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5.23.해날. 비
비, 낮 잠시 그치더니 다시 내려
이 늦은 밤까지 퍼붓듯 쏟고 있습니다.
비 오면 또 오는 대로 일이 있지요,
비가 들지 않는 곳에서 할 수 있는 일들.
빨래방 풀을 맵니다.
더 더운 비닐 안,
풀도 더 무섭게 올라오는 그곳이지요.
뿌리도 더 질기답니다.
설계리 농요를 전수해주신 서병종샘의 안부 전화가 있었습니다.
“어, 선생님!”
교통사고 일어나고 한동안 꼼짝을 못하셨답니다.
늘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는 당신이신데
뒤에 오던 차가 미처 보지 못했는지 들이받았다지요.
병상을 나와 댁에 돌아온 어제셨더랍니다.
오래 좋은 일 하려면 건강해야 한다,
덕담 주셨습니다.
여러 어르신들의 좋은 기운들로 이곳의 삶이 영위됩니다.
고맙습니다.
조선조에 역관 출신 이언진이란 사람이 있었지요.
27세로 요절하였습니다.
죽기 전 그는 자신이 쓴 대부분의 시문을 불살랐다 합니다.
살아서 알아주는 사람을 만나지 못했으니,
둬봐야 보고 이해할 사람이 없기 때문이었다지요.
너무 오만하여 일찍 죽었다고들도 했습니다.
그런데 그의 스승 이용휴가 그랬지요,
필부 한 사람의 죽음에도 사람이 줄어든 것을 알 수 있다고.
아, 그렇습니다,
평범한 한 죽음에도 사람이 줄어든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선배에게 간을 기증하기로, 그렇게 살아있음을 나누기로 결심하고 나니
죽음(또한 그 한 면은 삶인)에 대한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것은 동시에 살았던 날들에 대한 되새김질이기도 하지요.
누구의 삶인들 귀하지 않을까만
세상을 위해서도 인화(人和)에 기여도가 큰 당신은 마땅히 더 오래 사셔야 하며,
그의 삶을 지속할 수 있도록 하는데 기여할 수 있어 기쁩니다.
삶이 고맙고,
한편 죽어도 또한 고마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