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7.31.흙날. 맑음 / 139 계자 미리모임

조회 수 1079 추천 수 0 2010.08.09 20:04:00

2010. 7.31.흙날. 맑음 / 139 계자 미리모임


몇 곳의 아동시설에서 이 여름도 함께 합니다.
먼 곳의 한 시설에서는 오늘 원장님이 인사를 오셨습니다.
그 편에 이것저것 생활용품들도 실려 왔지요.
그게 돈으로 환산하여 얼마인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우리 형편보다 낫다고 아이들 참가비 일부도 보내왔더랬는데,
그 마음이 더없이 고마웠습니다.

앞 계자를 다녀간 자누와 대림이, 그리고 여기 사는 류옥하다가 남긴,
물꼬에, 샘들한테, 보낸 찬사가 있었습니다.
고마웠습니다.
힘도 났겠지요.
영동이 너무 그리워 애타는,
오지 못한 고 3 수험생의 편지도 닿았습니다.
새끼일꾼, 이제 품앗이이지요, 아람샘 편에
소연샘이 안부를 묻는 글월을 보내왔습니다.
‘요즘 같이 더울 땐 물꼬의 전용 계곡 ‘태평양’이 너무 그립다’고,
‘물꼬는 뭐니 뭐니 해도 끝나고 난 뒤 녹초가 되는 게 매력이라고’,
‘허락만 한다면 겨울엔 한 달 내내 와 있을 거’라 합니다.

사는 일이 늘 기적입니다.
다들 살기 바쁜 세상이라 자원봉사자들이 쉽지 않지요.
더구나 이런 산골까지,
일상이 불편한 이곳에서 아이들과 24시간 부대끼겠다 찾아나서는 이가
어디 쉬울라나요.
그런데도 이 여름 밥바라지 자리를 다 채워주고
두 일정의 교사들도 팔 걷어부친 새끼일꾼들의 도움을 업고
무사히 진행을 하고 있습니다.
다만 세 번째 일정이 조금 걱정이다 싶더니
그마저도 이러저러 일꾼들이 붙었답니다.
서현샘의 좋은 관계들이 많은 힘이 되었습니다.
기적입니다, 날마다의 기적!
고맙습니다.

지난 계자 가운데 온 좋은 소식도 하나 있습니다.
아이들뒷간 만드는 작업에
손발은 양양의 구들연구소 무운샘이 보태셨으나
그 비용은 산골살림에 적잖이 큰 부분이었지요.
그런데 오랜 논두렁인 김황평 선생님이 감당을 해주셨답니다.
달마다 후원해주시는 것도 적지 않은데
특별히 그리 보태주셨더랍니다.
사람들이 이렇게 마음을 내며 물꼬가 굴러갑니다.
역시 기적입니다.

139 계자를 앞두고 어른들 미리모임이 있습니다.
점심 때 이미 다들 들어와 움직이고 있었지요.
어제 저녁도 그랬고 오늘 아침과 낮밥도
서현샘을 비롯하여 계자 일꾼들이 하고 있습니다.
그리 마음이 든든할 수가 없었지요.
으레 밥을 멕여야 한다는 조바심으로
교무실과 부엌을 오달지게 번갈아 드나들 판인데,
차려서 주는 밥을 먹으며 계자 사이를 건너가고 있습니다.

대안학교 교사를 살포시 꿈꾸기 시작하는
물꼬의 밀도 높은 품앗이 희중샘,
올 여름도 내내 대해리에 있습니다.
“누구는 선생이고 누구는 아이가 아니라
자유로운 놀이나 행동들을 하고,
누가 가르치고 누가 배우는 게 아니라 서로가 그랬습니다.
어른들, 일꾼들이 많이 배울 수 있는 학교였습니다."
지난 계자에 이어 물꼬에 남은 찬일샘이
물꼬의 인상을 그리 전하고 있었지요.
그리고 대학 1년의 여름방학을 뜻깊게 보내려는
중등특수교육과 찬별샘과 수지샘도 있습니다.
지난 봄 특강을 가서 만난 인연이었지요.
진혁샘이랑 재훈샘은 수년 만에 만났습니다.
“저것들 초등학교도 들어가기 전에 만났는데...”
물꼬가 서울 살 적 주말학교에서 만났고,
초등 때 물꼬를 다녀간 그들입니다.
중고 시절 동안 물꼬가 영동으로 들어와 있으며 좀 소원해졌으나
열아홉에 이르러 의젓하게 잘 커서 이렇게 왔습니다.
고맙고 또 고마웠습니다.
“힘들 텐데 또 왜 올까...”
그리 물으며 오고 또 오는 서현샘,
지난 계자에 이어 다음 계자를 지고 또 갑니다.
아이였고 새끼일꾼이었고 품앗이일꾼인,
세상으로 가기 전 잠시 수행을 들어오기도 했던 세아샘 역시
올 여름 내리 세 차례의 계자를 계속 합니다.
“일곱 살 때 물꼬 처음 와서...”
그 아이 자라 고 2, 새끼일꾼 태우입니다, 아들 같은 그입니다.
물꼬에 새끼일꾼으로 움직이며 사회복지사를 꿈꾸게 된 윤지가 왔고,
워낙 잘 움직이고 성격 좋아 새끼일꾼 특별전형(?)으로 온 경철,
그에 상응하도록 움직이겠다 합니다.
새끼일꾼의 큰 축이 되고 있는, 이곳이 외가인 광주의 진주도 있고,
새끼일꾼으로 첫발을 떼는 윤정이도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들의 밥바라지는,
4년차 계자 아이 신명이와 고겸이의 부모님이신 박지희님과 이정석님이십니다.
휴가를 받아 같이 온 가족이 대해리로 들어온 거지요.
지난 겨울 최고의 밥바라지였던 강충근님과 이정애님 역시 그러했더랬습니다.
그리하여 좋은 전범이 되었고,
이렇게 또 멋진 가족들이 함께 오는 훌륭한 계기가 되었네요.
지나간 가족도 온 가족도 다 고맙습니다.

오늘 미리모임에서는 앞 일정, 혹은 먼저 계자를 경험한 이들이
다른 이들에게 들려주는 계자 이야기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희중샘이 먼저 입을 뗐지요.
“아이들이 우선입니다. 아이들을 씻기고 어른들이 씻습니다. 그리고 어른들이 씻는 건 짧게.
또 처음 왔다고 모른다 하지 말고 물어보고 하시면 됩니다.“
찬일샘이 이어갑니다.
“흔히 어른들이 아이들 대하는 것 힘들어하는데, 자연스럽게 되니 스트레스 받지 마세요.”
다음은, 일할 때 모델이 있었다 했습니다.
“즐겁게 놀아주기 위해 누군가는 일을 합니다. 그걸 보세요.”
노는 것도 자연스럽게, 몸이 힘들 때가 있더라,
노래와 수화 많이 하는데 아이들이 가르쳐달라 하니 열심히 익혀라,
그런 말도 덧붙였지요.
서현샘, “지금 뒷간구조는 남자도 앉아서 오줌을 누라고 하고 있습니다.”
씻길 때 아랫도리도 챙겨주고,
모기향 피우는 거며 밤에 창문 닫는 것도 잊지 말라 했지요.
“피곤하고 녹초가 되는 느낌은 하루 동안 내가 잘 쓰였구나 하는 것입니다.
내가 잘 쓰일 수 있도록 움직입시다.”
그리고 아람샘,
“물꼬는 배울 게 많은 곳입니다, 애들한테도.
시간을 잘 활용 잘했으면 좋겠어요. 할 일이 많아요, 해도 해도 끝이 없는. (일을)했더라도 다시 한번 봐주고...”

노련한 샘들이 다른 계자에 견주어 모자란다 싶지만,
그 자리를 새끼일꾼들이 잘 받쳐줄 것입니다.
오늘 청소부터가 그랬습니다.
미처 손이 가지 못했던
칫솔통이며 빨래바구니며 창문이며 현관 풀이며...
그 많은 구석진 일들을 그들이 했습니다.
아름다운 이름자, 물꼬의 새끼일꾼들이랍니다.

늦도록 계자 준비가 이어집니다.
부엌은 부엌대로 식단을 짜고 재료를 어떻게 쓸까 연구가 한창입니다.
“우리가 그간 못 먹었나?”
그리 말할 만큼 밥이 너무 맛있습니다.
모두 부엌에 대한 기대가 대단하지요.
샘들은 아이들 신발장과 가방 장에 이름을 쓰고
아이들이 쓸 스케치북을 챙기고 연필을 깎고
속틀을 쓰고 글집을 만들고...
예, 또 한 일정을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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