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5.26.물날. 갬

조회 수 933 추천 수 0 2010.06.08 13:49:00

2010. 5.26.물날. 갬


이제 비 좀 그만 오려나요,
며칠 날 궂었고
비 제법이나 굵었더랬답니다.

땅패랭이가 져가자 돌단풍 잎 더욱 넓어졌습니다.
철쭉 지고 연산홍 붉은지도 오래이지요.
붓꽃은 언제 폈다 언제 저리 져버렸답니까.
함박꽃은 함박 필 준비가 다 되었습니다.
튤립나무도 넓은 잎 사이 꽃을 였습니다.
올해는 갖가지 향이 한번에 덮쳐
더덕향 번지고 수수꽃다리향 번지는 때가
모르게 지나가버렸답니다.
농기계집 뒤란 운동장 언덕받이엔
괴불나무 하나 언제부터인가 자라
올해는 꽃 무지 달았답니다.
마주 본 잎 앞으로 짝을 이룬 하얀 꽃이 두 쌍 날라치면
마치 인동인가 싶지요.
찾아보니 인동과가 맞습니다.
그 꽃이 시간이 흐르면 황색으로 변해갑니다.
벌써 아래쪽은 노래지고 있었지요.

지나는 고양이도 불러 세워 호미 들리고
아궁이 앞의 부지깽이도 호미 들린다는 농번기입니다.
논둑 풀을 정리하지요.
아이도 논둑 안쪽 젖은 풀을 뽑았고,
오후에는 뻘밭에 들어 진흙을 끌어올려 논둑을 높였답니다.
저녁 답 특수학급을 막 나서려는데, 아이가 전화를 해왔댔지요,
네 시간이나 논두렁 쳤다는.
에미는 일반 초등학교에 근무하며 전화를 받고,
초등학생 나이인 아이는 산골에서 논일을 하고...
돌아와 서둘러 저녁쌀을 앉히고
밭에서 뜯어온 푸성귀들로 상을 다 차릴 때까지
여느 때라면 좇아 나와 살랑거렸을 아이가 뵈질 않았습니다.
여기 저기 찾으니 세상에, 한 구석에서 쓰러져 잠이 들어있었지요.
낮잠이라곤 아주 어릴 적부터도 싫어하던 아이입니다.
그 시간이 싫어 어린이집을 안가겠다던 아이였지요.
논 뻘 일이 그렇습니다.
얼마나 곤했을라나요.

곧 모를 내야 할 테지요.
모는 또 언제 심으려나...
어차피 손모를 놓기는 글렀고,
모판 모를 얻어놓았으니 이앙기를 쓰얄 겝니다.
그런데 동네에 짬을 낼 수 있는 이앙기가 있으려는지...
이렇게 농사일이 한번에 닥친 올 봄이고 보니,
너나없이 일이 마구 내몰리는 농사일이랍니다.
아무래도 이장님께 당신 아니 되면 도저히 안 되겠다고
모를 내달라 사정해야겠습니다.
어느 해 손모를 심지 못했을 적
당신이 이앙기로 놓아준 적 있었지요.
날 새면 건너가서 말 넣어야겠습니다.

잠을 이루지 못하는 며칠입니다.
사람 없이 하는 농사일도 농사일이고,
간을 기증하고자 하니 입원해있을 기간이며
회복기 6개월 동안 물꼬 일은, 또 지금 하고 있는 공부는 어떻게 할까,
당장 이번 여름 방학일정은 어찌 되려나,
방학에 하려던 강의 하나는 어쩔꼬,
머리 안에서 열심히 그림을 그리느라 그런가 봅니다요.
내가 타인의 살아있음을 도울 수 있다니
무엇보다 삶이 고맙고 벅차서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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