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2.24.쇠날. 싸락눈 내린 새벽

조회 수 1108 추천 수 0 2011.01.01 17:25:00

2010.12.24.쇠날. 싸락눈 내린 새벽


면장님과 부면장님이 인사를 오셨습니다.
부면장님은 영동귀농인모임을 비롯 몇 차례 얼굴을 뵈었고,
면장님은 며칠 전 마을 행사에 걸음 하셔서 뵈었더랬지요.
“인사를 드려야 하는데...”
면장님 그렇게 들어서셨고,
“직접 전해줄라고...”
마침 귀농인모임 명단도 전해주실 겸 오셨다는 부면장님이셨습니다.
시골 살면 특히 이런 어른들 그늘이 참 큽니다.
늘 이러저러 이 곳 살림을 살펴주는 여러 어른들이시라지요.

올해의 마지막 사과잼이 되겠네요.
어제 세경으로 받아온 사과를
아이가 잼을 만들겠다 팔을 걷었습니다.
그 많던 잼이 이제 한 병 남았지요.
두루 참 잘 나누어 먹었습니다.
한 솥단지만 하자 합니다.
그래서 커다란 병에 넷이나 나왔지요.
그런데, 이번엔 레몬즙이 너무 많이 들어간 걸요.
늘 다른 맛, 이게 또 수제의 즐거움이랍니다.

견갑골을 다쳐 한참을 앓아오고 있습니다.
한동안 누워있는 날이 더 많았으니
일이 그만큼 또 밀려나 있겠지요.
“오늘은 좀 살만한테 늦도록 일 좀 해야겠네.”
아이더러 먼저 자러 가라 합니다.
그런데 씻고 올라가기 전 교무실에 들어선 아이,
의자를 끌어 바짝 다가앉으며
눈을 똑바로 쳐다보고 야물게 말합니다.
“엄마, 현 상황 때문에 엄마가 그럴(아닌 걸 받아들일) 필요 없어.
엄마가 정말 아닌 상황에서도 끌려가야 한다면
물꼬도 의미가 없어.
그때는 엄마, 그만하면 돼. 그동안도 충분히 열심히 했으니까.”
아이도 커서 이제는 이곳에서 벌어지는 이런저런 일들에
귀를 쫑긋거리고 지켜보는 겁니다.
어느 때부턴가 이 산골살이를
이 아이 의지하며 산다지요.
그래서 가끔은
무슨 대단한 일을 한다고 저 아이 삶에까지 무게를 더하나,
짠한 맘 인답니다.
잘해나가야겠습니다,
아이의 삶이 버겁지 않게 하기 위해서도.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sort 조회 수
4146 2010.12.19.해날. 맑음 옥영경 2010-12-31 965
4145 2010.12.20.달날. 맑음 옥영경 2010-12-31 978
4144 2010.12.21.불날. 맑음 옥영경 2010-12-31 1123
4143 2010.12.22.물날. 맑음 / 동지 옥영경 2011-01-01 1281
4142 2010.12.23.나무날. 맑음 옥영경 2011-01-01 989
» 2010.12.24.쇠날. 싸락눈 내린 새벽 옥영경 2011-01-01 1108
4140 2010 겨울, 청소년계자 여는 날 / 2010.12.25.흙날. 맑음 옥영경 2011-01-01 1165
4139 2010 겨울, 청소년 계자 닫는 날 / 2010.12.26.해날. 눈 옥영경 2011-01-01 1055
4138 2010 겨울, 청소년계자 갈무리글 옥영경 2011-01-01 1134
4137 2010.12.27.달날. 잠시 풀리는가 싶더니 오후 다시 언다 옥영경 2011-01-03 1180
4136 2010.12.28.불날. 눈 위에 눈 옥영경 2011-01-03 1172
4135 2010.12.29.물날. 눈 2011-01-03 1015
4134 2010.12.30.나무날. 눈 옥영경 2011-01-03 1076
4133 2010.12.31.쇠날. 맑음 옥영경 2011-01-03 1085
4132 2011. 1. 1.흙날. 가끔 흐린 / 142 계자 미리모임 옥영경 2011-01-04 1121
4131 142 계자 여는 날, 2011. 1. 2.해날. 맑은, 참 맑은 / 아이들의 힘 옥영경 2011-01-05 1312
4130 142 계자 이튿날, 2011. 1. 3.달날. 흐리다 점심부터 눈 내리다 / 자연의 힘! 옥영경 2011-01-05 1326
4129 142 계자 사흗날, 2011. 1. 4.불날. 맑음 옥영경 2011-01-09 1237
4128 142 계자 나흗날, 2011. 1. 5.물날. 눈발 날리는 아침 옥영경 2011-01-09 1232
4127 142 계자 닷샛날, 2011. 1. 6.나무날. 소한, 눈날리던 아침 옥영경 2011-01-10 1462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