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6.14.달날. 소나기 지나는 저녁답

조회 수 962 추천 수 0 2010.07.03 21:42:00

2010. 6.14.달날. 소나기 지나는 저녁답


어찌나 날이 찌던지요.
저녁답, 그예 소나기 한바탕 내렸습니다.

아이는 광평농장에서 하루머슴을 살고 왔습니다.
“오늘은 정말 도움이 됐어!”
저도 흡족한 모양이데요.
옷이 흠뻑 젖고 엉덩이는 아주 물범벅이 되어가지고...
날이 그리 더웠는데,
사과를 찌고 내리고, 얼마나 더웠을 라나요, 불 앞에서.
종일 했답니다.
떡과 유기농사과가 세경처럼 딸려왔지요.
아, 올봄은 기온이 낮아 과수농가에서 인공수분을 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또 일을 늘여놨지요.
안되면 안 돼서 걱정, 되면 돼서 걱정이라더니
열매가 너무 많아져 속과를 해내게 생겼더라지요.
광평도 그래서 오늘은 놉을 사서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아이는 종일 실내작업을 할 수 있었더라나요.

아이의 악기 하나가 망가졌습니다.
아이는 보관해두었던(그런 게 있더란 말입니다) 명함을 가져다
보증기간이 언제인지를 확인하더니 원주의 악기상으로 전화를 넣데요,
그러더니 몇 가지를 쓴 메모지와 함께 포장을 합디다.
“안전하라고...”
택배도 평소 여기서 농산물을 보내는 곳 말고
우체국을 통해 하데요.
“보험 되는 걸로 했다!”
우체국을 나와 차에 오르며 아이가 말했습니다.
그렇게 아이가 커가고 있었지요.
“잘하는구나...”
그랬더니 칭찬에 기쁜 아이가 마구 달려들어
엄마 얼굴에 뽀뽀를 해댔습니다.
“아구, 뽀뽀귀신!”
“그런데 엄마, 명심하세요.
이런 거 크면 못해요. 어릴 때야 하지.”
그러면서 다시 뽀뽀세례였지요.
몇 해째 해마다 가장 바쁜 몇 주 가운데 한 주인 이 주,
오늘이 그 아이 생일입니다.
“나중에 맛있는 거나 하나 해주세요.”
저가 에미 상황을 더 잘 알지요.
요리야 어느 밥상에 이름 하나 붙여주면 될 일이니
애가 에미 사정 봐주는 겁니다.

밤을 꼴딱 샜더랬습니다.
마음도 안가서 어렵더니 몸도 형편이 되지 못해
시간에 좇기며 결국 고만 손놔버리려던 일이 있었지요.
그런데 함께 하던 학습동료들의 안내와 도움으로
결국 밤을 새면서라도 마무리를 하게 되었네요.
젊은 친구들이 고맙기도 하지요, 제 앞가림에 정신없으련만.
오늘 그 결과물 발표를 하며,
마음이 어찌나 얹잖게 울렁이던지...
‘어려움에 처했을 때 아, 수행하라는가보다 하고...’
그런 생각들이 도움이 되데요.
피곤과 화가 덮쳐오는데,
자신을 향해 그 피곤과 화를 보살폈습니다.
숨을 깊이 들이쉬고 내쉬면서, 격랑에 출렁이는 자신을 자각합니다.
결국 거친 바람을 견딜 만큼 자신이 충분히 강해졌단 걸 어느 순간 깨닫지요.
그러면 곧 격랑은 지나갑니다.
어떻게 되더라도 하길 잘했지요.
곁에서 애써준 몇 젊은 친구들, 고맙습니다!

얼마 전 건물등기를 하고 농협에 주택담보대출을 신청해두었습니다.
오늘 감정원이 다녀갔지요.
사니 이런 것도 해보고 살게 됩디다.
또 무슨 일들을 새로이 하며 살아있는 날들을 맞을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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