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8.18.물날. 조금 흐림

조회 수 1076 추천 수 0 2010.08.30 00:43:00

2010. 8.18.물날. 조금 흐림


방아를 찧습니다.
쌀독이 비었지요.
아이들이 잘도 먹고 간 밥이었습니다.
고마운 일이지요.
계자에서 나온 빨래들도 정리합니다.
옷방에서 나온 여벌의 옷들입니다.

교육청에서 여러 사람들이 찾아왔습니다,
전 교육장님과 현 교육장님을 모시고.
언제부터 오신다셨는데 오늘이 그날이 되었습니다.
관내 교장선생님으로 계실 때도
여러 차례 도움을 주셨던 분들입니다.
달골이며 돌고개며 아이가 안내를 해드렸습니다.
돌아와 소나무 아래에서 한담하다,
밖에 가 낮밥을 대접하겠다셨습니다.
“뭘요, 여서 그냥 국수 한 그릇 삶아 먹으며 되지.”
열무국수를 말았습니다.
산골살이가 그렇지요,
풋고추 따다 된장이랑도 냈습니다.
물꼬에 몇 가지를 도울 수 있겠다 머리를 맞대주셨습니다.
가마솥방만 어찌 환경이 좀 개선돼도 지내기 훨 좋지 않겠냐며
창과 천장을 유심히들 보셨습니다.
곧 견적도 뽑아보자셨지요.
고마웠습니다.
“비싼 열무국수 드신 게 됐네.”
마음을 그리 표현해드렸답니다.

오후, 한 대학의 도서관을 방문했다가
사람 여럿 만났습니다.
작은 술렁임이 있었지요.
얼마 전에 있었던 사건(?) 하나 때문입니다.
“오죽하면 그랬을까...”
학생 하나가 교수의 횡포를 보다 못해 공개적으로 문제제기를 했습니다,
최소한의 사람에 대한 예의는 있어야 되지 않겠냐며.
교수에게 몇 해 모욕을 당하고,
성적에까지 불이익을 당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렇다고 범법행위가 있지 않은 다음에야
교수라는 철밥통을 어찌 할 수 있을까요.
그런데 그 문제를 대응하는 방식이 재미납니다.
학교는 모르쇠로 일관하다 뒤늦게야 반응을 하고,
그 교수는 다른 재학생과 졸업생들에게 일일이 수차례 전화를 겁니다,
그 학생이랑 무슨 얘기를 했느냐고, 밥도 먹었냐고.
절친 동료교수가 지원사격도 합니다,
학생들에게 학생이 교수에게 그럴 수 있는 거냐고 선동도 하지요.
그런 행동은 문제의 교수를 더욱 오만하게 만듭니다.
얼마나 심한 모욕감을 느꼈길래 그것이 글이 되었을까요.
그 교수가 선생으로서 부도덕하게
자기 앞에 줄 선 학생들에게만 시험문제를 유출한 예도 거론됩니다.
나아가 그것은 시험성적에까지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입니다.
교수의 행위를 보다 못한 학생이
자신의 불이익을 감수하면서까지 같은 피해를 본 여러 학생들을 대변합니다.
그런데도 부끄러운 줄 모르고 외려 문제의 교수는
다른 학생들을 닦달합니다.
여러 차례 꼬치꼬치 그 학생과의 관계, 혹은 대화를 캐묻는 것들로부터
심기가 불편해진 학생들은
이제 문제를 제기한 학생에게 ‘도대체 내가 무슨 말을 했냐’며 따집니다.
그 학생은 이제 학생으로부터도 교수로부터도 내몰립니다.
불쌍한 그 학생만 죽어납니다.
왜 남들처럼 가만있지 않았는가,
왜 말도 안 되는 횡포에 맞서는가,
잘 있다 졸업하고 나가면 될 것을 왜 그랬는가,
이제 그 학생은 이런 질문을 받기에 이르렀지요.
글쎄 무엇이 최선일까요...
그런 생각 듭디다,
학생과 교수의 갈등이란 게 쥐와 고양이 싸움일 텐데,
쥐도 몰리면 고양이를 물지 않던가고.
어떤 행동은 다 까닭이 있을 겝니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저마다의 사정이 있겠지요.
어찌되었든 서로 지혜롭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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