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7.18.달날. 화창

조회 수 1034 추천 수 0 2011.08.01 16:29:43

 

쫄랑이는 물꼬에 있는 개 두 마리 가운데 한 녀석입니다.

퍽 오래 살았지요.

사람 나이로는 백수를 했지 싶습니다.

사람으로 산다고 그것들 살피는 일은 늘 소홀합니다.

사람으로 산다고 말이지요.

그런데, 그게 사람으로 사는 게 맞는 건지, 원...

털이 길어 뭉치고 꼴이 말이 아니었습니다.

아침부터 열 일 제치고 이발을 하였지요.

 

대해리는 수도공사 한창입니다.

온 마을의 오래된 관을 바꾸는 일이지요.

수도관이 학교 앞까지 오게 되어

학교 뒤쪽으로 돌아 차가 오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 현장소장님이 찾아왔네요.

파다보니 오래전 팠다던, 그러나 그 흔적을 모르겠는

학교로 들어오는 지하수 관이 바로 공사 현장으로 이어져있었던 거지요.

흔적...

그렇게 땅 아래 혹은 바다 아래 묻혔던 시간들이

어느 날 빛을 보게 되고는 하지요.

그것은 실제 어떤 덩어리로 그렇게 드러나기도 하고,

한편 마음에도 그런 흔적들이 있습니다,

시간이 지난.

흐르는 시간에 대해 생각하는 순간이었더이다.

시간이 먼지처럼 그리 사람살이에 쌓이더란 말이지요...]];아이들이 쓰는 뒷간은 건물 안에 있으니 냄새가 안에 머물 때 많습니다.

똥오줌이 그런 것이야 당연하지만,

계자를 하면 꼭 곤혹스러운 일 하나이지요.

며칠 전 봉길샘의 조언으로 환풍기를 달기로 작정했더랬습니다.

그걸 한참 전 경원샘이 챙겨 사서 차에 실어주었더랬지요.

어제부터 봉길샘의 진두지휘 아래

철우샘과 소사아저씨가 벽체를 자르고 있습니다,

봄에 하지 못했던 이불빨래를 하느라 부산한 가운데.

 

소금에 절였다 설탕에 재운 매실장아찌를 건집니다.

이런! 지난 봄학기,

처음 해보는 아이들에게 맡겼더니만

북어 패듯 패서 흐물거리더니 건진 것들 역시 더하면 더했지 못하지 않았지요.

대신 매실쥬스는 엄청 잘 먹겠습디다.

장을 최상으로 하면 간장 맛이 덜하고

간장에 맞추면 된장 맛이 덜하듯이,

고구마줄기 무성하면 고구마가 적고

대신 줄기가 좀 부실하다 싶으면 또 고구마는 많던 것처럼,

세상 일이 그리 균형을 맞춰가는 게지요.

 

구미에서 샘 한 분이 아이 둘을 좀 구제해달라는 부탁이 있었습니다.

물꼬가 그 아이들의 안정에 큰 도움이 되겠다는 짐작이셨지요.

특히 새끼일꾼 제도에 대해 익히 알고 계셨던 지라

이 녀석들이 그렇게 합류하여

자극이 되고 깊이 배우는 시간이길 기대하시는 거지요.

청소년 계자부터 보내마십니다.

만나 보지요, 물꼬가 그니에게 할 수 있는 일이 무언가하고.

 

태풍이 시작되는 저녁바람이 먼지처럼 일고 있었습니다.

한밤 읍내를 다녀옵니다.

멀리 사는 벗이 얼굴을 보러 왔기,

기차 타고 돌아가야 한다 하기

굳이 들어왔다 나가느라 시간 버릴 게 아니라

밖에서 여유로이 얼굴 보고 보내야지 했지요.

사람 때문에 죽고 사람 때문에 삽니다.

사람이 행복을 느끼는 중요한 것 가운데 하나는 돈독한 관계에 있다마다요.

물꼬의 논두렁이기도 한 그입니다.

달빛 내린 숲을 벗과 거닐었습니다.

마치 천상을 다녀온 듯 하데요,

한동안 그 힘으로 살아갈 것만 같은.

이런 순간들이 쌓여 우리 생이 채워지는 것일 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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