘 시간을 더 들여야 합니다.
같은 시간이라면 과정을 좀 줄이지요.
하여 봉투는 미리 손을 봐두었습니다.
하얀 종이에 빠알간 꽃가루 휘날리는 풍경을 만들었지요.
이어 특수학급 교사들을 위해 아이들과 작은 잔치를 마련합니다.
책상 한 가운데 둥둥 땅패랭이 떠다니는 커다란 유리그릇이 놓이고
그 가운데 초가 켜졌습니다.
한 곁의 베고니아 화분엔 아주 작은 칠판팻말에 ‘고맙습니다’가 꽂혔지요.
떡케잌??놓이고
그 곁에도 초들이 켜졌습니다.
아이들을 위해 애쓰는 모든 손길,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돌아와 고구마순을 놓았습니다.
백 개만 해도 우리 식구 한 철 넉넉히 먹지요.
아이랑 남새밭에 물도 줍니다.
물이 가까워서도 고맙지요,
그 물이 잘 나와서도 고맙지요,
사는 일이 다, 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