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3.22.불날. 맑음

조회 수 1057 추천 수 0 2011.04.02 23:55:43

 

 

대해리는 봄맞이 청소가 있었다 합니다.

덤불 속이나 길섶에 버려지거나 날아든

비닐이며 병, 유리, 깡통들을 치워냈더라지요.

 

인천의 한 특수학급과 여름방학에 함께 할 프로그램에 대해

짧은 의논이 오갔습니다.

학급 아이들이 두 차례 나누어오고,

담임교사는 계자에 내리 붙는 거지요.

방학에도 학급 아이들과 함께 하는 일,

교사들이 쉬 선택하는 일은 결코 아니라 들었습니다.

현장에서 그렇게 열심히 뛰는 교사들이 있어

여전히 우리는 제도교육에 희망을 걸 수 있는 걸 테지요.

물꼬가 제도교육을 보완하는 역할을 더 강화하게 된 것도

맥을 같이 한다 하겠습니다.

새로운 학교 실험을 해보았던 물꼬가 이제 여태껏의 길에서 벗어나

이제는 대안교육으로 분류되기보다

제도교육 보완학교라 불리우는 게 더 옳을 것입니다.

큰 틀을 서로 합의했고,

더 구체적인 것은 차차 협의해나가기로 합니다.

 

서울.

어제 저녁답에 서울 와서

오전 내내 쉬다 오후에야 꼼지락거렸습니다.

아침에 나서는 기락샘과 밥상을 마주 하는데,

차려준 그 한 끼를 어찌나 고마워하던지요.

이런 밥상 하나에도 늘 고마워하는 그입니다.

사람이 됐단 말이지요.

그를 통해 제 생이 얼마나 풍성해지고

위로와 위안이 있었던지요.

그래서 세상에 태어난 잘한 세 가지를 꼽으라면

물꼬 일을 하고 있는 것과 남편이랑 혼례 올린 것,

그리고 아이를 낳아 키우는 것이라고까지 하겠는지요.

그 잘난 공동체운동과 새로운학교실험을 한다고

아내 노릇 제대로 못하고 산 긴 세월이었더라지요.

기락샘이 시카고에서 돌아온 뒤로도 번번이 그가

서울서 대해리까지 집을 떠나 다섯 시간여를 들여 오고 있었습니다.

올해는 제가 달에 한 차례는 올라야지 결심을 하고 있습니다,

물꼬 형편으로 보자면 쉬울 수는 없을 것이나.

장도 보고 구석구석 청소도 하고 밑반찬도 좀 마련합니다.

기락샘 왈,

“힘들었겠네.”

“달골에, 학교에, 견주면 이게 무슨 살림이라고...”

그러게요, 이리 살면 게을러지지 싶더라니까요.

 

늦은 오후엔 기락샘 청담동 연구실을 들여다보고,

유설샘과 미루샘, 그리고 소울이를 만나 저녁을 먹었습니다.

서울 대방동 여성프라자에서 혼례를 올렸던 그들의 주례를 선 인연,

그들에게 더욱 마음 끈이 굵을 밖에요.

소울이가 커가며 미루샘을 쏙 닮았습니다.

미루샘 어릴 적 사진이랑 똑 같았지요.

3년 뒤엔 시골 삶을 시작하겠다는 뜻을 가지고들 있었습니다.

저부터 잘 살아서 그 삶을 잘 도울 수 있으면 더욱 좋을 일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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