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1.11.나무날. 낮 다섯 시, 천둥번개치고 천지가 어두워지더니


밤, 바람 몰아칩니다.

오전에도 오후에도 개울가 가서 은행 껍질을 으깨 씻었습니다.

류옥하다는 오마이뉴스에 단식일지를 올렸습니다.
(요즘 주에 한 차례 가는 그의 놀이터이지요.)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476769&PAGE_CD=

한밤, 미리 빼놓았던 상담(이라기보다 안부에 가까운)이 있었습니다.
1시간이 넘어 되는 긴긴 통화였지요.
하다 또래의 아이를 키우고 계시고,
그 아이 이곳에서 몇 해를 보아왔습니다.
드디어 그 동생도 나이가 차 누나를 따라왔지요.
아주 조심스럽게 아이들을 관찰했던 바를 나누었습니다.
사실 우리가 무에 그리 아이들을 걱정할 것인가요,
그저 우리가 똑바로 살아갈 일입니다.
아이들을 통해 좋은 벗이 되었고,
늘 예서 아이들과 그 벗을 기다립니다.
고마운 일입니다.

이레 단식 뒤 보식 나흘째입니다.
어느 젊은 교수님으로부터 뜻밖의 선물을 받았습니다.
깊은 사유와 성찰의 시간, 단식(보식 포함)기간이어
더 뜻 깊게 다가온 선물이었던 듯합니다
밑줄 그어진, 귀퉁이가 여러 곳에 접힌, 읽힌 흔적이 그대로 드러나는,
막 다 읽고 책을 덮은 지 얼마 안 된 따끈따끈한 책!
학창시절 아끼는 제자에게 건네주셨던 은사님들의 선물이 생각났습니다.
그리고 저 역시 그런 선생인 시간들이 있었습니다.
저는 잊었으나 초등 6학년이던 한 녀석에게 건넸던 책 한 권이
그 아이의 삶에 오랜 물결로 출렁이고 있었음을,
지금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그가
지난 해 다른 제자들과 이 산골까지 찾아왔을 때 알았더랍니다.
교수자의 몸짓 하나가 한 사람의 생을 얼마나 어마어마하게 바꿔놓을 수 있는지...
음악을 하겠다던 그였는데, 선생이 되었지요.

주신 책을 다 읽고 글월 하나 드려야겠다 싶다가
그 책으로 인해 생각난 다른 책이 있어
당장 도서관에서 빌려다 놓았습니다.
제 나이 스물 즈음에 읽었던 책입니다.
(그러고 보면 그 스물에 얼마나 많은 일들이 있었던지요)
30주년 기념판이 나왔더라구요.
인간해방!
지금도 얼마나 가슴 떨리는 문구인지요...

교사양성기관에서의 교수자는 아주 특별하지요.
늘 하는 말입니다만
교육이란 게 어디 가르치는 대로 되던가요.
가르치는 대로 될 것 같으면 이 세상이 왜 이 모양이겠는지요.
자고로 ‘보고’ 배우는 법이지요.
지난 주 한 PD가 제게 물었습니다,
아이 태교를 어떻게 했냐고.
태교? 그거 엄마의 사람됨이라 생각합니다.
우리가 무엇을 가르치겠는지요,
무엇을 가르칠 수 있겠는지요.
나나(나부터) 똑바로 살아야지요.
교사를 길러내는 이의 최고의 안내는
스스로 좋은 교수자가 되어서 보여주는 것일 겝니다.
그 교수님은 젊은이들에게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계십니다.
그 분에 대한 다른 찬사도 많지요만은
특히 책읽기에 대한 강조는 참 귀합니다.
제 삶에도 책은 아주 거룩한 안내자였더랬지요.
인문학적 소양, 정말 중요하다마다요.
가끔 ‘무식한’ 의사, 변호사들을 만나면
전문성에 가린 전인이 목말라지지요.
이 시대 불구 전문가들이 얼마나 많은지요.

‘선생 노릇 똑바로 하라는,
하늘처럼 아이들 여전히 잘 섬기라는 소중한 자극으로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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