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6. 5.흙날. 맑음

조회 수 853 추천 수 0 2010.06.12 15:01:00

2010. 6. 5.흙날. 맑음


저녁이 내리는 마당에 나갑니다.
특히 여름날 어스름이 밀려드는 시간은 참 고맙습니다.
생의 모든 즐거움과 기쁨이 바로 이 마당에 있다 싶지요.
“더위 먹었나 봐.”
머리가 지끈거리고 속이 메스꺼운 한낮이었더랬습니다.
그늘에서 움직이긴 했지만,
잠시 산 아래 내려갔더니 무섭도록 무더운 날이었지요.

기락샘이 왔고,
아이가 자기가 관심 있어 하는
인권분야의 글 하나를 쓰러 가는 길에 동행했습니다.
용감합니다, 제도학교 학생들이 모이는 곳인데,
제가 해야겠다 싶으면 주눅들지 않고 나서서 합니다.
학교를 가지 않으니 자격에서 제외되진 않나 싶은데
담당자들을 찾아가 자기 상황을 설명하고
자기 일을 해내고 돌아왔지요.
고마운 일입니다.

긴 가족회의가 있었습니다.
얼마 전 선배한테 제가 간을 기증하기로 했더랬지요.
6월 하순에 고대병원으로 조직검사를 하러 갈 참입니다.
시간을 꼽아보지요.
우엽이든 좌엽이든 4주 입원은 해야 안심이랍니다.
그리고 6개월여를 회복기로 본다지요.
수혜자를 위해서라도 기증자의 회복이 중요할 것입니다.
조직이 맞으면 두 기관의 심사를 거치고 바로 수술을 할 겝니다..
그런데 젤 중요한 건 기증자 가족의 동의!
남편도 아이도 반대하고 있습니다.
“(그분께)가족, 형제는 없대?”
조직이 맞는 이가 없거나 나이에, 혹은 건강에 다 걸린답니다.
“요새는 중국으로도 많이 가더만...”
“가까이서 할 수 있는 이가 하면 좋잖아.”
“왜 당신이 꼭 그래야 돼? 지금까지도 좋은 일 많이 하고 살았는데...”
“엄마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 어떻게 해?”
“살면서 위험한 일이 어디 한 둘일까?”
“그래도 피해갈 수 있는 건 피해가야지, 굳이 리스크를 안을 건 뭐야?”
“긍정적으로 생각해보자.”
“실제로 제3자 기증은 거의 없다더라.”
“조직이 맞는 사람이 드무니까 그렇겠지.”
“나는 반대야!”
“나도!”
혹 수혜자 쪽에서 이런 얘기를 들어도 서운해 할 것 없습니다.
마누라가, 엄마가 위험 부담을 안는다는데
어느 가족이 흔쾌하려나요.
이해합니다.
내게 그것이 얼만큼 귀하고 절박한 문제인지를 가지고
끈질기게 설득하는 수밖에요.
한편 조직이 맞아 수술을 한다는 전제하에
물꼬의 6개월 움직임을 그려보고 또 그려보고 있지요.
다 잘 될 겁니다, 왜냐하면 선한 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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