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3. 8.불날. 맑음

조회 수 1125 추천 수 0 2011.03.15 00:47:29

 

 

날 다시 추워졌네요,

어제부터 조금 쌀쌀하다 싶더니.

 

재작년 아이 외할머니가 아이에게 선물 하나 주셨습니다.

MP3.

서울의 한 어르신이 보내준 중고 노트북에 이어

아이에게 요긴하고 좋은 물건 하나였는데,

작년에 그걸 그만 잃어버리고 말았지요.

그런데 제 행적을 아무리 되짚어 봐도 찾을 길이 없었던 아이는

차츰 타인을 의심하기 시작했습니다.

누군가 가져갔다는 거지요.

그래서 잃어버린 게 죄라 하였습니다.

한편 가진 게 죄입니다.

집을 지니고 사는 일이 참...

그래서 다들 아파트로 간다 간다 하는 게지요.

공사 이틀째입니다.

인부들이 달골 창고동에 배관할 물건들을 들여놓고,

고추장집 보일러를 손보았습니다.

일단 아궁이 덜어내고 들여놓는 일만 하고

나머지는 달골 공사 이후로 미룹니다.

달골은 창고동 여자 남자 화장실 물이 가는 길을 따라 타일을 뜯었지요.

 

오늘도 사람의 일로 시끄러운 속을 달랠 일 있었습니다.

읽었던 책 한 구절 곱씹으며 갑니다.

‘내 가슴이 내 양식이라

내 마음이 나의 시량인즉’

내 심중이 든든하다면,

내 속에 내 먹을 마음을 가지고 있다면,

우리 다, 다 견디며 살아낼 것입니다.

‘어려운 고비, 그때 나를 지탱해준 책 있었으니’

훗날 이리 적을 만하겠지요.

내 가슴이 내 양식이라, 내 마음이 내 시량인즉, 씹고 또 씹으며

살으리라, 살리라 마음을 꽉 잡습니다.

그러나 내일은 또 죽겠다, 죽겠다 하며

한숨을 내리 쉬기도 할 테지요.

그래도 결론은 살겠다로 갈 겝니다.

그래서 살아지는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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