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0.15.쇠날. 바람 많은 아침

조회 수 1036 추천 수 0 2010.10.26 21:30:00

2010.10.15.쇠날. 바람 많은 아침


들에서 일하는 아이를 보고 대해리를 빠져나왔습니다.
쇠날마다 오후에 읍내를 나가는 일이 있지요.
아이는 벼를 베고 터는 콤바인을 따라가고 있었습니다,
펄쩍대는 메뚜기들을 낚아채 주머니에 찔러 넣으며.
기사가 돕기를 바라는 몇 가지 일을 해주게 될 테지요.
날 퍽 고맙기도 합니다.
가을하늘입니다.
앞서는 잡초가 무성하던 맨 아랫다랑이 논에서
키 큰 풀들을 뽑아내고 기계가 닿지 못하는 가장자리 벼를 벤 식구들이
곳곳으로 제 일을 떠났습니다.
이제는 훌쩍 자란 아이만으로도
콤바인 바라지가 되니 말입니다.

소사아저씨는 나락을 좌악 펴서 말릴 준비를 합니다.
타작을 먼저 끝낸 집에서 서둘러 벼를 말리고
다음 집을 위해 길을 비우지요.
용케 서로 서로 일이 됩니다.
우리야 너른 운동장이 있기도 하지만
밤이면 습이 쉬 올라오는 흙바닥보다야
벼를 말리기는 시멘트나 아스팔트가 그만이라지요.

목수샘은 본격적인 농사 준비로 바쁩니다.
여러 날을 달골 콩밭과 포도밭을 정비중이지요.
몇 해째 묵혀두었던 밭을
얼마나 많은 것들이 채우고 있을 거나요.
마른풀을 죄 밀었고,
포도나무를 감고 있는 덩굴도 제거하며
나무를 하나 하나 다듬어 주고 있습니다.

한편, 오늘은 식구들이
마을의 두어 집에 손을 보태기도 하였습니다.
어느 댁에선 쌓아놓은 나무를 잘라주었고,
또 다른 할머니네 밭에선 깻단을 옮겼습니다.
우리 일도 한 짐이나
힘을 못 쓰는 처지를 어디 외면할 수 있어야지요,
멀리 아들들과 손자들 건장하나
가까이서 사는 젊은 것들이 우리인지라.

세아샘은 시골의 한 공장에서 일을 하기로 결정했고,
그 자리로 고민 많던 새끼일꾼 하나
가출을 감행한다하기 일루 와라 와라 간곡히 전했습니다.
어떻게든 집에서 해결이 안 나거든
일단 와서 이야기를 해보자 했지요,
멀리 천지를 돌 게 아니라.
우리 아이들의 삶의 길 곳곳에서 만나는 둔덕 앞에
그렇게 물꼬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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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15.쇠날.더움. <수확>


엊그제부터 논 겉의 벼와, 입구의 벼를 베어내기 시작하고, 오늘은 오전에 풀을 뽑았다.
그래서 오늘 오후에는 드디어 내가 1년을 기다려온 벼수확을 했다.
콤바인도 바뀌어서 이전에는 사람이 포대를 싣고 다니던 걸, 차 안에 저장해서, 한꺼번에 붓게 되었다. 포대를 안들게 되니 좋았지만, 당장 몇 포대인지 몰라서 좀 그렇다.
나는 콤바인 뒤를 따라다니거나, 겉에 있는, 낫으로 벤 벼를 날랐다. 제일 힘들었던 건, 질퍽한 데에서 벼를 나르던 거였다. 움직이면 발이 빠지고, 흙이 튀고...
하여간 힘들었던 추수였다. 그래도 1년 먹을 쌀을 수확해서 좋긴 하다.

(열세 살, 류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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