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5.24.달날. 간간이 비

조회 수 912 추천 수 0 2010.06.08 13:48:00

2010. 5.24.달날. 간간이 비


몇 곳의 초등학교를 둘러보게 된 날입니다.
교사들이 아이들에게 소리 지르고 짜증내고 화내는 건 예사입니다,
어른들에게가 아니라 아이들에게.
(아, 물론 압니다, 아다마다요.
괜찮은 더 많은 교사들이 있어
그래도 학교가 바람직한 모습으로 굴러가는 것일 테지요.)
언어폭력은 아주 허다하지요.
3학년의 한 반은
잔 비 내리는 속에 운동장으로 나와 벌을 받는 중이었습니다.
교실마다 아이들이 안 됐고,
선생들도 참 안 됐다 싶데요.
저 많은 아이들을 데리고 날마다 살아내는 일은 얼마나 힘겨울꺼나,
저도 힘들고 아이들도 힘들겠고나,
우리 사는 일이 참 안 됐다 싶습디다.
교육 현장에 대한 다른 방도는 정말 없겠는지요...

소사아저씨는 종일 화단 둘레 풀을 뽑고,
물을 주고 눕혀두었던 나머지 반 동의 표고나무를 세우고 있었습니다.
그때 주에 한 차례 머슴을 살러가는 아이가 돌아오고
그 편에 한살림생산농가 광평에서 모가 30판 왔습니다.
올해는 그 동네서 남는 모들을 모아다 모를 심겠노라
일찌감치 말을 넣어두었더랬지요.
“나머지는 어쩌실려나...”
닷 마지기 천 평이라지만 실제 둑을 빼고 나면 800여 평이라 보고,
10여 평에 모판 하나로 잡으니 80개는 있어야 합니다.
조금 널찍히 심는다 쳐다 못 잡아도 70개는 잡아야 하지요.
“모이는 것만 심을려구요, 되는대로...
동네서도 더러 남는 집들도 있으니 얻어다 심구요.”
“그런데, 아직 물도 안 잡고 로터리로 안 치셨던데,
모 상태가 좀 안 좋아서 얼릉 심어야 될 텐데...”
“마을에 몇 집 말을 넣어보려구요...”
조정환샘, 정현옥샘, 민재씨가 왔던 걸음에
저녁 한 끼 먹고 돌아갔습니다.
있는 밥에 그냥 먹었습니다.
아이 맡겨두고 밥 한 끼 드리지 못하는 게
늘 숙제 같더니만...

모가 왔으니 맘이 바쁩니다.
언제 올지 모르는 모여서 그저 기다리고만 있었는데
갑자기 이리 닥치게 되니 바빠졌지요.
목수샘은 논일을 못해주고 떠났고,
어쨌든 마을 안에서 해결을 보자 했습니다.
다른 집들은 여러 집이 어불러 트랙터를 불러들이곤 하는데
(한 집 보고 일하러 오자면 기름값도 안 나온다시지요)
우린 또 기계가 있으니 늘 따로 일정을 잡아왔더래서
뒤늦게 부를 수도 없단 말이지요.
이장댁에 다시 말을 넣어보고 몇 집에 전화를 돌려도 보고
비 내리는 늦은 밤 찾아도 갔지요.
더디 온 봄은 논밭 일들을 한 시기로 몰아넣었고,
포도밭 일만 하더라도 모내기 끝내고 이어서 하면 되는 일인데,
지금 온 동네가 한번에 모든 농사일들을 해내고 있느라
어느 집도 남의 집 사정을 헤아려줄 형편이 아닙니다.
논농사를 많이 하는 댓마의 송용국 아저씨네는
당신이 더 안타까워하셨지요.
그런데 당신네 논도 다 못 갈고 계신 걸 어쩌나요.
일단 자고 나서 어찌 어찌 또 알아봐야겠습니다.

간밤도 잠을 설치더니
이 밤도 아주 늦도록 잠을 이룰 수가 없습니다.
선배에게 간 기증을 하겠다는 뜻을 보내고
제 삶이 정녕 더욱 가치 있어져서 기쁨으로 그러한지,
무서움으로 그러한지,
아니면 모가 걱정이어서인지,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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