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5.17.달날. 후덥지근한 끝에 밤비

조회 수 904 추천 수 0 2010.05.30 18:07:00

2010. 5.17.달날. 후덥지근한 끝에 밤비


완두콩 싹이 오릅니다.
싹이 오른다, 하고 쓰고 있으면
싹을 보았을 때의 경이가 고스란히 다시 번집니다.
어느날은 울타리를 타고 오를 테지요.

머슴을 살고 온 아이는 사과를 한 아름 얻어왔습니다.
얼굴은 벌겋게 타서 돌아왔지요.
궁금한 게 많아서 올려다보며 묻느라 그리 되었다나요, 어쨌다나요.
“모자를 쓰래도 안 쓰고...”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물관을 고치는 그곳의 민재 형아한테
자꾸만 말을 시켜대느라고 그리되었더랍니다.
그 사과로는 효소를 담아봅니다.
사과야 그냥 먹어야 최고이지만
양이 또 많을 때는 썰어 말려서도 먹고
잼도 만들어 먹지요.
효소맛은 어떠려나 한 번 해보았답니다,
마침 먹을 사과도 넉넉해서.

“예산이 내려왔네...”
그래서 오래되지 않은 기자재를 바꾸게 되었다는
한 초등학교의 전갈이 있었습니다.
프린터도 새로 들였다네요,
먼저 것도 멀쩡했는데,
그 기종에서는 최고라는데.
기증을 받았습니다.
마음을 써주는 샘들이 고맙습니다.
그래서 넉넉히 살아지는 산골 삶이라지요.

, 오래된 영화 한 편 봅니다.
원탁의 기사들이 모임을 시작하기 전 기도를 합니다.
“옳은 것을 분별할 수 있는 지혜를 주시옵고
그것을 택할 용기와
행할 수 있는 강인함을 주소서.”
가만히 따라서 읊조려보았지요.

낼이 5.18.
엉덩이를 붙이지 못하겠습니다.

‘내가 그날 아침에 이 세계가 폐허 속에 영락되어 있는 초라한 모습을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폐허 속에, 그리고 특히 ‘유기’되어 있는 모습을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호언장담의 과장과 아우서의 소란으로부터 버림받았고, 정치적인 선동과 사회적인 유토피아로부터도 버림받았고, 문화를 담당하고 있는 일단의 관리들로부터도 버림받았고, 내 동년배들의 가식적인 정열로부터도 버림받았고, 심지어 제마넥으로부터도 버림받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 버림받음이 이 세계를 정화했고, 이 버림받음이 마치 최후를 맞이하는 사람을 정화하듯이 이 세계를 정화했고, 이 버림받음이 감히 맞설 수 없는 ‘최후의 아름다움’으로 이 세계를 나에게 되돌려주었던 것이다.’
; 밀란 쿤데라의 <농담> 가운데서.

폐허 위에 서면서,
완벽하게 버려졌음을 인정하면서,
삶은 자유로워지고 정화되고 나아가 소생한다,
한 문학자는 이 구절을 옮기고 그리 보탰더랬지요..
온 밤 내내 이 구절에 발길 고여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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