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8.21.흙날. 폭염경보

조회 수 1021 추천 수 0 2010.09.07 01:19:00

2010. 8.21.흙날. 폭염경보


이른 아침 쪽파 밭을 만들었습니다.
남도에 계신 어머니가 준 씨앗이 있습니다.
파전에서부터 파김치며 송송 썰어 찜에도 넣고
대파대용으로며 쓸 일 많은 것이지요.
소사아저씨는 표고장 물을 줘보신답니다.
몇 해 잘 키워먹었지요.
돈 살만큼은 아니어도 아직 우리 먹을 만치는 나오지 싶습니다.

기락샘이 내려왔고,
아이를 데리고 수영장을 갑니다.
“저토록 좋아하는데...”
영동 읍내에 수영장이 생긴 지 한 해가 넘어 되었지 싶은데
저렇게 좋아하는 걸 여태 데려가지 못했습니다.
수영장을 만들어주셨던 외할머니 덕분에도
물꼬를 지원해주었던 김천의 실내수영장 덕에도
잘 배웠던 수영이었지요.
시카고에 있을 적엔 몇 정거장을 걸어서도 가던 수영장이었는데,
차 타고 한번에 휘잉 가면 될 것을
산골 들어와 살면
그게 여간 마음먹지 않고는 어렵더란 말이지요.
폭염경보라 하여 아스팔트 위로 나오고 싶지 않았는데,
마음 내길 잘했다 하였답니다.

제자 하나가 자기도 간을 기증하겠다고 나섰습니다.
(이래서 어른이 하는 일이 중요합니다.)
나이 스물 넘은 성인이나 아직 마음 어린 그입니다.
더구나 연고라고는 형제 하나 달랑 있지요.
좋은 일이지만 말리게 됩니다.
5kg 이상의 물건을 들어서도 안 되고,
한 달은 입원을 해있어야 하며,
오른쪽 가슴 아래도 커다란 흉터를 달아야 하고,
두 달은 운전을 포함해 꼼짝도 해선 안 되며,
학기 중이라면 휴학을 해야 하며,
시험을 앞두고 있다면 다음 해 시험을 치러야하고,
와인 한 모금이라도 입에 대서는 안 되며,
밥을 해먹는 것조차 바라지를 받아야 하는,
그런 회복기 6개월을 누가 그를 돌보겠으며,
이제 더 이상은 한약을 찾아서 안 되고
조금만 아파도 병원에 삶을 의지해야 하는
그 뒤의 생활들을 어찌 밀고 가라고,
안 된다 하였습니다.
그게 그렇습디다,
나는 해도 너는 아니 된다 하게 됩디다.
간기증 절차를 밟는 동안 날 아꼈던 이들도 그랬겠구나,
먹먹하였더랍니다.
왜 아픈 사람을 먼저 생각지 못하고 날 이해하지 못하는가 서운했던 마음이
아무것도 아니게 됩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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