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2.16.나무날. 맑되 꽁꽁 언

조회 수 986 추천 수 0 2010.12.31 12:31:00

2010.12.16.나무날. 맑되 꽁꽁 언


고추장집 보일러실 굴뚝이
바람에 그만 뚝 떨어져버렸습니다.
소사아저씨가 서둘러 고쳤지요.
그리고, 고추장집 이불들을 이제야 꺼냈습니다.
눅눅해진 이불들을 제대로 수습도 못하고
지난 여름 바깥 이들을 재웠더랬습니다.
미안했습니다.
손이 가지 못해 남정네들에게 살펴 달라 부탁했는데,
미처 확인도 못하고 계자를 맞았더랬지요.
이불을 하나씩 빨던 가으내 빠뜨린 공간이었습니다.
이제라도 하자고 죄 빨았지요.

미국인 친구가 가는 큰 마켓을 함께 다녀왔습니다.
그게 또 무슨 회원제더라구요.
덩달아 가서 물꼬의 겨울 준비를 좀 해왔지요.
평소 구하기 힘든 걸 구한다는 점에서,
큰 묶음으로 살 수 있다는 면에서,
혼자 사기 부담스러운 건 서로 나눌 수 있다는 측면에서
좋은 장보기였습니다.
그곳에서 직접 만드는 빵이며는 아주 싼값으로 구할 수 있었지요.
오랜만에 파이며들을 실어왔고,
식구 많다고 친구가 많은 것들을 나누어도 주었답니다.

아이랑 달골을 청소합니다.
청소년계자야 아래 학교에서 보낼 것이지만
집을 비울라치면 정리가 필요하지요.
집은, 그렇게 늘 사람의 흔적을 요구하지요.
하기야 어디 미물과 사물만 그러하겠는지요.
사람 또한 그러할 것입니다.
사흘째 어깨가 시원찮아
아이가 많은 일을 합니다.
아이에게 너무 갖가지 걸 부담시키는 삶은 아닌가,
요 며칠 생각이 많습니다요.

청소년 계자를 위해 읍내에서 먹을거리들도 들여옵니다.
멀리서 봐 온 장도 있어 조수석까지 잔뜩 쌓았지요.
그런데 커브를 돌 때 그만 그것들이 운전석 쪽으로 쓰러지는데,
아픈 어깨로 빨리 상황을 수습하지 못했습니다.
미끄러운 길을 운전할 때처럼
차라리 가드레일을 박는 게 나을 것 같은 상황이었지요.
범퍼를 포기하는 게 낫겠다 한 겁니다.
그런데, 그 앞에 큰 바위 하나 있을 줄이야...
그냥 좀 긁힐 줄 알았는데, 그만 깨져버렸네요.
뒤에서 아이는 무리하게 짐을 그런 방식으로 실은,
혹은 지나친 수다와 짐을 미처 잡지 못한 자기 잘못으로 여겨
얼마나 미안해하던지...
어깨를 다치고, 다친 어깨로 다른 상황을 끌어오게 되고,
다시 어깨를 무리하게 움직이고, 휴우, 악순환입니다.
잠시 깊이 호흡하고 이 상황들을 좀 가다듬어야겠습니다.

아무래도 방사선 사진이라도 찍어봐야겠다고 병원을 다녀옵니다.
충격으로 척추가 좀 굽고, 갈비뼈 안 쪽이 심하게 일그러져 있다 했습니다.
최대한 굽히지 않을 것,
최대한 덜 움직일 것.
주의사항입니다.
그런데 주부가 어디 그런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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