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5.29.흙날. 맑음 / 특수아들과 함께 한 춤명상

조회 수 1048 추천 수 0 2010.06.08 13:50:00

2010. 5.29.흙날. 맑음 / 특수아들과 함께 한 춤명상


특수아동들과 춤명상을 했더랬습니다.
이른 아침부터 느릅나무와 함박꽃부터 챙겨
특수학급으로 달려갔습니다.
교실을 비워내고
춤명상을 도울 여러 소품들을 구석구석 두었지요.
“아, 예쁘다.”
“옥샘, 옥샘, 예뻐, 예뻐!”
샘들도 아이들도 한참을 감탄이었습니다.
소품을 두는 순간부터 춤명상이 시작이다 싶었지요.

아이들과 샘들이 손을 잡고 둥글게 섰습니다.
“밖에 나가면...”
이즈음에 보이는 바깥 풍경을 따라
아이들이 교실 안으로 색깔을 불러들입니다.
꽃이며 나무며 자연을 그렇게 들이고 나니
우리가 춤명상을 하는 곳이 너른 들판이 됩니다.
개구리가 되어 팔짝거리기도 하고,
나무가 되어 저 뿌리에서부터 수액을 가지 끝까지 보내기도 하고,
봄날 좋은 곳으로 소풍도 떠났지요.
“화장실, 나, 화장실.”
“신발 신을래, 신발.”
아이들은 끊임없이 복작거리고,
그 속에서도 춤은 계속되었지요.
“물꼬에 가서 하면 더 좋겠다...”
한 샘이 그러셨습니다.
“어디라도 할 수 있지요.”
“애들이...”
“우리 애들이 그렇지요, 뭐.”
늘 못 견디는 건 어른들입니다.
그 상황에서도 명상이 되었는 이가 있는가 하면
누구에게는 그만 산만한 시간이 되기도 하고...
모든 게 마음인 게지요.
감옥 안이 우주 보다 넓기도 하고,
재잘거리는 아이들이 누구에겐 피곤을 불러들이기도 하는가 하면,
평화가 정말 안에 걸어 들어온 듯 행복한 이가 있고,
자꾸만 제대로 서 있지 못하는 아이들이 불편한 어른이 있고...
춤이 끝나고 아이 하나 곁에 와서 그럽니다.
"옥샘, 이거 하니까요, 마음이 편안해요."
이랬거나 저랬거나 아이들이 있는 곳은
늘 극락이고 정토이고 천국입니다요!

한 달 남의 학교에서 보내면서 밥을 아주 잘 얻어먹었습니다.
학교를 둘러보니 젤 고생하는 곳이 거긴 듯싶습디다.
양말 하나씩 싸서 곱게 포장을 하였지요.
교실의 다른 샘들이 도와주셨습니다.
급식소에서 일하는 아주머니들께 드렸지요.
드리는 마음이 더 좋았습니다.

우렁이를 좀 얻었습니다.
해마다 군위에서 사들이는 것인데,
곧 주문해야지 하던 참이었습니다.
"우선은 먼저 모 논 논에 넣으면 되겠네."
신기하게도 딱 먼저 한 논에 들일 만큼입니다.
그 역시 광평농장에서 온 것이지요.
날마다의 기적, 네, 또 그거랍니다.

어제 온 모는 또 누가 심으려나 했습니다.
이장님 댁은 올해 논의 젖은 일 다 끝내고
기계 다 씻고 분리해서 바짝 말려 마을 창고에 들여놓았지요.
몇 마지기나 한다고 그걸 꺼내서 일을 하라겠는지요.
못하겠습디다.
댓마 용국이 아저씨네 갑니다.
당신들 것도 못 다하고 힘에 겨운데,
지난 번 로터리도 못해줘 미안타며
그것만큼은 우리가 해줘야지 하셨지요.
오늘 그 댁 아드님이 잠시 다녀갔습니다.
이앙기로 모 서른다섯 판 심었지요.
그리고 어제 광평에서 나눠준 우렁이부터
먼저 모를 냈던 두 다랑이에 뿌렸습니다.
나머지 우렁이는 낼 모레 군위에서 올 것이지요.
하여 우선 급한 불을 껐습니다.
마치 한해 농사 다 지은 것만 같습니다.
아아, 어찌 어찌 일이 되어갔더랍니다.
사람도 하늘도 모다 고맙습니다.

편지 둘을 받았습니다.
한 달 동안 한 교실에서 보냈던 특수학급 샘들이십니다.
동년배의 샘은 좋은 벗이 되자 제안을 하셨고,
또 다른 샘의 편지는
시간이 빨리 지나간다는 말을 절실히 느끼고 있는 오늘이라며
글월을 시작하고 있었습니다.
‘...한 달 동안 우리아이들에게 행복한 경험하게 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선생님 덕분에 아이들을 다시 생각하게 되고,
저의 교육방법이나 철학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어요. 감사합니다.
제일 중요한 것은
항상 긍정적으로 생각하시는 선생님의 마음을 많이 배웠다는 것!...’
자주는 아니더라도 가끔씩 만날 수 있길 바란다며
기회가 되면 아이들 데리고 물꼬도 한번 놀러오겠다셨습니다.
고마웠습니다.
아무렴 특수교육에 대해 잘 모르는
제가 배운 게 더 많지 않았겠는지요.
기꺼이 반을 내주셨던 샘들께 고맙습니다.
사는 일이 늘 기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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