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7. 1.쇠날. 갬

조회 수 1130 추천 수 0 2011.07.11 23:14:06

 

 

대해리에선 산을 개간하고 있는 이웃과

소사아저씨가 함께 산에 올랐다 합니다.

길을 낸 자리 쓰러뜨린 나무들을

한쪽으로 모으는 일을 하셨다지요.

덕분에 물꼬의 겨울이 든든하겠습니다,

물론 우리 마당까지 나무가 들어와야 우리 것이니 하는 거지만.

 

여기는 서울.

아이는 오는 8일 쇠날 귀 수술을 하기로 날을 받았습니다.

수술이라 말하기 무색하게 간단한 수술이지만

그게 또 수술이라고 대학병원에서 해야는 거지요.

그전에 수술을 위한 몇 가지 검사가 있었고,

결과가 4일에 나옵니다.

확인하고 가야하는 것도 있어 그때까지 서울에서 대기해야는 거지요.

세상이 좋아 인터넷으로 교무실 일을 할 수 있으니

물꼬 일에야 지장이 없어 고마울 일입니다.

 

병원, 그런 거대 시스템 속으로 들어가면

화가 날 일이 많기도 합니다.

그래서 도시를 떠나 산골에 사는 거지만

삶은 온전히 독립적이지 못해 번번이 이런 일을 겪는 거지요.

인간이 죽음도 삶도 이제 자신 혹은 가족의 범주를 넘어

담 밖에 맡긴지 오래,

정녕 인간으로서의 독립성을 잃고 말았다는 한탄도 낡은 지 오래입니다.

그나마 삶에 대한 기술들을 잃지 않으려는 노력은

게으름으로 혹은 당장의 일상에 떠밀리고,

쳇바퀴 도는 다람쥐가 따로 없는 거지요.

별수 없이 솟은 화를 가라앉히고 앉았는데,

할머니랑 같이 온 어린 오누이가 있었습니다.

댓살 먹은 사내아이가 뻗은 할머니 다리를 미끄럼틀 삼아

타고 내리고 있었지요.

웃습니다.

아, 저 아이들이 없었으면 세상이 인간의 삶을 어이 견뎠을라나요.

마침 벗에게 보내던 문자 있어 그 얘기도 덧붙였더니 그이 왈,

“그 아이들이 미래에 더 거대한 시스템 만들어 샘을 더 열 받게 할 수도...”

하기야, 누가 내일 일을 알겠는지요...

 

계자신청을 류옥하다가 체크합니다.

교무행정자리가 비어있은지 한참,

그렇다고 그 자리를 조만간 채울 계획이 있는 것도 아니고,

오가는 샘들이 하던 것을 최근엔 이 산골서 홈스쿨링 하고 있는 아이가 돕지요.

계자별로 명단을 만들고, 전체목록을 만들고...

그렇게 일이 되어 갑니다.

계자가 가까우면 샘들이 하나 하나 들어와 준비들을 해나갈 테고,

기적 같은 여름을 우리는 대해리에서 또 만들 겝니다.

이 감동이 물꼬의 삶을 또 밀고 갈 테고...

 

한 대학에서 자료조사로 여러 차례 연락이 오갔습니다.

마침 바쁜 일들이 얽혀 통화가 쉽잖았는데,

그래도 틈틈이 응답을 보낸 이틀 동안이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담당 조교가 긴 문자를 보내왔습니다.

퍽 귀찮게 했는데도 화내지 않고 도와줘서 고맙다 했지요.

아니다, 일 제대로 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잘 갈무리하길 빈다 답했지요.

서로 헤아린다는 건 서로를 그리 기분 좋게 합니다.

관계 짓기, 그거 별거겠는지요,

마음 헤아리기가 핵심일 겝니다.

 

스승님 한 분이 조선공산당사 집필을 준비하십니다.

조선공산당 초대 당비서였고 제 3대 당수였던 지운 선생이랑 삶을 같이 했고,

좌파 아비로 온 삶을 흙바닥에서 일으켜본 적이 없는 당신이시지요.

당신 생이 끝나기 전, 지금까지 기술된 역사와 다르게

당신이 듣고 모은 자료를 정리하고파 하십니다.

그러자면 다른 자료들도 필요하실 테지요.

80년대 대학을 보냈던 대부분이 그러하듯

거리에서 보낸 날을 아시는 당신은

얼마 전 자료를 찾아 달라 부탁하셨는데,

마음을 쓰지 못하다 서울 와서야 답 드립니다.

기락샘이 도와주었지요.

 

자료 1. 조선공산당사 세미나를 진행하기 위해 관련 문헌들을 간략하게 정리한 내용입니다.

나름대로 흐름을 알아볼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자료 2. 구술자료집 ‘지운 김철수’를 소개하는 글로 구술로 지운 김철수 선생님의 생애를 기록한 의미를 정리하고 있습니다.

자료 3. 국회도서관 자료를 검색한 것으로 ‘조선노동당’을 검색어로 사용한 결과 발견한 자료를 연대순으로 정렬한 것입니다.

자료 4. 인터넷과 블로그 등을 검색한 자료인데, 가장 최근의 연구성과를 볼 수 있는 책들에 대한 소개글이 담겨 있습니다. ‘조선공산당사(비록)’ ‘한국공산주의운동사 1-5권’이 가장 중요한 최신 연구결과인 것 같습니다.

 

혹여 관심 있는 분들이 있다면 자료를 공유하겠습니다.

연락 주시옵기.

 

종일 허리를 좀 앓았고,

대해리를 떠나 풀어진 긴장을 잘 널어놓고 있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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