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3. 1.불날. 비 내리다 싸락눈

조회 수 1042 추천 수 0 2011.03.13 21:27:36

 

 

축축했던 하늘이었는데,

무주를 넘어가니 싸락눈 되어 내렸습니다.

새끼일꾼 창우네 가족이랑 나들이를 다녀왔습니다.

읍내도서관에서 만나 차를 합친 후

아이들은 저들끼리 눈 위를 달리고

어른들은 어른들끼리 그 아이들 보며 잘 쉬었습니다.

가족끼리 이렇게 나서보는 건

진주의 수민네 말고는 없던 일었네요.

기락샘이 동행하지 못해 아쉽긴 하였으나,

가족들끼리의 만남, 즐거웠습니다.

 

골짜기를 나가다 마을 아주머니 한 분 태웁니다.

면소재지에 친구들모임 간다시지요.

마침 오늘내일 뵈러 가야지 하던 분입니다.

마을에, 산에 들어 산나물에 약초 뜯는 것을 일삼아하시는 몇 분 계신데,

마침 그 가운데 한 분이라

새 학년도에 산살림에 집중하려는 우리로서는 좋은 스승이신 게지요.

지나다 뵙고는 말씀을 넣어두었더랬는데,

다시 말을 건넸습니다.

어차피 이 골짝 날씨로야 4월에나 움직일 것이니

그래 보자셨습니다.

아이랑 같이 나서서 수확물의 절반은 공부값으로 낼 양이지요.

그런데, 이번 학기에 서울의 7학년 열둘이 예 머물 것이고 보면

그 짬을 얼마나 낼 수 있으려나,

말만 넣어두고 움직이지 못할까 적이 걱정이 좀 되기도 하네요.

 

2011학년도를 시작합니다.

요새는 부쩍 정신 바짝 차리고 살지 합니다.

눈 감으면 코 베어갈 것 같은 일이 이 산골서도 있었던 지라

마음 더욱 다잡았는데,

어디 이런 일로만 그러할까요.

살아가는 일이 다 그렇겠습니다.

그저 하루 하루 세상 흐름을 타고 살다가

“현실 때문에...” 혹은 “세상이 그래서...”하며 자신이 정작 뭐 하는지도 모르고

가랑이가 찢어지는 뱁새가 되고 말기 쉽지요.

‘눈 밝은 사람이 되자!’

한 해를 시작하며 앞에 세우는 말이 되었습니다.

어느 소설 귀퉁이에서였던가요.

‘쑥대강이 우거진 더벅 수풀 뒤범벅인 정신 가진 사람 보고는 ‘미쳤다’ 하고,

앞뒤 문짝 비그러져 비바람이 허술하게 드나드는 사람을 보고는 ‘정신 나갔다’ 하고,

정신 속으로 난 길이 항상 어수선하여

무슨 사지곡직을 제대로 구분 못하는 사람을 보고는 ‘정신이 없다’고 하느니.’

미치고, 정신 나가고, 정신없이 살아서는 아니 되겠다 하지요.

정신을 간수하지 못해 혹은 방심해서 혹은 게으르고 혹은 몰라서

혹은 헛 군데 정신을 다 쏟아버려서 그러할 겝니다.

‘아무리 칠흑 같은 비단 머리라도

단 사흘만 안 빗고 방치해 두면 금방 짚북더미 되는 것이나 같지’요.

 

사노라면 더러 정신이 흩어집니다.

못 당할 일 당해서 슬프고, 원통하고, 고통스럽고, 아프고 놀래고, 분해서

정신이 다 그때마다 흩어집니다.

그렇다고 기쁘다 하더라도 그게 너무 지나치면 역시 정신이 나갑니다.

좋은 것 너무 좋아도, 나쁜 거 너무 나빠도 그러하지요.

언젠가 새끼일꾼 다옴이가 그리 물었지요.

“좋으면 좋은 건데, 자꾸 그것도 경계하라 하시고...”

좋은 것은 좋으니 그걸 더 누리려는 속성이 있지요.

그러다보면 또 정신이 흩어진단 말이지요.

눈으로 보는 것으로도 귀로 듣는 것으로도 정신이 나가고

밀가루 만졌다 터는 손처럼 끊임없이 날려버리는 것이 정신입니다.

‘이런 건 이렇구나, 저런 것은 저렇게 하는 것이 옳았을 텐데...’

그리 살피며 가야지요.

 

눈 밝은 사람이 되어라,

새 학년도에 우리 그리 살려합니다.

그게 어디 이 학년도의 과제만일까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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