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8 계자 닫는 날, 2010. 7.30.쇠날. 맑음

조회 수 1055 추천 수 0 2010.08.09 01:46:00

138 계자 닫는 날, 2010. 7.30.쇠날. 맑음


여름 첫 일정 갈무리 날입니다.
느지막히 일어나 바깥에 나가 이불을 털면서
그간의 먼지와 그간의 혹여 남았을 앙금도 텁니다.
우리가 이곳에 왔을 때 우리를 맞이하기 위해 누군가가 마련해준 것처럼
우리 역시 다음에 이곳을 쓸 이들을 위해
‘먼지풀풀’도 하지요.
그리고 갈무리글을 쓰고
물꼬식의 졸업식 ‘마친보람’이 있습니다.

미용실까지 등장하는 물꼬를 본 계자였고,
같이 속틀을 짠 계자였으며,
가방 없이 몸만 온 두 아이도 별 불편을 느끼지 않고 지낼 수 있는 계자였으며
어느 때보다 잘 놀았던 계자였습니다.
뭘 해도 늘 밥이 젤 큰일입니다.
밥바라지를 맡은 광연샘도 처음이었고,
세아샘도 부엌도움꾼이 처음이었으며
그래서 종대샘이 불려와 비어있는 자리를 채워주었습니다.
늘 고마운 인연들입니다.

영동역에서 아이들을 실어 보내고
읍내 한 골방에서 샘들의 갈무리모임이 있었습니다.
‘잘 놀다가라 했는데 정말 자유스럽게 (아이들이)많이 놀았다.
벌에 쏘이고 많이 싸우고...
사건, 사고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법을 배웠다.
즐거웠고 잘 놀았던 계자!’
서현샘의 갈무리였네요.
올 여름 계자 품앗이일꾼들은 서현샘의 인연들이 적잖았습니다.
게다 그 인연들의 질(?)이 아주 보증수표입니다.
특별히 고마움 더 크다지요.
종대샘은 ‘물꼬다움’에 대해 말했습니다. ,
음식 남기는 것도
어른들의 강압이 아니라 한데모임에서 스스로 하기를 원하는 것이,
옳고 그름이 아니라 ‘물꼬답다’라 표현하였지요.
‘우선적으로 물꼬에 도움을 주고자 해서 발 딛는 일꾼들은 알아서 착착 뭐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면 물어보면서 도움이 되는 일들을 찾아서 해주었으면 합니다. 아이들과 놀아주는 것이 1순위라고 생각하지만 항상 눈에 보이지 않는 일들을 하려는 분비,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희중샘은 진행 측의 시선으로 전체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물꼬라는 공간이 아이들에게 어른들에게 좋은 기억을 좋은 사람을 만드는 거 같다.
...아이에게도 어른에게도 많은 배움을 주는 학교 같습니다, 물꼬는.
아이들 앞에서 자신이 갈고 닦은 지식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방식이 아닌, 아이들 속에서 말과 행동으로 모범을 보이고 아이들을 지지하고 도와주는 방식은, 자연스럽게 스스로를 돌아보는 반성적 배움을 줬습니다. 아이들의 다툼에 따끔하게 혼을 내면서도, 내가 아이들에게 나 자신의 감정을 투사하고 있지는 않은지, 아이들의 아이스러움을 어른스럽게 받아주지 못하는 내 모습에서, 내게도 아이와 마찬가지로 아이스러움이 있지는 않은가 생각하게 됩니다. ‘옥샘’이 많이 하시는 말씀이지요, ‘안내자’라는. 가이드는 관광객들보다 현지에 대한 여행정보를 더 많이 알고 있을 뿐, 저 높은 지위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가이드가 가지고 있는 정보와 지침을 나누고 공유하는 게 안내자의 역할. 그리고 기쁨이 있는 듯합니다. 선생님은 단지 아이들을 안내하는 안내자이고, 아이들을 잘 자라도록 도와줄 수 있는 참된 어른은 어떤 사람이어야 하는지 생각하게 되네요.
아이들과 함께 하기에 앞서, 저를 먼저 돌아보고 정돈하며 마음 정리했던 시간들이 생각납니다. 해건지기, 명상, 요가... 그리고 일상에서 제가 할 수 있는(또 해야하는) 여러 일들, 빨래를 하고 널고 걷고 개키고 설거지를 하고 똥오줌을 비우고 청소를 하고 식사준비를 하고,... 불편할지라도, 타인의 것을(알게 모르게) 빼앗으며 누리는 안락이 아니라 함께 감수하는 불편함. 하지만 누구보다 넉넉하고 풍요로이 살아야겠다 생각합니다.
‘공동체’라는 말. 제겐 추운 겨울에 꽁꽁 언 날들을 이겨내며 기다리는 살랑이는 봄바람 같은 단어입니다. 더불어서 함께 사는 것, 비단 어른들만의 공동체가 아니라, 아이들도 함께 하여 배우고 자라나는. 또한 인간들만의 공동체가 아니라, 세상 만물 우리를 보살피는 대지 자연과 함께 하는 삶 공동체. 물꼬의 소박한 삶과 아름다운 공동체를 일구는 꿈, 함께 만들어나가길 바랍니다.’
참 열심히 사는 젊은이의 모습을 보여준 찬일샘은
마지막 밤의 하루재기에서 이리 쓰고 있었더랍니다.
‘계자를 하고나니 왜 다른 일꾼들이 이곳에 자꾸 오려는지 그 이유를 알 것 같다. 겨울계자에도 꼭 오고 싶다.’
계자에서 처음 새끼일꾼으로 움직인 도언이었고,
‘...인생에서 시간을 주고 새 길을 모색하는 시기.
기존 세상 모순 싫어하면서도 맞춰서 살아가고 있었구나.
아이들한테도 , 새끼일꾼한테도, 옥샘한테도 많이 배웠습니다.
저의 스승이 되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처음 품앗이일꾼으로 온 현아샘의 하루정리글 일부입니다.
아마도 새끼일꾼 입문과정에서 역대 최강인
너무나 멋졌던 인영의 갈무리글은 이렇게 끝을 맺고 있었습니다.
‘물꼬에서 지내는 일주일 동안 일꾼으로써 항상 지녀야할 이념을 마음에 새겨두고 생활해 내면적으로 많이 성숙해진 것 같다. 물론 다른 선배일꾼들의 모습을 보고 배우며 자란 것도 한몫한다.
“이렇게 넓디 넓은 세상에서 물꼬라는 작은 공간을 만나 좋은 인연을 맺게 되어 너무 기쁘고, 앞으로도 오랫동안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
그렇게 열심히 하고 마지막 교사 갈무리에서 인영은 다시 이리 다짐을 했지요.
“훌륭한 일꾼이 되겠습니다.”
그렇게 아이들도 자라고 어른들도 자라는
아이들의 학교이고 어른들의 학교, 물꼬입니다...

지은이랑 형찬이, 물꼬로 바로 데리러오는 어른들을 저녁답까지 기다렸습니다.
다시 계자를 이어가는 형찬이는 주말에 집을 다녀오기로 했지요.
대해리를 나가는 저녁버스 시간까지
광연샘은 부엌 정리를 하였습니다.
고맙습니다.
고등학교 교사로 김치도 담아보지 않았다던 마흔대의 마지막 시절을
물꼬에서 많이 배웠다셨지요.
그런데 그리 말씀하시지만 나잇살 그거 무섭습니다.
일을 천천히 쉽게 잘해나가셨더랬지요.
거듭 고맙습니다.

다음 계자로 건너가는 시간에 손발을 보태려 새끼일꾼 연규가 남았고
(큰 새끼일꾼에 묻혀왔던 연규, 그들 없이 진행하는 계자에
바로 가장 듬직한 새끼일꾼 자리를 느끈히 지켜주었더랬지요.),
다음 계자를 위해 희중샘, 찬일샘, 서현샘, 세아샘,
그리고 낼 돌아갈 종대샘이 남았습니다.
새끼일꾼 윤지, 윤정, 아람이 일찍 들어와 움직이겠다 했고,
몇몇의 아이들이 미리 들어오겠다 부탁하였으나
다음 일정을 위해 학교 공간도 좀 조용할 필요가 있어
낼 낮 버스로 다들 들어오기로 했습니다.

불편한 곳인데, 역설적이게 그 불편이 외려 우리를 풍요롭게 합니다.
고마운 일입니다.
아이들도 어른들도 모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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