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7.24.흙날. 비 사이사이 / 138 계자 미리모임

조회 수 1084 추천 수 0 2010.07.29 03:06:00

2010. 7.24.흙날. 비 사이사이 / 138 계자 미리모임


시골 버스란 참...
일찍 내려오기도 하니 넉넉하더라도 나가서 기다리고 서야 한다 재촉하는 아이한테
괜찮다 괜찮다 하며 일 하나 더 해놓고 나간다 하다가
이런, 그만 눈앞에서 버스 놓쳐버렸습니다.
아이가 버스 타고 기차타고 서울 가는 걸음이지요.
천상 면소재지, 버스가 잠시 정차하는 곳까지 달려가야 했답니다.
“엄마!”
문득 아이가 불렀습니다, 뒷좌석에서.
“제가요, 요새 생긴 소망이 있는데요...”
나이 스물이 되면 대학을 가든 가지 않든
물꼬 일을 많이 도울 수 있을 거라고,
우리 품앗이샘들처럼 잘해낼 수 있을 거라고,
자기는 날마다 나아지고 있기 때문에 그때는 충분히 할 수 있을 거라고,
서른 쯤이면 예순인 엄마가 아주 조금만 움직이고
자기가 다 할 수 있을 거라고...
멋진 꿈입니다.
고맙고, 기특합니다.

벗이 경옥고를 보내왔습니다.
한 해 두어 차례 받나 봅니다, 한약재며.
계자가 시작된 게지요.
와서 손발이 되는 이들만이 계자를 꾸리는 게 아니랍니다.
이런 마음들도 모여 늘 그리 무사했던 겁니다.

138 계자 교사 미리모임이 있습니다.
언제나처럼 다양한 이들이 모였지요.
이천의 한 유기농가에서 손을 보태고 들어온 서현샘과 찬일샘은
가지와 오이, 토마토를 실어왔고,
당장 토마토를 갈아 주스로 내놓았지요.
몇 해째 자리를 지키는 서현샘,
물꼬라는 공간은 참 재밌다, 구석 구석 신기하고,
그런데 오늘은 멀리서 사람이 보이고 아이들에 대한 기대가 들어오더라,
그래서 샘들이 오고 또 왔구나 싶었다 합니다.
올 여름도 대해리에서 여름을 날 희중샘,
다니던 대학에 더 이상의 미련을 버리고
새로운 삶을 찾는 생의 중요한 기로에 서서
물꼬에서 사유도 함께 해나가는 시간으로 삼으려 한답니다.
지난 겨울 다녀가고 다시 온 선영샘,
농사에 관심이 많은데
자연은 자신이 나서지 않아도 자연스레 (길을) 알려주는 듯하다며
물꼬에서도 그랬다지요.
“내가 특별한 재능을 갖지 않아도 각각 메꿔지면서 가는 듯...”
제도교육의 고교 국어교사로 20년이 넘어 된 광연샘,
대부분의 선생이 희망과 절망을 되풀이하며 살아간다며
아이들이랑 어떻게 행복하게 보낼까 늘 생각하고 길을 찾고 계신다지요.
아이로 왔다가 새끼일꾼이 되고 드디어 품앗이일꾼으로 오는 세아샘,
이번에 부엌바라지 도움꾼으로 처음 움직입니다.
대안학교를 꿈꾸는 현아샘은 낼 아이들과 함께 들어오게 됐구요,
잠시 부엌바라지를 도우러 올 종대샘은 밖에 생긴 일을 처리하고 다녀가실 것입니다.
계자 아니어도 물꼬에선 새끼일꾼들 몫이 여간 만만치가 않지요.
계자 아이였고 이제 새끼일꾼 2년차인 연규,
이제 새끼일꾼 대표 아람형님이 품앗이일꾼으로 넘어가는 시기,
연규 세대들이 다음을 잇습니다.
인영, 오랫동안 계자를 오는 아이였다가 드디어 새끼일꾼으로 입성,
정말 제대로 하고 싶다 합니다.
세 번째 일정에 오는 두 동생들과 달리 첫 일정을 선택한 것도
그 같은 까닭일 테지요.
가람이도 계자 참가 아이 이후 첫 새끼일꾼 과정에 듭니다.
경록과 도언이는 청소년계자에서 나름 훈련을 하고
드디어 계자 안으로 들어왔지요.
연정이는 내일 동생들을 데리고 함께 들어올 것입니다.

늘 기적을 체험하는 삶입니다.
어디서 어떻게 이렇게 기꺼이 손발을 내민 사람들이 오는지요.
그런 이들이 꾸려가는 계자일진대
어떻게 아이들에게 좋은 기운이 아니 가겠는지요.
자연만으로도 충분하다 하나
그 안에 아이들의 울타리가 될 파수꾼들의 작용이 어디 이만저만 하더이까.

이번에는 짜여진 속틀이 없습니다.
하기야 짜여졌더라도 늘 변하는 속틀이기는 했지요.
하지만 아예 이제 대놓고 비어있는 속틀로 아이들을 맞을 것입니다.
어디고 공간들마다 이제는 놀이까지 준비해서 맞으니
아이들이 심심할 겨를이 없지요.
놀이조차 어른들이 만든 선대로 그려집니다.
우리는 그렇게 하지 않으려구요.
심심해지면 아이들은 뭔가를 할 것이니까요.
첫날 아이들은 심심할 것입니다.
그리고, 움-직-이겠지요.

두 시간의 미리모임을 끝내놓고
모두 아이들 맞이를 위한 자잘한 준비들을 하느라 자정을 넘기고 있습니다.
한동안 부르지 않았던 물꼬 노래들도 챙기지요.
가슴이 뜁니다.
아이들이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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