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6. 2.나무날. 맑음

조회 수 1230 추천 수 0 2011.06.14 22:40:53

 

해건지기.

새천년건강체조가 아주 재밌습니다.

음악도 재밌고(그게 몇 가지 종류의 음악이 있답니다),

차례도 연결이 잘 되니 외기도 쉬운 거지요.

아침이 좀 무겁다가 생기발랄해졌다니까요.

 

오전, 풀이랑 또 한판입니다.

더운 날 어른도 쉽잖은 일이지요.

사실, 무어라 무어라 하긴 하나

저들이 이만만 해도 용치요.

그래도 저것들 있어 풀을 좀 잡는다니까요.

“오늘도 준이는 단물 빨았어요.”

“일름보 다형이 같으니라구. 남 얘기도 아니지?”

단물, 어감이 참 마뜩찮은(?) 표현이지요.

농댕이 피웠다, 이것도 그리 좋은 표현은 아닌 듯,

그럴 때 아이들이 하는 말이랍니다.

다형이와 준이가 나란히 해우소를 가서

가마솥방 물 마시러 들어가 한참을 나타나지 않자

아이들이 그리 말했더랍니다, 하하.

그래서 잠깐씩 쉬어주며 일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뙤약볕에서 풀 뽑고, 세 때 밥해 먹고, 빨래하고 청소하고,

그리고 책 읽고 사색하며 그렇게 날이 갑니다요.

“벌써 6월이야!”

이 달이면 이 아이들 서울 가지요...

 

오후, 강의 하나 하고 돌아오니

한국화 미죽샘 잘 다녀가셨다 합니다.

쌓여있던 열무를 다듬어주시고,

다듬다보니 아이들도 붙어서 금새 끝났다지요.

어르신들은 어딜 가나 손을 그리 옴작거리십니다.

늘 고마우신 어른, 가시는 길에 소사아저씨가 밭에 모시고 가

열무 한 아름 뽑아주셨다 합니다.

그리고, 그리 다 다듬어 놓은 걸로

밤에 김치를 담았습니다.

우리 아이들 오랜만에 갓 담은 김치 먹이겠습니다.

그때, 논두렁 한 분도 잠시 다녀가셨네요.

언제 얼굴 봐야지 하시더니

와인이랑 소주랑 실어 오셔서 소사아저씨와 잠시 앉았다가

지난 몇 개월의 삶에 끼인 때를 벗기듯

따순 이야기 잘 나누고 가셨습니다,

머위대도 벗겨주시며.

늘 고맙습니다.

 

멀리서 또 기지떡이 왔습니다.

이네의 아버지가 지난번에도 보내주셨더랬지요.

아이들 실컷 잘 먹었습니다.

그러고도 한 상자가 남았는데,

다들 올라간 뒤에도 선반 위에 그대로 있었지요.

저리 두면 굳어 맛 떨어질 테지요.

김치를 담기 전 얼른 잘라 봉지봉지 싸 냉동실로 넣었답니다.

 

수년 전 티벳불교에 입문한 분들 둘,

이곳을 거점으로 움직이게 될 듯합니다.

일종의 아지트라고 해야 하나요.

많은 날을 떠나있겠지만,

여기 와서 지내는 동안은 식구처럼 움직일 것이지요.

물꼬의 수행도 그리 깊어질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선정샘의 전화.

“선생님...”하고 부르는데,

부르는 소리에 가슴이 떨렸습니다.

고마운 사람...

제가 만난 최고의 사람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그이지요.

저런 마음으로 살 수 있구나, 저런 움직임으로 살아야겠구나,

저를 격려하고, 그리고 저를 자극하는 사람!

이번 여름 계자에도 그가 밥바라지를 할 것입니다,

걸음마하는 아이 세현과 막 초등학교를 시작한 성빈을 데리고.

전(모든) 생활을 함께 하지 못하더라도 그렇게 동지가 있다는 사실은

살맛나게 합니다, 그렇다마다요.

그에게 저도 그런 사람일 수 있도록 한발 한발 더 힘차게 딛기!

 

아이들을 다들 올려 보내고 교무실 일을 다 끝내고 달골 오르자면

가끔 시간이 꽤 늦어지고는 하는데,

엊저녁엔 달골에 오르니 준환샘 차가 거기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른 아침, 어디론가 그 차는 사라졌지요.

남원, 벗의 모친상이 있어 넘어갔다 합니다.

그런데, 저녁에 돌아오던 준환샘,

도저히 몸이 안 좋아 서울로 가야겠다는 전갈 왔다지요.

얼마나 힘이 들었을지요.

금새 돌아오실 수 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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