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2.27.달날. 잠시 풀리는가 싶더니 오후 다시 언다


아침부터 나간 애가 오지 않아
슬며서 걱정이 일었습니다.
눈을 치운다고 나갔는데,
계곡 어디께 곤두박질친 건 아니려나,
어느 순간은 덜컥 겁이 나는 겁니다.
옷을 걸치고 나가보지요.
아이가 막 올라오고 있었습니다.
등이 다 젖어서 말이지요.
달골 오르는 길 눈을 한참을 치워낸 아이는
다시 산 아래를 내려와 마을길을 또 냈습니다.
아이가 한 힘 하지요.
이 산골은 온통 아이의 학교랍니다.

눈 위에 또 눈,
어른들은 일을 더한다 적이 불퉁하지만
아이야 신이 났지요.
여섯 살이던가 일곱 살 때
찾아도 뵈지 않던 눈 많이도 내린 날
저녁답에 눈 속에서 잠을 자던 아이를 깨워온 일이 다 있었더랍니다.
뭘 어찌 옴짝거려 볼라니까,
자기 할 일에 매달려있으니까
그 눈은 일을 가로막는 거리가 되는 게지요.
뭘 해야 한다, 그 무게를 좀 던지면
우리 어른들도 아이들처럼 저리 신이 날 테지요.

비료포대에 짚을 넣어 눈썰매를 타러 나가서도
아이는 돌아올 생각을 않습니다,
내복도 입잖고 얇은 면바지 달랑 입고 나가던데.
“해 떨어진다아아.”
노는 아이에게 들릴 리가 없지요.
좇아가 봅니다.
“한번만 더!”
으윽, 해 떨어지려는데,
바지는 다 젖었고,
그래도 한 번 더 타겠다는 아이,
그 한번이 어디 몇 차례만 되었겠는지요.

눈썰매장을 뒤로 하고 돌아오는 마을길,
눈 먼 할머니댁 가서 길도 쓸어드리고
반신불수 할머니댁도 들러 안부도 여쭙습니다.
그리고,
산골 사는 일은 집으로 돌아올 때 빈손으로 오지 않지요.
나무 하나 질질 끌고 돌아옵니다.
그렇게 쌓인 땔감도 제법 높지요.

계자 막바지 준비들입니다.
바람 새는 곳들 이리저리 막아도 보지요.
복도 끝 위쪽 창문도 올해는 비닐을 치기로 합니다.
아이가 성큼성큼 준비를 하러 갔지요.
가장자리 끼우는 철사는 제법 아귀힘이 필요한데,
아이가 자라 벌써 그런 힘도 쓰게 됩니다.

“고개 넘는 길은 통제되어...”
읍내에서 신우재 넘어오는 길을 말하겠지요.
차가 여섯 대 줄줄이 부딪힌 현장이었다 합니다.
밖을 나갔던 OBS 카메라는 그렇게
눈으로 길이 통제되어 못 들어오고 있었습니다.
황간으로 돌아돌아 엉금엉금 오고 있었지요.
그러나 또 벽을 만났단 연락입니다.
“물한계곡으로 갈라지는 길에서 또 길을 통제하고 있는데요...”
다른 길이 없냐지요.
무주와 용화 쪽으로 가서 차유로 넘어오는 길이 없진 않지만
그 길이 더 위험할 걸요.
아서라 합니다.
결국 돌아갔고, 정오 한참 지나서야 들어왔지요.
계획대로는 어제 열흘로 끝내겠다는 촬영일정이었는데,
오늘로 넘어오더니 이러다간 내일까지도 가겠습니다.
그러면 편집일정에 밀릴 테고,
1월 4일 방영일자는 잡혀있으니 정신없겠지요.
아니나 다를까 낼까지 좀 더 찍어야겠다네요.
“빨리 치워야(사람을) 우리도 우리 일하는데 편한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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