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7.17.해날. 맑음

조회 수 1115 추천 수 0 2011.08.01 16:28:04

 

흐려지는 밤하늘이 한밤 빗방울 흩뿌립니다.

낮에는 잠시 든 볕에 집 거풍을 하였더랬지요,

달골도 학교도.

온전한 볕과 바람의 소중함이 산골이라고 다르지 않습니다.

사람도 그것으로 살지 싶어요.

 

마을이 공사 중입니다.

오래된 상수도 배관을 바꾸고 있습니다.

그 탓이었던 걸까요, 낮에 학교 앞 전신주 하나가 펑 소리를 냈고

바로 전기 끊어졌지요.

날은 푹푹 찌고,

컴퓨터는 멈추었고,

녹아 흘러내리는 냉장고 물은 안타깝고,

사람은 아니 오고...

그렇게 한낮이 흘렀지요.

전기가 멈추니 아파트가 지옥이더라,

이 시대 어디 그곳만 그러할까요.

이런 순간마다 생각합니다.

진정 자유를 꿈꾼다면 에너지독립을 꿈꿀 것!

 

식구한데모임이 있는 해날입니다.

일찍 심은 옥수수 쪽에서는 벌써 실해져서 계자 때면 먹겠다는 거며

호박잎도 쪄 먹어야겠다 하고

고구마줄기도 따다 먹을 만하다며

이러저러 밭 소식이 나눠지고,

이불이며 커튼이며 빨래들이 돌아가는 상황도 점검하고,

계자를 향한 교무실 진행도 나누고,

우리 살림규모를 점검하고,

그리고 일을 하며 오가는 자신의 마음들을 꺼내기도 합니다.

철우샘은 다음 주 흙날 어머님 생신이라

그날을 빌미삼아 한 사흘 나들이를 다녀오기로 했지요.

그 고향 예산에는 추사를 기리는 문화제 열린다 합니다.

“아무래도 서예대회가 크죠.”

류옥하다도 출전하면 어떻겠냐 권하셨지요.

수덕사...

대웅전 하나만을 위해서도 자주 달려가고픈 그곳,

올해는 가을에 가겠구나 하지요.

 

상처 없는 영혼이 어디 있으랴,

20대에 한 선배가 술자리에서 부르던 노래 한 구절입니다.

이 산골로 드나드는 사람들 역시 드물지 않게 그러합니다.

나이 많은 제자 하나 다녀가네요.

억울하고 분한 그의 사연을 듣습니다.

그것으로 입은 상처가 마치 외상처럼 보이기까지 합니다.

분할 테지요, 아플 테지요.

그런데 말입니다, 남이 책임져야 한다는 그 미련 버려야지요.

그가 죽어 죄값을 치러준다고 달라지는 게 있을까요?

그 과거 보내라 합니다.

아니면 다른 길이 있나요?

남을 위해서가 아니라 날 위해 그리 하라 합니다.

내 맘 내가 바꾸어야지요.

“그 맘 네가 바꾸겠다고 하지 않으면 누가 바꾸나?”

내 맘 내가 풀어야지요.

상처는 말입니다, 아물어도 흉터가 남습디다.

상처는 결코 사라지지 않는 거지요.

하지만, 상처가 ‘옅어지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습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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