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5.19.물날. 갬

조회 수 1017 추천 수 0 2010.06.03 16:33:00

2010. 5.19.물날. 갬


봄 밥상은 싱그럽습니다.
들과 산에서 푸새면 푸새,
밭에서 남새면 남새,
먹을 게 넘치고 또 넘치지요.

아이랑 마늘밭의 풀을 뽑았습니다.
밤새 습을 머금은 땅은 이른 아침 풀을 뽑기에 더할 나위없게 하지요.
올해는 풀 기세를 일찌감치 잡겠다고
식구들이 바지런히 움작거리고 있습니다.
자란 풀을 보며 부랴부랴 매면 소농,
풀이 오르고서야 매면 중농,
풀이 나자마자 잡아주면 대농이라지 않던가요.
표고장에도 풀을 뽑습니다.
여름이면 큰 수풀 속에 세워둔 표고목인 양
꼭 긴 목의 장화를 신고 표고를 땄는데
올해는 불 앞에서 음식을 하다
부엌 신발을 끈 채 달려가도 되겄습니다.

특수학급의 출입문짝이 한참 전부터 문제이더니
오늘은 영 시원찮았습니다.
출근하자마자 청소를 끝내놓고 혹 롤에 문제가 생겼을까 살핍니다.
누가 하겠는지요, 본 사람이 하는 겁니다.
"그런 것도 할 줄 알아?"
동료 교사가 물었습니다.
어디 알아서 하나요,
하려고 들면 어찌 어찌 또 하게 되는 거지요.
뭉친 먼지들을 파내기도 하고
기름을 좀 발라주기도 하였습니다.
그런데, 정말, 말짱히 고쳐졌더랍니다요.
만세!

시골 어르신들이 그러십니다.
올해는 안 해야지, 농사 고만 지어야지,
하지만 묵혀두는 논밭을 차마 보지 못해
결국 다시 씨를 부리고 모종을 내고 밭을 갈고 논에 물을 대지요.
목수샘도 주로 나가서 지내게 되니
올해는 도저히 논농사를 할 형편이 못 되는데도
하기로 또 결정을 하게 되었지요.
면에 우렁이 종패사업 신청 마감하는 날 아침에야
결국 하게 된 결정이었답니다.
“올해까지만...”
그렇게 말하기도 벌써 세 해이네요.
올 추수를 끝내고
그러다 다시 봄 오고 개구리 울고 비 내리고 논에 물차면
그때는 또 어떠려는지...
벼는 황간의 유기농가 광평에서
이곳저곳 얻은 모를 좀 대줄 수 있을 듯하다셨습니다.
꼭 닷마지기를 다 채우지 못해도
더도 말도 딱 고만큼만 해야지 하지요.
곧 논을 갈고 썰어야 하는데
목수샘이 잠깐 들어와 있는 때에 하자 합니다.

김천의 임동진님 방문하셨습니다.
상설학교가 활발했던 시기,
아이들에게 수영강습을 지원해주셨던 분이시지요.
언젠가 묵어본다던 소망대로 서울 다녀오시는 길에
하루 묵고 가시기로 한 것입니다.
예서 드릴 게 무에 있겠는지요.
그저 따순 밥 한 끼 드립니다.
아, 둘러친 이 자연도 함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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